[뉴스토마토 변소인 기자] 가구업계가 공정거래위원회의 한샘, 현대리바트 등 담합 조사로 얼어붙는 분위기다. 원자재 가격 고공행진 속 담합 이슈가 번지면서 곤혹스런 모습이다. 조사 대상 기업이 아니더라도 공정당국이 들여다본다는 사실만으로 가구업계에서는 가격 협상 과정에서 위축된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지난 17일 오후 부산의 한 대단지 아파트 건설 현장 콘크리트 타설 작업이 멈춰져 있다. (사진=연합뉴스)
업계에 따르면 공정거래위원회는 한샘, 현대리바트, 에넥스 등 가구업체들의 특판가구 담합 혐의를 조사하고 있다. 아파트에 특판가구를 납품하는 과정에서 가구업체간 모종의 협상이 있었는지를 들여다보고 있다. 조사가 진행 중인 탓에 해당 업체들은 말을 아끼고 있다.
특판가구는 건설 단계에서 납품하는 빌트인 가구로, 기업간 거래(B2B) 상품이다. 시공사나 건설사가 비공개로 입찰을 진행하는 방식으로 납품 업체를 선정한다. 한 번에 대규모로 가구 납품을 계약할 수 있기 때문에 중요한 사업영역이다.
공정위가 특판가구 시장을 눈여겨봄에 따라 모든 가구업계는 당분간 몸을 사릴 수밖에 없다는 분위기다. 조사결과와 상관없이 공정위가 들여다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압박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업계 관계자들은 입을 모았다.
특히 가격 책정이 가장 난감하다는 입장이다. 한 가구업계 관계자는 "시공사에서 납품업체를 선정할 때 까다롭게 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며 "가구업계에서는 위축이 되기 때문에 가격을 책정할 때도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협상력에서 밀릴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또 다른 가구업계 관계자는 "이번 조사를 계기로 시공사들은 가구업체의 가격에 더욱 민감하게 반응하게 될 것"이라며 "원자재 가격이 올라서 오른 가격을 반영해야 하는데 담합이라는 시선으로 바라보게 되면 트집이 잡힐 수도 있고 아무래도 협상력이 떨어지게 된다"고 설명했다.
담합 의혹은 소비자 인식과 브랜드 이미지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번 조사 대상이 아닌 사업부서도 이 부분을 가장 걱정하고 있다. 이미 대다수 가구업체들은 원자잿값 폭등 속 기업과 소비자간 거래(B2C) 제품 가격을 인상했다. 만약 담합 사례가 나오면 추가 가격 인상에 난항을 겪게 되는 것은 물론, 소비자들의 외면을 받을 수도 있다.
잇따른 악재로 가구업계는 좀처럼 돌파구를 찾지 못하는 모습이다. 원자재 가격 상승분을 제품 가격 인상으로 다 막을 수 없어 유일하게 기대하던 부분이 주택 거래량 확대였다. 하지만 이마저도 공정위의 조사로 납품 차질이 예고되면서 어두운 전망이 계속되고 있다.
변소인 기자 bylin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