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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마토초대석)"'테라·루나' 유사 사태 더 늘어날 것"
자타 공인 '증권·금융범죄 전문' 김범기 태평양 변호사
입력 : 2022-05-31 오전 6:00:00
[뉴스토마토 박효선 기자] 서민에게 자본주의 사회는 가혹할 때가 있다. 한국거래소가 누군가의 시장 교란 정황을 포착하면 이 정보는 금융감독원에 넘겨지고, 금융위원회 증권선물위원회 의결을 거친 뒤 검찰 고발·수사 단계로 들어가는데 그 일련의 과정에서 시장은 수차례 출렁인다. 이로 인한 피해는 혐의를 받는 당사자의 회사, 직원뿐 아니라 개인투자자들까지 지게 된다. 그래서 금융당국의 조사, 검찰의 금융범죄 수사에는 고도의 특수수사 기법이 요구된다.
 
검사 재직 시절 금융위원회에 2차례 파견 근무를 하고 24년여 간 모뉴엘 대출사기 등 굵직한 금융사건과 여야 중진 의원이 얽힌 사건 등을 수사하다가 2020년 11월 검찰을 떠난 김범기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를 만나 공수가 바뀐 지금의 삶, 앞으로의 방향에 대해 들어봤다.
 
'살아있는 권력' 소신 수사 끝에 검찰 떠나
 
김범기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가 지난 27일 서울 종로구 태평양 사옥에서 뉴스토마토와 만나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법무법인 태평양)
 
“검사로서 금융범죄 수사하다가 이제는 입장이 바뀌어서 변호사가 됐다. 공수가 바뀌었지만 기본적으로 사실관계를 파악하고, 그에 맞는 법리는 무엇인지, 처벌 여부를 가려내는 것은 같다고 생각한다. 각자의 논리, 시각의 차이가 있는 것이다”
 
현역 시절 금융범죄 수사 전문가를 가리키는 '여의도 칼잡이'로 촉망받던 김 변호사는 2018년 김성태 전 의원 ‘딸 KT 부정채용’ 의혹, 2019년 손혜원 전 의원 ‘목포 부동산 투기’ 사건 등 여야 할 것 없이 살아있는 권력에 대해 소신껏 수사를 하다가 검찰을 떠났다.
 
24년여 간의 검사 생활을 마치고 2020년 말부터 변호사로서 제2의 인생을 살고 있는 김 변호사는 입장이 바뀌었을 뿐, 지금도 하는 일의 기본은 같다고 했다. 각자가 서 있는 자리에서 시각의 차이가 있을 뿐이란 얘기다.
 
김 변호사는 2018년 7월부터 이듬해 8월까지 서울남부지검 2차장 검사로 활약했다. 대검 연구관·금융위 파견·대전지검 특수부장·서울중앙지검 금융조세조사2부장 등을 역임한 김 변호사에게 바로 맞는 역할이었다.
 
서울남부지검 2차장 당시 합수단 지휘
 
휘하로는 증권범죄합동수사단(합수단)과 금융조사1부·2부, 기업·금융범죄전담부, 공안부가 있었다. 금융·증권범죄는 물론 기업범죄까지 총 망라한 수사지휘가 그의 역할이었다. 검찰은 담당 수사부서 부장과 검사장이 지휘라인으로 있지만 그를 연결하는 중요한 포인트를 차장검사가 맡는다. 
 
직제개편으로 합수단이 폐지된 때가 추미애 전 법무부장관 취임과 동시였으니, 따지고 보면 김 변호사와 당시 박광배 합수단장, 이곤호 부부장검사 등이 폐지 6개월 전 제대로 수사할 수 있었던 마지막 합수단이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검찰을 떠난 김 변호사는 지금 그 합수단을 상대해야 하는 기업의 방패 역할을 맡고 있다.
 
김 변호사는 “새 정부에서 합수단이 다시 부활하게 돼 금융증권범죄 사건들에 대해 보다 전문적인 수사가 진행될 것”이라며 “주가조작, 내부자거래 등 전통적인 증권범죄에 대한 단속 강화가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부동산 가격 폭등이나 정책실패 등으로 시중의 자금이 주식시장 외에도 비트코인 등 가상자산에 몰리고 있다”며 “이에 따라 이번 ‘테라·루나 사태’와 같은 대규모 피해자가 발생하는 사건도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합수단, 가상화폐전문가들 손 빌릴 듯"
 
다만 “가상자산 시장 사건은 아직 관련 법령 정비가 되어 있지 않아 일반 형법을 적용하거나 자본시장법이 아닌 다른 유사 법률을 검토해야할 경우가 더 많다고 생각한다”며 “합수단으로서도 이번 ‘테라·루나 사태’와 같은 사건을 수사해본 경험은 없을 것이나 금감원, 거래소, 핀테크 종사자 등 여러 기관에서 블록체인과 가상자산전문가들을 수사팀에 참여시켜 대응해 나갈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또한 “중요한 것은 상장회사 경영자들의 정상적 회사 운영 관련 금융당국의 오해나 잘못된 판단으로 자칫 범죄혐의자로 조사를 받게 되는 경우 그 자체로 그 기업이나 회사 경영자, 그 회사에 투자한 소액주주 등에 대한 피해가 매우 클 수 있다”며 “이런 리스크와 피해에 대한 적절한 대응을 위해 태평양에서 선제적으로 자본시장 불공정거래 TF를 출범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김 변호사는 검사 재직 시절 금융위원회에 법률자문관으로, 금융정보분석원(FIU) 심사분석실장으로 2차례 파견돼 각종 금융관련 업무를 수행했다. 2010년 금융위 법률자문관으로서 자본시장조사심의위원회(자조심) 위원으로 위촉돼 각종 불공정거래 의혹 사건을 다뤘고, 2016년 FIU에선 자금세탁 흐름 등을 분석했다. 금융위에서 이 같은 경험을 갖춘 김 변호사는 금융당국 조사 단계부터 투입된다.
 
금융감독원에는 온갖 민원이 들어온다. 금감원에 들어온 민원 중엔 조사의 단서가 될 만한 제보도 있지만 그 중엔 경영권 싸움에서 상대를 무너뜨리기 위한 고의적 민원도 적지 않다. 그 과정에서 잘못된 정보가 시장에 퍼지면 이는 주가 하락에 따른 개인투자자 피해로 이어진다.
 
그는 “(금감원에 들어오는) 민원 중에 다소 오염된 정보가 섞여 있는 경우가 있다 보니 조사를 하는데 있어 상당한 신중을 기해야 한다”며 “정보가 있다고 바로 (조사에) 들어갔다가 오히려 엉뚱한 곳에서 피해가 발생하는 경우도 많다”고 했다.
 
'오염된 민원'으로 엉뚱한 곳 피해 발생
 
이를테면 오염된 민원에서 시작된 당국의 조사로 한 상장회사가 자본시장법 위반 등의 혐의를 뒤집어써 검찰 수사를 받게 되면 그 소식이 시장에 순식간에 퍼지고 이는 곧바로 기업 신뢰도 하락, 주가 폭락으로 이어진다. 신용도 하락으로 기업은 대출이 막히고, 주가가 계속 떨어지는 악순환이 이어지며 개인투자자들은 돈을 잃게 된다.
 
김 변호사는 “자본시장법 위반으로 기소되는 경우 최종적인 유무죄를 떠나 그 자체만으로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며 “죄를 범한 사람은 그에 상응하는 처벌을 받아야 하나, 변호사로서는 금융당국과 검찰의 잘못된 조사, 입건, 기소 등을 하지 않도록, 억울한 피해자가 생기지 않도록 할 책임이 있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합수단이나 금융조사부에서 기소한 사건 중 무죄 선고된 사건도 적지 않다. 그는 “이런 사건들 대부분 금감원 조사 및 검찰 수사 단계에서 잘못된 증거판단이나 법리검토로 인한 경우가 많다”며 “그만큼 금융범죄사건은 검찰과 피의자 및 변호인의 치열한 다툼이 있는 고도의 전문적 영역”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맡았던 사건도 금융위 자조심 심의를 거쳐 증권선물위원회(증선위)에 ‘검찰 고발’ 여부 안건으로 회부된 사건이었다. 당국에서 회사 경영자들의 사적인 발언 등을 문제 삼은 사안으로 김 변호사는 이들의 발언 취지나 내용, 객관적 증거 등을 변론해 당국의 검찰고발·통보 조치를 막아냈다.
 
김 변호사는 “검사가 수사를 통해 증거를 찾아 기소 여부를 결정하듯 변호사도 의뢰인이 억울한 피해를 보지 않도록 객관적인 사실관계 파악을 위한 자료수집과 충실한 법리를 중심으로 한 변호를 최우선으로 하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 27일 서울 종로구 법무법인 태평양 사옥에서 만난 김범기 변호사. (사진=법무법인 태평양)
 
박효선 기자 twinseven@etomato.com
박효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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