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주 중 한동훈 법무부 장관 직속의 ‘인사정보관리단’이 공식 출범한다.
인사정보관리단은 윤석열 대통령 임명직 공직후보자의 개인정보를 수집하고 관리하며 과거 청와대 민정수석실의 공직자 인사검증 기능을 그대로 가져온 조직이다. 구체적 범위는 정해지지 않았다고 하지만 검찰과 경찰, 국가정보원, 국세청, 금융감독원 등 전 부처 고위 공직 후보자뿐 아니라 대법원장 등 고위 법관 후보자 개인정보까지 수집·관리 대상이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행정부처인 법무부가 사법부 고위인사들의 내밀한 신상정보를 수집·관리하게 되면 그로 인한 각종 오·남용 의혹은 피할 수 없다. 인사검증이라는 명목 하에 법무부가 사실상 최고위법관을 선택할 수 있고, 판결에 따라 쥐고 있는 재판장 인사 정보를 수사 자료로 활용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현재 대통령실에서 인사 추천 업무를 담당하는 인사기획관(복두규)과 인사비서관(이원모)부터 최종 인사 검증을 맡는 공직기강비서관(이시원)까지 모두 검찰 출신이다. 여기에 한 장관 직속 인사정보관리단은 공직자에 관한 정보를 수집·관리하게 되면서 공직자 인선의 모든 과정에 검찰의 입김이 작용할 소지가 커 보인다.
법무부는 한 장관이 중간보고를 받지 않기로 했고, 내부에 분명한 ‘차이니스월’(부서간 정보교류 차단)을 쳐서 인사검증 정보가 외부에 유출되는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겠다고 했지만 위법 논란은 가라앉지 않는다.
헌법 96조에 따르면 행정 각부 설치 조직과 직무 범위는 법률로 정한다고 명시돼 있다. 정부조직법상 법무부 장관의 사무 관장 범위는 검찰·행형·인권옹호·출입국관리 그 밖에 법무에 관한 것으로 규정한다. 이에 따라 인사는 법무장관 직무 범위가 아니라는 해석이 나오며 위헌·위법 시비가 끊임없이 제기된다.
그럼에도 인사혁신처가 아닌 굳이 법무부에 인사검증 조직을 설치한 것에 의구심을 지울 수 없다.
최근 대한변호사협회는 오는 9월 퇴임하는 김재형 대법관 후임으로 홍승면 서울고법 부장판사와 김주영 변호사, 김형두 법원행정처 차장 3명을 추천했다. 조만간 윤 정부 들어 처음으로 대법관 인선 절차가 시작될 전망이다.
과거 한 장관은 ‘사법농단’ 수사를 이끌며 유해용 전 대법원 수석·선임재판연구관, 이규진 전 대법원 양형위원회 상임위원, 이민걸 전 법원행정처 기획조정실장 등 전·현직 판사들을 직권남용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
이들 법관을 기소하며 한때 사법부의 독립을 지켜주고자 했던 한 장관이 오늘날 사법부 독립을 훼손시킬 것이라는 반발을 사고 있는 것은 아이러니하다.
사법농단 사태는 과거의 관행이 더 이상 작동해선 안 된다는 것을 보여준 상징적 사건이었다. 일선 판사들이 숱한 우여곡절을 거쳐 어렵게 1보 전진한 사법개혁이다.
그만큼 사법부의 독립은 그 무엇과도 타협할 수 없는 가치다. 과거로 돌아가려는 관성은 더 이상 안 된다.
박효선 사회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