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용준 기자] 심야택시 대란으로 택시업계의 치부가 드러난 가운데 해법을 두고 업계·전문가와 서울시가 엇갈리고 있다.
12일 서울시와 업계에 따르면 7만1000대인 서울 개인·법인택시는 인구 138명당 한 대꼴로 이웃나라 일본의 505명당 한 대에 비해 모자른 편이 아니다.
하지만, 거리두기 해제로 심야 유동인구가 급증하는데도 심야에 운행하는 택시는 2만1000~2만5000대 수준이다. 특히, 심야택시 대란으로 택시업계의 고령화와 기사 부족 문제가 여실히 드러났다. 개인택시 기사의 44%가 65세 이상이다. 이들은 취객과의 시비를 피하고 가족과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주간운행을 선호한다.
법인택시의 가동률도 35%에 그친다. 기사가 없어서 운행을 안 하고 있는 택시가 많다는 얘기다. 코로나를 지나며 승객이 줄어들자 수입 감소를 이유로 젊은 기사들이 배달·택배·대리운전으로 1만명 이상 빠져나갔다.
업계와 전문가가 말하는 공통적인 해법은 요금 현실화다. 턱없이 낮은 요금을 현실화해 택시기사의 수입을 일정 수준 이상 보장해야 다시 40~50대 기사들을 늘릴 수 있다는 취지다.
법인택시들은 전액관리제를 도입해 주 40시간, 26일을 만근했을 경우 기사들이 월 242만원 가량(서울시 추산)의 수입을 올릴 수 있다.
구체적인 수입이야 각 회사의 노사 합의 결과에 따라 달라지지만 현 요금체제에선 기사의 수입을 더 늘리기엔 한계가 분명한 실정이다.
송임봉 서울택시운송조합 전무는 “대한민국에 다른 요금은 다 오르는데 택시요금만 안 올라 택시 기본요금(3800원)으로 스타벅스 커피 한 잔(4500원)도 못 사먹는다”며 “택시를 대중교통으로 인정해 버스·지하철처럼 월 350만원 이상 주면서 재정 지원을 해주거나, 요금을 자율화할 수 있도록 풀어줘야지 이대로는 업계 전체가 고사 직전”이라고 말했다.
서울의 현 택시요금은 주간 기준(심야 20% 할증) 2km까지 3800원, 이후 132m당 100원, 31초당 100원이 붙는다. 일본 등 해외 택시요금에 비춰 볼 때 현저히 낮은 수준이다.
전문가들은 전반적인 요금 현실화와 더불어 제2의 심야택시 대란을 막기 위한 방편으로 심야할증제도의 개선을 주문했다. 심야시간 택시 공급을 근본적으로 늘리려면 자정부터 새벽 4시까지 20% 할증 적용되는 현 제도의 적용시간을 늘리고 할증률도 30~40%로 확대하는 것을 검토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안귀정 서울연구원 연구위원은 “근본적으로 요금 조정을 확실히 해 처우를 개선하고 전액관리제가 과도하게 회사 측에 유리하게 적용되지 않도록 뒷받침해야 기사들이 안정적으로 소득을 가져갈 수 있다”며 “근로기준법에서 밤 10시 이후 야간근로수당을 주는 것처럼 택시도 밤 10시 이후부터 새벽 6시까지 수요에 맞게 할증률을 적용해야 수익자 부담의 원칙에도 맞다”고 강조했다.
반면, 서울시는 요금 인상에 대해선 검토하지 않고 있다는 입장이다. 오세훈 서울시장도 “지금은 때가 아니다. 생활물가가 올라서 다들 힘들어하니 서울시가 품어 안고 중앙정부 지원을 받더라도 버텨보자”며 당분간 대중교통 요금 인상은 없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대신 서울시는 심야시간에만 법인택시 리스제를 한시적으로 운영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차고지에 놀고 있는 택시를 리스(임대) 방식으로 심야시간에 투입해 공급을 늘릴 계획이다. 법인택시업계에서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샌드박스를 신청한 상태로 서울시는 국토교통부와 함께 협의할 방침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물가 인상이 예민한 시기에 정해져 있는 요금체계를 당장 건드리는 건 쉽지 않다”며 “택시 수요와 공급이 맞지 않는 심야시간에 리스제를 3000대 가량 시범적으로 투입해 대응하고자 논의 중”이라고 말했다.
지난달 30일 서울시내 택시회사 차고지에 택시가 가득 차 있다. (사진=뉴시스)
박용준 기자 yjunsay@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