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장윤서 기자] 우상호 의원이 이끄는 ‘혁신 비상대책위원회’가 10일 공식 출범했다. 6·1지방선거 참패 이후 당 정상화를 위해 꾸려진 비대위인 만큼 우 의원의 어깨도 무겁다.
우선 우 의원은 선거 책임을 두고 벌어진 친문(친문재인)과 친명(친이재명) 간의 갈등 봉합과 차기 당대표 및 최고위원을 선출하기 위한 전당대회 준비에 만전을 기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친문과 친명이 차기 당권을 두고 치열하게 맞붙으면서, 전당대회 룰 셋팅에서 우위를 점하려는 양측의 싸움은 날로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 특정 계파에 치우치지 않았다는 평가를 받는 우 의원의 갈등 중재 능력에 관심이 모아지는 이유다. 여기에 대선에 이어 지방선거 패배로 인한 당 혁신 과제까지 더해지면서 우 의원의 어깨는 한층 더 무거워지게 됐다.
더불어민주당 혁신 비상대책위원장으로 추대된 우상호 의원이 지난 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를 마친 후 취재진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과제1. 선거 참패 두고 떠오른 친문·친명 갈등
민주당은 10일 중앙위원회에 우 의원을 비대위원장으로 하는 비대위 구성안을 온라인 투표에 부친 결과, 총 투표자 452명 중 찬성 419명(92.7%) 반대 33명(7.3%)로 의결했다. 이로써 ‘우상호 비대위’가 공식 출범하게 됐다.
우 의원이 비대위원장으로 추대된 배경에는 그가 계파색이 옅다는 점이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특정 계파가 비대위원장을 맡을 경우 다른 계파에서 반대하면서 갈등이 심화될 수 있지만 우 의원은 어느 계파에도 치우쳐 있지 않다. 또 당내에서 인맥이 두터워 친문과 친명 간의 갈등을 중재할 적임자라는 평가도 나왔다.
우 의원은 비대위원장으로서 우선 친문과 친명 간의 ‘책임’ 공방 등 갈등을 봉합해야 하는 숙제를 떠안았다.
앞서 6·1지방선거에서 민주당이 참패한 뒤 친문계 의워들은 ‘이재명 책임론’을 강하게 제기했다. 이재명 의원은 전국 선거 총괄을 이유로 정치적 고향인 경기도 성남을 두고 당선 가능성이 높은 인천 계양을 지역에 출마했다. 하지만 정치적 무명에 가까운 윤형선 국민의힘 후보와 초접전을 벌이면서 오히려 당 지도부가 이 의원 지원에 총력전을 펼쳐야 하는 상황이 이어졌다. 결국 민주당은 전국 17개 광역자치단체장 12곳을 국민의힘에 내주고, 5곳만 지키게 되면서 참패했다.
그러자 친문을 중심으로 이 의원에 대한 책임론이 곧장 빗발쳤다. “책임자가 책임을 지지 않고 남탓을 한다”(이낙연 전 대표), “사용과 선동으로 당을 사당화시킨 정치의 참담한 패배”(홍영표 의원) 등과 같은 비판이 쏟아진 것. 친명계 의원도 지지 않고 “문재인정부도 선거 패배에 책임이 있다”고 반격하고 나서면서 양측 간의 공방이 이어졌다.
여기에 이 의원의 핵심 지지층인 개딸(개혁의딸)은 이재명 책임론 등을 연일 제기하고 있는 홍영표 의원의 지역 사무실에 ‘치매냐’는 인격 모독성 내용이 담긴 대자보를 붙이면서 감정의 골도 깊어졌다. 이 의원까지 나서서 지지층을 자제시키면서 진화하고 있지만 양측의 갈등은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이 지난 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내 의원실로 첫 등원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과제2. 전당대회 룰 세팅
전당대회 룰도 첨예한 사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특히 친문과 친명 모두 당권에 관심을 두면서 양측 간의 새로운 갈등으로 떠오르고 있다. 현재 민주당은 중앙위원회 예비경선(컷오프)을 진행한 뒤 본선에서 대의원 45%, 권리당원 40%, 일방당원 여론조사 5%, 일반국민 여론조사 10%의 투표 결과를 합산하는 방식으로 당대표를 선출한다.
이를 두고 친명계는 권리당원 반영비율을 높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표면적으로는 ‘당원이 주인인 정당을 만들자’고 하지만 실상은 이 의원에 대한 권리당원의 지지가 높기 때문이다. 이에 맞선 친문계는 ‘현행 규정을 따라야 한다’는 입장이다. 친문계의 경우 현행에서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하는 대의원(45%)에서 높은 지지를 받고 있다. 대의원의 경우 국회의원 영향력 아래에 있는데, 숫자 상으로 봤을 때 친문계 의원들이 다수를 점해 친명계를 압도한다.
최근에는 양측이 지도체제를 두고 맞붙고 있다. 우선 현행인 단일지도 체제를 유지하자고 주장하는 측은 친명계다. 당헌·당규에 따르면 민주당은 당대표와 최고위원 선거를 분리하는 단일지도체제를 운영해왔다. 이렇게 될 경우 공천권이 당대표에 집중되면서 친명계 의원들도 세 확장을 도모할 수 있다. 이 의원과 가까운 김남국 의원은 전날(9일) KBS라디오에서 “단일지도체제로 신속한 의사 결정을 통해 확실하고 단단한 야당이 견제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게 필요할 것 같다”고 주장했다.
반면 친문계는 통합형 집단지도체제를 주장하고 있다. 통합형 집단지도체제는 당대표와 최고위원 득표 순서를 동시에 선출하는 방식이다. 이를 통해 당대표에 집중된 공천권 일부를 최고위원도 가질 수 있도록 하자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 대표가 유력한 당대표 후보로 손꼽히는 상황에서 그의 반대 진영에 섰던 의원들이 공천 학살을 당할 수 있다는 우려에서 나온 방안으로 풀이된다.
친문계 의원인 강병원 의원은 지난 9일 재선의원 모임을 마친 뒤 “향후 우리 당의 지도체제로 통합형 집단지도체제를 재선 의원 다수의 의견으로 모았다”며 “당의 다양한 목소리가 분출돼야 하고 그 목소리를 수렴하는 데 적합한 것이 통합형 집단지도 체제”라고 강조했다.
강병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재선의원 간담회에서 취재진을 향해 비공개 회의임을 알리고 있다. (사진=뉴시스)
과제3. 대선·지선 패배에 떠오른 당 쇄신
대선과 지선 기간에 꾸준히 제기되어 온 당 쇄신과 혁신 방안도 비대위의 주요 의제가 될 전망이다.
문제는 당내에서도 비대위 성격을 두고 관리형이냐 혁신형이냐를 두고 공방이 이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이 의원과 가까운 박 원내대표는 지난 8일 “당의 혁신과 변화는 정기 전당대회를 통해 선출된 차기 지도부가 해나가는 것이 맞다”고 했다. 반면 초선 몫으로 비대위원으로 내정된 이용우 의원은 “관리형 비대위로 전당대회만 잘 치른다면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는다”며 “쇄신이 수반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원외 비대위원으로 내정된 김현정 경기 평택을 지역위원장도 “혁신형 비대위라고 규정했기에 대선을 평가하면서 어떻게 혁신할지도 제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만, 우 의원이 시간이 두달 밖에 주어지지 않아 당내 갈등, 전당대회 준비에 이어 혁신안 제시까지 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장윤서 기자 lan4863@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