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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용산공원 시범 개방…시민들 '걱정 반 기대 반'
첫날 한산...아이·젊은 층 보다 노인 많아
입력 : 2022-06-13 오전 6:00:00
 
[뉴스토마토 윤민영 기자] 미군에게 반환 받은 용산공원 일부가 10일부터 열흘 간 시민들에게 개방된다. 일제 강점기와 미군 주둔으로 우리 국민이 들어가지 못했던 용산공원 일부가 120년 만에 시민 품으로 돌아온 셈이다.
 
용산공원 입구에는 일제 강점기 시절 일본군이 방공작전 벙커로 사용했던 건물이 그대로 남아있었다. 공원 곳곳에는 영어 표지판과 함께 붉은 벽돌의 1층짜리 주한미군 숙소가 줄줄이 배치돼 있었다.
 
시범 개방 첫날 용산공원을 찾은 시민들은 예상보다 많지 않아 한산한 분위기였다. 오전에는 노인들이 대부분이었고, 오후가 되어서야 20대나 아이들과 함께 나온 젊은 엄마들이 보였다. 이들 모두 환경오염에 대한 우려와 기대가 섞인 반응을 보였다. 개방에 앞서 용산공원은 토양에서 기준치의 최대 34배가 넘는 발암 물질이 검출된 사실이 알려지며 안전성 논란이 많았다.
 
용산공원 인근 아파트에 거주한다는 한 모녀는 "미군부지였던 곳을 실제로 체감할 수 있다는 점에서 새로운 경험이 됐다"며 "환경오염에 대한 생각은 했지만 실제로 와보니 공간이 트여 있어서 생각보다 산책하기 좋았고 앞으로 관리를 잘하면 괜찮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고 방문 소감을 밝혔다.
 
아이와 함께 공원을 찾은 가족은 한강공원에 비해 오히려 치안 등이 안전할 것이라는 데 기대감을 드러냈다.
 
어린 자녀와 바람을 쐬러 나온 30대 여성은 "정부가 환경오염에 대해 조사와 관리를 많이 할 거라고 생각한다"며 "강물이 있고 술을 마시는 사람들이 있어 위험성이 높은 한강공원에 비해 용산공원은 가족들 위주로 안전하게 지낼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번에 개방된 용산공원은 지하철 4호선 신용산역에서 시작해 주한미군 숙소와 대통령실 남측 구역을 지나 스포츠필드(국립중앙박물관 북측)에 이르는 직선거리 약 1.1㎞에 달한다. 대형 공원이지만 규모에 비해 의자나 쉼터 등 방문객들이 휴식할 수 있는 공간은 다소 부족했다. 간이 테이블과 의자를 놓고 트럭에서 파는 음료를 마실 수 있는 임시 공간만 입구 근처에 마련돼 있었다.
 
거리에서는 의장대 공연, 마술쇼 등 방문객을 위한 행사도 연이어 진행됐다. 다만 공연을 관람할 수 있는 시설이 부족하다보니 방문색은 간이 의자나 길에 앉아서 이를 감상해야 했다. 공연을 제외하면 볼거리가 다소 아쉽다는 반응도 있었다.
 
데이트 장소로 용산공원을 찾았다는 한 커플은 "생각보다 볼거리가 많이 없었다"며 "개선 사항을 건의할 수 있는 경청 우편함에 볼거리와 쉴 공간을 늘려달라고 썼다"고 전했다.
 
평지라서 걷기에는 좋지만 도로에 턱이 있어 전동 휠체어가 다니기에는 불편한 점도 있었다는 지적도 나온다.
 
아침 일찍 노원구에서 왔다는 70대 시민은 "용산공원에 간다고 하니까 주변에서 건강이 걱정된다고 가지말라 말렸다"면서도 "몸이 불편하지만 궁금해서 왔는데 전동 휠체어 타고 있어서 직원들의 도움을 받아야 할 때가 있었다"고 지적했다.
 
바람개비가 조성된 들판으로 향하다 보면 대통령 집무실을 볼 수 있다. 집무실 앞에는 카메라와 센서를 단 인공지능 경호 로봇이 24시간 돌아다닌다. 사람을 대신해 폭발물 감지 등 위험 상황을 인지하고 이를 관제센터 등으로 보내는 역할을 한다. 
 
정부는 오는 19일까지 용산공원 내 장군 숙소 등 약 10만㎡ 면적을 일반 국민에게 시범 개방한다. 환경·시민단체가 즉각 임시 개방 중단을 촉구하는 가운데 정부는 공원 이용 시간을 2시간으로 제한했다. 그러나 별도의 이용시간을 저지하는 시스템은 없어 당분간 유해성 논란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10일 서울 용산공원 전망대에서 공원 일부와 대통령 집무실이 보이고 있다. (사진=윤민영 기자)
 
윤민영 기자 min0@etomato.com
 
윤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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