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상호 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이 1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뉴스토마토 김광연 기자] 우상호 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이 12일 당내 계파 싸움 관련해 "'수박'이라는 단어를 쓰는 분들은 가만히 안 두겠다"고 경고했다. '수박'은 이재명 의원 지지자들이 대선 경선 경쟁자였던 이낙연 전 대표의 측근 등 친문계 정치인을 비난할 때 쓰는 표현으로, 당내 계파 갈등을 상징하는 말이다.
우 위원장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당내 다양한 견해가 분출되는 것은 좋다고 생각한다"며 "다만 이전에 원내대표를 할 때도 쓸데없는 말을 하는 의원들을 가만히 놔두지 않았다. 이번에도 조심들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수박이라는 게 겉은 민주당 사람이면서 속은 국민의힘이라는 것 아니냐"며 "수박이라는 말을 쓰는 사람이 있는데, 과일에 대한 말, 저열한 언어는 쓰지 말라는 것이다. 건강한 발언을 했으면 좋겠다. 국민이 뭐라고 생각하겠느냐"고 꼬집었다.
최근 친명 김남국 의원과 정세균계 중진 이원욱 의원은 수박 논쟁을 벌였다. 이 의원이 "수박 정말 맛있다"며 수박 사진을 올리자 김 의원은 "국민에게 시비 걸듯 조롱과 비아냥거리는 글을 올리는 건 잘못된 행동"이라고 지적했다. 두 사람은 이후에도 설전을 주고받았다.
우 위원장은 최근 당내에서 문제가 된 문자폭탄 관련해 "이재명 의원이 적절한 시기에 자제 발언을 해줬다. 최근 제가 받는 문자들에도 욕설이 거의 사라졌는데, 개선 효과가 있다고 생각한다"며 "문자 자체는 당원이든 국민이든 건강한 토론이 되는 것으로 직접민주주의에서 권장되는 것이다. 다만 특정 좌표로 찍어서 문자를 500통, 1000통씩 보내는 것은 소통이 아니다"고 지적했다.
우상호 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이 1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머리를 만지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어 "팬덤 문화에 대해 앞으로 건강하게 토론할 기회를 가지려고 한다. 당원 의견을 듣고자 한다"며 "최근 팬덤 문화를 주도하고 있는 분들과 대화할 생각"이라고 했다.
향후 비대위 운영 방안을 놓고 "비대위 목적은 말 그대로 당의 비상한 상황을 극복하는 데 있다. 당장 눈앞에 시급한 것은 당의 위기 요인을 분석하는 것이 가장 큰 역할"이라며 "8월 전당대회 일정과 규칙들을 확정함으로써 다음 주자들을 준비하는 게 주요한 과제"라고 설명했다.
우 위원장은 "대선과 지방선거 평가단 관련해 평가를 실천할 수 있는 시간적 여유가 없어 다음 지도부가 당을 이끌 때 하는 게 맞지 않느냐"며 "비대위는 과도한 가이드라인을 세우지 않으면서 또다른 내분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만전을 기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당 대회 룰 변경 관련해 "앞으로 전당대회 준비위에서 의견을 수렴해 결정할 문제"라며 "다만 국민과 당원들의 요구가 있기 때문에 적어도 어떠한 대목들에서 왜 이런 규칙이 있는지는 설명하고, 불필요한 오해를 제거하겠다"고 했다.
우상호 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이 1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미소 짓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우 위원장은 "민주당의 가장 큰 위기 요인이 무엇인지 보면, 저는 첫 번째는 신뢰의 위기가 왔다고 보고 있다. 결국 국민이 민주당에 걸고 있었던 기대가 많이 약화되었다는 것을 뼈 아프게 인정한다"며 "방향은 유능한 민생정당으로 거듭나는 것이 첫 번째 목표로, 국회의원 한명 한명이 현장의 목소리를 경청하고 소통하려고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두 번째 위기 요인은, 분열의 위기라고 생각한다. 우리 민주당 내의 여러 가지 제도문제, 정책, 노선과 비전에 대해서 저는 더 활발한 토론을 보장할 생각"이라고 했다.
그는 "세 번째 방향은 당의 체질과 문화, 그리고 태도도 변화시켜야 국민의 지지를 회복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제 민주당은 여당이 아니고 야당"이라며 "야당은 강력한 야당으로서의 자기 정체성을 가져야 한다. 정권이 잘못하고 있는 것에 대해서는 정말로 과감하고 강력한 견제의 능력을 가져야 한다"고 했다.
김광연 기자 fun3503@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