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스플레이 업계가 요즘 부쩍 분주하다. 당장 8월 4일 시행되는 ‘국가첨단전략산업 특별법’에 디스플레이를 포함시키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른바 반도체 특별법이라 불리는 국가첨단전략산업 특별법은, 정부가 반도체·배터리·바이오 기업에 세액공제, 펀드 조성, 민원 처리 등을 지원한다는 게 골자다. 뿐만 아니라 인력 유출에도 든든한 지원군이 된다. 정부는 기업-전문인력 간 비밀유지와 이직제한 등에 대한 계약을 체결할 수 있도록 근거를 마련했다. 전략물자인 반도체의 인력 유출 방지를 위해 정부가 적극 지원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반도체처럼 부품산업이자 인력 유출이 심한 디스플레이가 해당 특별법에서 제외됐다. 그러자 ‘디스플레이 홀대론’이 나왔다. 디스플레이 업계도 반도체를 중심으로 해당 특별법이 만들어진 것을 이해 못하는 것은 아니다.
반도체는 전 세계에서 미국, 한국, 대만 3개국이 주도하고 있으며, 특히 반도체가 전략 물자로 분류되면서 아시아로 치우쳐져있는 공급망을 미국과 유럽연합이 자국 중심으로 재편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인력 이탈도 심화하고 있다. 디스플레이 인력이 반도체로 옮기는 경우도 적지 않다.
바이오는 21세기 인류가 격은 전대미문의 바이러스 출현으로 부상했다. 반도체 특별법에 포함된 이유가 납득할 만하다. 배터리도 마찬가지다. 전기차 시대 도래로 배터리 중요성도 커졌다.
하지만 디스플레이 업계는 정부가 생태계 안정화를 위해 반도체·배터리·바이오에 힘을 쏟은 이후 디스플레이를 챙기면 늦다고 입모아 말한다. 더욱이 반도체는 3개국이 주도하지만 디스플레이는 한국과 중국 두 곳만이 주도하는데 정부가 뒤늦게 챙기려 할 때면 중국이 이미 한국의 기술력을 넘어설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실제 중국 정부는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기업에 전폭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았고, 그 결과 중국 4대 디스플레이 업체 BOE, CSOT, 비전옥스, 티안마 등이 삼성·LG디스플레이의 LCD 시장에서 몰아냈다. 이 때문에 삼성·LG디스플레이는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기술을 앞당겼다. 그러나 삼성 LG 인력을 빼간 중국의 기술력이 턱밑까지 올라온 상황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지금은 반도체가 전략물자이고 인력도 많이 부족해 디스플레이 종사자들이 반도체로 많이 가기도 한다”면서 “반도체 인력 문제가 안정화되고 반도체 기술 격차도 많이 벌어진 이후 디스플레이 생태계를 챙기는 건 늦다. 그때 되면 중국의 디스플레이 기술력이 우리를 뛰어넘을 수도 있다”고 했다.
중국 디스플레이 업체들은 삼성이나 LG 전문 인력을 빼가고 있을뿐 아니라, 최고기술책임자가 40대로 젊은 세대들이 기술을 주도하기 시작했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전세계 중소형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시장에서 1위를, LG디스플레이는 전세계에서 대형 OLED 패널을 만드는 유일한 업체다. 중국의 인력 유출 현상이 심화하면 글로벌 중/대형 디스플레이 시장 1위 자리를 중국 업체에 내주게 될 미래를 생각해보지 않을 수 없다.
또 미중 갈등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중국이 글로벌 디스플레이 시장 1위에 올랐을 때 미국이 디스플레이를 전략물자로 삼고 디스플레이 공급망을 재편하려는 가능성도 생각해 볼 수 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해 4월 삼성전자를 비롯해 19개 글로벌 기업을 대상으로 진행한 백악관 화상회의에서 반도체 웨이퍼를 들어보이면서 반도체 산업의 중요성을 계속해서 강조해 왔다. 몇 년 후 그가 디스플레이 핵심 부품인 DDI를 손에 들고 있지 않으리란 보장이 없다.
오세은 산업1부 기자 os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