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장윤서 기자] 민주당이 차기 지도부 선출을 위한 전당대회준비위원장에 안규백 의원을, 선거관리위원장에 도종환 의원을 위촉하고 본격적인 전당대회 준비에 돌입했다. ‘룰 조정’을 시사한 우상호 비상대책위원장이 첫 공식회의에서 전당대회 준비 관련 사항을 의결하면서 친문(친문재인)과 친명(친이재명) 간의 본격적인 힘겨루기도 시작됐다.
민주당은 13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회의에서 안 의원을 전준위원장으로 위촉하고 해당 안건을 당무위원회에 부의하기로 했다. 전당대회 선거관리위원원장에는 도종환 의원이 위촉됐다. 신현영 대변인은 이날 비대위 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당내에서 특정한 정치 색깔이나 특정 계파에 치우치지 않고 중립의 의무를 지킬 중진위원으로 (인선을)검토했다”고 인선 배경을 설명했다. 조오섭 대변인도 “전준위에서 당헌·당규를 개정할 때 갈등상황이 발생할 수 있는데, 그에 대한 조정 능력을 충분히 고려해 위촉했다”고 말했다.
이는 당내 계파 갈등을 의식한 결정으로 풀이된다. 안 의원과 도 의원은 각각 범친문계로 분류되지만 합리적인 데다, 상대적으로 계파색 또한 옅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민주당은 전준위가 꾸려지는 대로 경선 룰을 확정하고 본격적으로 전당대회를 준비할 계획이다. 앞서 우상호 비대위원장은 전날 기자간담회에서 전당대회 투표 반영 비율을 조정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그는 “최근 2~3년 사이 당원이 굉장히 많이 늘어 대의원과 권리당원의 비율이 1대 30이었던 것이 1대 90까지 늘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며 “당원의 반영 비율이 너무 낮지 않냐는 불만이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조정이 필요하다”면서 “다만 몇 대 몇으로의 조정이 바람직하냐는 전준위가 만들어지면 거기서 합리적으로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친문과 친명계는 우 위원장 의도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현행 전당대회 룰(대의원 45%, 권리당원 40%, 일반당원 5%, 일반국민 10%)에서 어느 쪽에 가중치를 두느냐에 따라 당권주자들의 운명이 갈리기 때문이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이 지난 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내 의원실로 첫 등원을 하며 취재진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친명계는 권리당원 비율을 높이고, 대의원 비율을 낮추거나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재명 의원과 가까운 현근택 변호사는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국민의힘도 지역간 불균형이 있지만 대의원제를 폐지했고 지명직 최고위원 등으로 보완할 수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대의원제는 보완할 것이 아니라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안민석 의원도 전날 페이스북을 통해 “계파 청산을 위해 대의원 특권을 폐지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친명계는 이재명 의원의 지지층 대다수가 권리당원인 점에 주목, 이들 비율을 높여 당권 획득에 한 발 다가서겠다는 포석이다. 특히 친명계는 권리당원 기준을 당비 6개월 이상 납부에서 3개월로 줄여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 의원의 핵심 지지층인 이른바 '개딸'이 지난 3월 대선을 기점으로 대거 입당하면서, 이들의 표심 반영을 위한 일종의 노림수다.
반면 친문계는 현행 룰의 유지를 주장했다. 친문계 핵심이자, 차기 당권 도전 의사가 있는 전해철 의원은 이날 MBC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전당대회에)당면해서 규칙을 바꾸는 일은 해서는 안 된다”며 “전당대회 규칙은 후보등록 개시 90일 전에 확정하도록 돼 있다. 이 규정에 따른 기한도 이미 넘겼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일부에서 이야기하는 대의원 비중과 권리당원 비중이 지나치게 한쪽으로 편중돼 있는 부분에 대해서는 조정은 가능하지만 본질적 변경은 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친문계가 현행 유지를 주장하는 이유 역시 당권을 위한 노림수다. 현행대로 유지될 경우 대의원의 영향력이 45%로 가장 크기 때문이다. 민주당의 당헌·당규에 따르면 대의원은 현역 의원을 비롯한 지역위원장이 임명하도록 되어 있다. 친문계는 당의 오랜 주류였던 만큼 대의원 장악력에 있어 친명계를 압도하는 것으로 평가 받는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조응천 더불어민주당 간사가 지난달 1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토위 전체회의에서 야당 반대에도 윤석열 대통령이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을 임명한 것에 반발하며 의사진행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쇄신파를 중심으로는 일반국민의 민심 반영비율을 높여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조응천 의원은 이날 YTN 라디오에 출연해 “50대 50도 좋다”면서 “최대한 민심에 가까이 가는 방법이라면 그게 구체적으로 50 이상 70”이라고까지 했다. 현행 10%의 민심 반영 비율로는 당심과 민심의 괴리를 좁힐 수 없는 데다, 국민의힘 경우 전당대회 컷오프시 당심 50 대 민심 50을 반영해 이준석 돌풍을 낳을 수 있었다.
일반국민의 비중을 키우면 이재명 의원에게 불리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이날 발표된 KSOI·TBS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이 의원의 당대표 출마가 부적절하다는 응답이 53.9%에 이르렀다. 반면 민주당 지지층은 74.4%가 적절하다고 답했다. 친명계인 현근택 변호사도 이날 CBS라디오에서 “국민 여론을 반영하면 이 의원에게 불리할 수도 있다”고 했다. 앞서 지난 10일 발표된 뉴스토마토·미디어토마토 39차 정기 여론조사 결과 역시 당심과 민심의 괴리가 컸다. 지방선거 참패에 대한 '이재명 책임론'에 대해 46.2%가 동의했으며, 연장선에서 50.8%가 이 의원의 전대 출마를 부정적으로 바라봤다. 다만 민주당 지지층으로 국한하면 84.2%가 '이재명 책임론'에 반대했고, 78.6%가 이 의원의 당대표 도전을 찬성했다.(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전당대회 룰을 둘러싸고 다양한 의견이 분출하는 만큼 비대위는 논의의 장을 마련해 수렴하는 과정을 거치겠다는 입장이다. 신현영 대변인은 “추후 전체 의원 워크샵을 통해 현안에 대해 충분히 대화하고, 다양한 의견을 서로 수렴하는 과정을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비대위는 이와 함께 대선·지방선거 평가단 역시 빠른 시일 내에 구성하겠다는 방침이다. 냉정한 선거 평가가 있어야 비대위도 당 혁신안을 만드는 만큼 속도감 있게 구성하겠다는 계획이다. 다만, 선거 평가가 본격화되는 과정에서 재차 이재명 책임론이 부각될 가능성이 커 계파 간의 충돌을 야기할 또 다른 뇌관이 될 공산이 크다.
장윤서 기자 lan4863@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