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지은 기자] 망이용대가로 법정 공방 중인 SK브로드밴드와 넷플릭스가 15일 열리는 항소심 3차 변론기일에서 '무정산합의' 여부를 두고 맞붙을 전망이다. 지난달 2차 변론기일 당시 재판부가 양사 간 비용을 내지 않고 망을 이용하기로 합의한 사항이 있는지를 중요 쟁점으로 꼽은 만큼 이날 무정산합의 존재 여부에 대한 공방이 펼쳐질 것으로 보인다.
넷플릭스는 SK브로드밴드와 2015년 이메일을 통해 연결방식을 논의할 당시 무정산으로 연결함(Settlement-Free Interconnection)을 전제로 교섭을 진행해왔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후 연결 당시 비용정산에 대한 언급이 없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2016년 1월 SK브로드밴드와 미국 시애틀에서 최초로 대가 지급 없는 오픈커넥트(OCA)와 직접 연결을 시작했고, 이후 SK브로드밴드 요청으로 연결 지점을 2018년 5월 일본 도쿄로 변경했으며 2020년 1월에는 홍콩이 추가됐다. 넷플릭스는 "OCA는 각 지역의 서버들과 백본 인프라로 구성되는데, 인터넷서비스제공자(ISP)들이 OCA를 통신망에 설치하면 트래픽을 95~100% 감소시킬 수 있다"면서 "SK브로드밴드가 OCA연결을 한 만큼 네트워크와 트래픽 규모가 동일한 두 사업자가 상호 접속해서 혜택을 공유하는 피어링 방식을 택한 것"이라고 주장한다.
이러한 근거를 중심으로 3차 변론기일에서 당시 SK브로드밴드가 비용 정산을 언급하지 않았다는 점을 강조할 가능성이 높다. '망이용대가를 지급받아야 연결한다'는 의사를 처음부터 가지고 있었다면, 대가 지급이 없는 무정산 방식의 OCA연결을 선택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점을 내세우려는 것이다.
서울 강남구 코엑스 대형 전광판에 상영 중인 넷플릭스 광고 모습. (사진=연합뉴스)
이에 대해 SK브로드밴드는 넷플릭스가 2015년경 무상 상호접속 약정을 제안한 것은 맞지만, 망이용대가를 부담해야 한다는 입장을 일관되게 밝혔다는 입장이다. 입장 차이로 망이용료에 대한 협의가 중단됐고, 2016년에는 퍼블릭 네트워크를 이용했기 때문에 자사 정책상 비용 정산을 하지 않았다. 하지만 연결 지점을 도쿄로 변경하면서 넷플릭스 전용망이 사용됐고 망이용대가 문제가 수면위로 떠올랐다는 것이다. 때문에 SK브로드밴드는 망 품질 문제가 발생하는 상황에서 망이용료 협상을 미뤄둔 채 증설에 나선 것일 뿐, 최초 합의가 없었다 해서 이것이 무상 이용에 대해 암묵적 합의한 것이 아니라고 재차 반박할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서는 3차변론기일도 넷플릭스와 SK브로드밴드 간 평행선을 달릴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보고 있다. 교섭 당시 주고받은 이메일이나 근무 인력 등 증거로 제출할 자료가 완벽하게 남아있지 않은 상황에서 논리 싸움으로 치닫을 수 있을 것이란 얘기다. 한 관계자는 "비슷한 해외 사례 등도 없는 상황에서 3차 변론도 양측의 입장을 확인하는 정도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지은 기자 jieune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