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배업계 노조가 잇따라 파업에 나서며 하투(여름 투쟁) 동력을 모으고 있다.(사진=뉴시스)
[뉴스토마토 최유라 기자] 화물연대 총파업이 7일 만에 가까스로 철회되면서 산업계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런데 이도 잠시, 택배업계 노조가 잇따라 파업에 나서며 하투(여름 투쟁) 동력을 모으고 있어 당분간은 배송지연이나 차질에 대한 우려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15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민주노총 전국택배노동조합 한진본부는 지난 4일부터 일부 지역에서 부분파업을 벌이고 있다. 노조는 쿠팡의 물량 이탈에 따른 택배기사의 생존권을 보장하라고 사측에 요구하고 있다.
사측은 쿠팡의 자체 배송에 따른 이탈 물량을 월 370만상자 수준으로 파악하고 있다.
한진(002320)은 물량이탈로 인한 택배기사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신규 화주를 유치했고 이미 이탈 물량 대부분을 확보했다는 입장이다.
한진 관계자는 "신규 화주를 유치해 쿠팡의 자체 배송에 따른 이탈 물량을 어느 정도 다 보완했다"며 "앞으로도 신규 화주를 계속해서 유치할 계획이다"고 말했다.
다만 한진택배 노조는 쿠팡 물량이 특정 지역의 택배기사에게 집중된 만큼 이탈물량을 확보하는 것이 실질적인 대안이 될 수 없다는 지적이다. 노조에 따르면 한진이 배송하는 쿠팡물량은 한진본사 물량의 15%이며, 중소도시와 군 단위에 위치한 한진택배에 40~70%의 점유율로 몰려 있다. 이미 쿠팡 물량이 빠진 경주, 이천, 평택은 배송 물량의 50%가 급감했다는 것이다.
한진택배 노조 관계자는 "전체 한진택배기사가 새로 확보한 물량을 N분의 1로 나눠서 배송하다 보니 기존에 쿠팡 물량 의존도가 높았던 택배기사는 줄어든 물량을 메꾸지 못하고 있다"며 "회사 입장에서는 이탈한 물량만큼 그대로 채워 손해 보지 않았겠지만 택배기사는 심각한 생계 위기에 처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진택배 노조는 조만간 서울에서 집회를 열고 쿠팡 물량 이탈에 따른 생존권 보장을 사측에 촉구할 계획이다.
지난달 택배노조 CJ대한통운 본부가 본사 앞에서 '경고 파업 돌입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사진=최유라 기자)
CJ대한통운 택배노조와 대리점연합은 지난 3월 총파업을 끝내고 업무를 재개하기로 합의한 바 있다. 공동합의문에는 조합원은 개별 대리점과 남은 계약 기간에 대한 표준계약서를 작성한 뒤 복귀하고 합법적 대체 배송을 방해하지 않는다는 내용이 담겼다. 부속합의서에 대한 논의는 이달 30일까지 마무리하고 개별 대리점이 총파업에 대한 민형사상 고소고발 취하도 합의했다.
하지만 CJ대한통운 택배노조는 일부 대리점이 계약을 강행하고 표준계약서 작성을 거부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현재는 CJ대한통운 택배노조가 부분파업을 벌이고 있지만 부속합의서 논의 기한인 6월30일이 다가오면 파업의 강도를 끌어올릴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CJ대리점연합회 관계자는 "조합원과 계약해지한 일부 대리점은 법원 판단이 나올 때까지 기존의 입장을 고수할 것으로 보인다"며 "이달 말까지 부속합의서 협상을 할 텐데 노조가 향후 투쟁 강도를 얼마나 끌어올릴지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이다"고 우려했다.
1~2위 택배사 외에도 택배노조 우체국본부는 우정사업본부와의 임금교섭 결렬로 오는 18일 경고 총파업을 예고하면서 택배 노동계의 하투가 본격화하는 모습이다.
앞서 14일 중앙노동위원회가 우정사업본부 노사 분쟁에 대해 '조정 중지' 결정을 내리면서 노조는 합법적 파업권인 쟁의권을 확보한 상황이다.
한편 전날 화물연대는 총파업 돌입 7일 만에 파업을 철회했다. 총파업으로 산업계 전반에 물류 피해가 확산하자 정부와 화물연대가 안전운임제를 연장 시행하는 방안 등에 합의하고 협상을 최종 타결 지었다.
최유라 기자 cyoora17@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