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변소인 기자] 도심형 전기자전거가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 동력을 공급하는 배터리뿐만 아니라 핸들링 기능도 크게 개선돼 바구니에 무거운 짐을 싣고 달리는 것도 무리 없이 소화해낼 수 있는 수준이 됐다.
지난 12일 반려동물이 삼천리자전거 2022년형 팬텀시티에 탑승해 있다. (사진=변소인 기자)
햇살이 좋던 지난 12일, 고양이와 함께 외출 채비를 했다. 이날의 목표는 자전거 드라이브였다. 기자가 키우는 반려묘는 어려서부터 이동가방을 이용한 외출을 종종 해왔기 때문에 나들이를 즐기는 편이다. 과연 커다란 이동가방과 꽤 무거운 반려묘를 싣고 제대로 된 주행을 할 수 있을지 반신반의하며 자전거에 올랐다. 고양이가 있는 이동가방은 바구니에 넣었다.
압도될 만큼 커다란 몸집의 삼천리자전거의 라이프스타일형 전기자전거 2022년형 '팬텀시티'는 바구니 크기 역시 넉넉했다. 꽤 큰 이동가방이었음에도 무리없이 소화해냈다. 사실 더 큰 문제는 크기보다는 무게다. 출발하기 전, 자전거 바구니에 노트북만 둬도 주행이 힘들었던 과거 경험이 언뜻 스쳤다. 험난한 주행이 될 수 있겠다 각오했지만 예상은 빗나갔다.
실제 달려보니 바구니에 무게가 많이 실려도 전기자전거의 동력 때문에 거침없이 질주할 수 있었다. 바퀴를 굴리지 않고 싶을 때는 스로틀 기능을 이용했는데 이때도 자전거가 쭉쭉 나아갔다. 반려동물이 겁을 먹으면 어쩌나 걱정도 됐지만 서스펜션 포크가 노면의 충격을 크게 줄여줬다. 주행 내내 고양이의 울음소리는 전혀 들을 수 없었다. 그만큼 편안했다는 증거다. 주행자 입장에서도 핸들의 높이가 높고 안장과의 거리도 멀지 않아서 매우 편안했다. 장시간 달려도 불편함이 없을 자세가 나왔다.
지난 12일 삼천리자전거 2022년형 팬텀시티에 반려동물과 이동가방이 실려있다. (사진=변소인 기자)
팬텀시티는 속도 조절을 0~5단계로 조정할 수 있는데, 가속이 붙으면 안 되는 코너에 당도했을 때 속도를 빠르게 0단계로 내릴 수 있어 편리했다. 저속으로 가야하는 구간에서는 사실 가장 낮은 속도도 부담스러울 수 있는데, 팬텀시티에서는 신속하게 속도를 제어할 수 있어 안심이 됐다. 게다가 브레이크를 사용하게 되면 전원이 자동으로 차단돼 위험한 상황을 방지하는 기능도 갖추고 있었다.
처음에는 반려묘와 함께 자전거로 주행이 가능한 것은 단순히 전기의 힘 덕분이라고만 생각했다. 하지만 주차를 하고서야 비로소 깨달았다. 자전거에서 내리자마자 바구니에 쏠린 무게 때문에 자전거가 넘어질 것이라 예상해 빠르게 바구니를 받쳤는데 그럴 필요가 없었다. 내려도 자전거는 멀쩡히 서있었다. 고양이만해도 4.5kg에다 가방까지 더하면 족히 6kg은 될 텐데 말이다.
비결은 얼라인먼트 스프링에 있었다. 2022년형 팬텀시티는 무거운 짐을 실어도 핸들이 균형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얼라인먼트 스프링이 적용됐다. 사용해보면 이 기능이 얼마나 유용한지 알 수 있다. 다른 자전거의 경우 짐을 싣고서는 자전거가 제대로 세워지지도 않아 잠시 정차하고 화장실을 다녀오는 것조차 힘들었는데 얼라인먼트 스프링은 균형을 단단히 잡아줬다. 자전거를 세워두고 고양이 사진을 찍는 것도 문제 없었다.
다만 주행을 마치고 자전거를 끌면서 이동할 때가 아쉬웠다. 도보 지원기능을 실행해봤지만 '지원'은 느껴지지 않았다. 자전거 자체도 무거운데 반려동물까지 더해져 그런가 싶어 이동가방을 바구니에서 빼서 직접 멘 후 자전거를 끌어봤지만 별 차이는 없었다. 팬텀시티는 시속 4km의 도보 지원기능을 지원한다고 하는데, 조금만 경사가 있어도 무거운 몸체의 존재감이 금세 느껴지기 시작했다. 특히 오르막에서 끌 때는 전혀 도움이 안 되는 수준이었다. 도보 지원기능의 경우 경사도에 따라 시속 4km 혹은 그 이상의 다른 속도가 균일하게 유지되도록 설정할 수 있다면 좋을 듯 싶다.
주행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온 고양이의 얼굴에는 만족감이 엿보였다. 반려동물과의 자전거 나들이를 꿈꿔봤던 이들이라면 후보군에 올릴 만한 제품임에는 틀림 없다.
변소인 기자 bylin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