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지영 기자] 새 정부가 과학기술 인재 양성에 강하게 힘을 실으면서 수험생들의 이과 쏠림이 더욱 심화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정부가 첨단기술 육성만 강조하면서 취업 시장에서의 '문송(문과라서 죄송합니다)' 현상이 지속할 것으로 예상돼서다.
20일 교육부에 따르면 이날 장상윤 차관은 서울대 반도체공동연구소를 방문해 관련 교수진, 산업체들과 신기술 인재 양성 방안을 논의했다. 이날뿐만 아니라 교육부는 최근 들어 반도체 인재 양성과 관련한 일정을 늘리고 있다. 지난 15일 세종청사에서 전 직원을 대상으로 한 반도체 산업 생태계 학습 포럼을 연 데 이어 '반도체 인재 양성 특별 미션팀'까지 결성한 상황이다.
이런 행보는 지난 7일 국무회의에서의 윤석열 대통령 발언 때문으로 보는 것이 중론이다. 당일 윤 대통령은 교육부에 '경제부처적 사고'를 강조하며 산업 발전에 필요한 인재를 공급해야 한다고 주문한 바 있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대비하기 위해 우리나라는 윤석열 정부 이전부터 과학기술 육성책을 펴왔다. 신기술을 개발할 인재가 부족하면 자칫 세계 무대에서 한국의 국력이 뒤처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다만 현 정부가 과학기술만을 대대적으로 강조하는 것은 수험생들의 문과 기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그래픽/구선정 디자이너
실제 종로학원이 이달 전국 자율형사립고(자사고)와 상위권 일반고 52곳 학교 3학년 문·이과 현황을 조사한 결과를 보면 학생들의 이과 선호가 두드러진다. 통합형 수능 도입 이후 이과가 입시에서 더 유리해진 탓도 있지만 앞으로의 취업 등을 고려해도 이공계열이 더욱 나은 선택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총 564개 학급 가운데 68.6%에 이르는 387곳이 이과반이었으며, 문과반은 177개 학급(31.4%)에 그쳤다. 이과반은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에서 과학탐구를, 문과반은 사회탐구를 선택한 학생이 모인 반이다. 2015학년도 수능 때는 이들 학교에서 문과가 46.3%, 이과가 53.7%로 거의 반반이었는데, 8년 만에 이과 쏠림이 더욱 심화한 것이다.
상위권 학생이 아니더라도 이과를 선호하는 추세다. 최근 8년 동안 수능 응시생들의 문·이과 선택 추이를 보면 이과 선택 학생들은 2015학년도 40.9%, 2018학년도 47.8%, 2022학년도 48.9%로 늘었다. 반면 문과는 꾸준히 하락세다.
이 가운데 정부가 반도체 인재 육성을 외치면서 입시 전문가들은 앞으로 이과 선호 경향이 더욱 짙어질 것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김병진 이투스 교육평가연구소장은 "정부의 정책으로 삼성이나 SK 같은 채용 연계형 대학 학과가 올해에도 자연계열에만 5개가 더 생겼다"며 "상황이 이처럼 흐르면 상위권 학생은 물론 아닌 학생들도 과탐을 선택하는 게 앞으로 취업 등 문호가 더욱 넓어질 수 있다고 생각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도 "새 정부 들어서 반도체 관련 정책이 계속 나오고 있고 앞으로도 나올 텐데 입시에 상당한 파장을 불러일으킬 것"이라며 "문과는 현재 모집 정원 채우기도 급급한 상황인데, 정부가 반도체 인재까지 육성하겠다고 나서니 이과 쏠림이 더욱 심화할 수 밖에 없는 구조"라고 진단했다.
김지영 기자 wldud91422@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