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변소인 기자] 각종 악재로 몸살을 앓고 있는 가구업체들이 초프리미엄 전략을 통해 탈출구를 모색하고 있다. 가격보다는 제품의 품질과 디자인에 더 관심이 많은 소비자를 타깃으로 눈높이에 걸맞은 제품을 선보이면서 초프리미엄 가구 제품 가격이 억단위로 올라서고 있다.
현대리바트의 클래식한 흔들의자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죠르제띠 무브 체어'. (사진=현대리바트)
가구 시장이 저가와 프리미엄으로 양분화되면서 소비자들의 수요에 맞추기 위해 프리미엄 제품을 개발하거나 유명 해외 제품을 수입하는 등 가구업계의 고가 제품 구색도 다양해지는 추세다. 고가 제품을 구입하는 이들에게는 차별화된 구매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 가구업계가 공을 들이고 있다.
현대리바트는 지난해부터 브랜드 고급화 전략을 펼치고 있다. 현대리바트는 서울 강남구 논현동 가구거리에 이탈리아 하이엔드 가구 브랜드 '죠르제띠'의 세 번째 플래그십 스토어를 열었다. 이번에는 죠르제띠 가구 품목 수와 라인업을 대폭 확대해 지난해 하반기 이태리 현지에서 선보인 죠르제띠 2022년 신제품 20여 종을 비롯해 '워크인클로젯'(WIC·걸어서 들어갈 수 있는 옷장), '아일랜드 주방' 등 시스템 가구를 새롭게 선보인다. 총 품목 수는 기존 쇼룸과 비교해 50여 종에서 90여 종으로 두 배 가까이 늘어났다.
이번에 선보이는 제품 가운데는 1억원이 넘는 제품도 있다. 원기둥 형태의 원목 가구 내부에 수납공간을 빌트인 구조로 설계한 캐비닛 '하우디니'는 1억4000만원대다. 원형 디자인의 식탁 '엔소'는 5000만원대, 곡선 구조를 강조한 패브릭 소파 '베스퍼'는 3800만원대다.
신세계까사도 꾸준히 프리미엄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지난 2018년 3월 신세계그룹이 정식 인수한 신세계까사는 그동안 공격적인 투자와 함께 고급화 전략을 통해 차별화된 상품 경쟁력을 키웠다. 까사미아의 패브릭 모듈형 소파 '캄포 시리즈'는 대표 제품으로 자리 잡아 실적을 견인하는 역할을 했다.
올해 1분기 신세계까사는 흑자 전환에 성공하며 지난해 1분기 매출보다는 48% 증가한 매출 732억원을 달성했다. 신세계까사는 원자재 가격 압박 속에서도 성장세를 지속하고 있다. 신세계까사는 아시아 국가 최초로 스웨덴 럭셔리 침대 브랜드 ‘카르페디엠베드’를 독점 론칭하기도 했다. 해당 제품의 경우 최고 4000만원대에 달하는 제품이다.
이들 기업에 비해 한샘은 프리미엄 이미지가 강하지 않지만 홈 리모델링 부문과 홈 퍼니싱 부문에서 프리미엄 상품을 강화할 예정이다. 가구 시장이 양극화되면서 프리미엄 시장도 대비하지 않으면 안되는 상황이 됐다.
한 가구업계 관계자는 "이미 가구 시장은 가성비와 프리미엄으로 양극화돼있다"며 "이런 시장의 흐름에 맞추려면 고급화 전략이 필요하다. 예전에는 논현동 가구거리에 한정돼 있었다면 이제는 대중 브랜드에서도 발 빠르게 대응해 프리미엄 제품을 확대하고 있는 추세"라고 말했다. 이어 "차별화 전략으로는 프리미엄이 답"이라고 강조했다.
프리미엄 전략을 내건 가구업체들은 제품에 어울리는 서비스도 함께 제공하면서 소비자들에게 더 큰 만족감을 주는 데 집중하고 있다. 현대리바트는 맞춤형 상담과 '인테리어 큐레이션(Curation·품목 선별 편집)'을 제공하는 '프라이빗 도슨트 투어' 서비스를 선보일 예정이다. 단순히 제품에 대한 설명뿐 아니라 브랜드 역사, 디자인 스토리 등 가구에 대한 다양한 해설을 제공하는 것이다.
신세계까사는 가구매장의 갤러리화를 시도하고 있다. '위아트'와 협업해 까사미아 압구정점에 '퍼니처 아트 갤러리'를 오픈한 데 이어 까사미아 서래마을점을 '아트 살롱'형 매장으로 만들 예정이다. 영국의 현대미술작가 '리처드 우즈'와 협업해 공간 자체를 예술 작품화하는 동시에, 가구를 비롯한 다양한 미술 작품을 전시 및 판매할 예정이다. 이들 업체들은 세계 유명 디자이너나 아티스트와 협업해 새로운 제품을 만들어내기도 한다.
전문가는 가구가 인테리어를 넘어 이야깃거리, 과시 제품이 되면서 가구 구매액도 전반적으로 상승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코로나19로 소비 양극화가 심해졌고 소득이 높은 이들은 더 고급스러운 제품을 찾게 됐다"며 "특히 코로나19 상황에서 사진을 주고받으며 비대면으로 대화하는 경우가 많아졌는데 이때 사진에 등장하는 가구가 화젯거리가 됐다"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집안 공간도 남들에게 노출되는 공간이 되면서 소비자에게서 다른 이들에게 자랑할 만한, 괜찮은 가구를 구매하려는 경향이 생겨났다"며 "중간 소득 계층도 상향된 가구 구매 소비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변소인 기자 bylin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