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오세은 기자] 대한항공 노조는 29일 “
대한항공(003490)은 객실승무원 하나가 쓰러져야 인원을 늘려줄 것인가”라며 두 차례 승무원을 축소한 것을 규탄하면서 인력을 충원하라고 촉구했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대한항공연대지부는 이날 대한항공 본사 앞에서 객실승무원 인원 충원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에서 “현장에서 승무원들이 과도한 업무로 힘들어하고 이 때문에 비행이 무섭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면서 “누구 하나 쓰러져야 대한항공은 승무원을 늘려줄 건가”라고 밝혔다.
이들은 회사에 승무원 수를 2018년 상태로 환원하고 추후 인원 변경이 필요할 때 노조와 합의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고용노동부도 관리감독을 철저히 해 노동자의 피해가 확산되지 않도록 책무를 다하라고 촉구했다.
29일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대한항공직원연대지부 관계자들이 서울 강서구 대한항공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대한항공 객실승무원 인원을 2018년 상태로 회복하라고 촉구하고 있다. (사진=오세은 기자)
대한항공직원연대지부는 이달 대한항공에 객실승무원 인원을 더 늘려달라는 공문을 보냈지만 사측은 ‘묵묵부답’이다. 그런데 대한항공에 따르면 객실승무원 인원은 분명 늘었다.
올해 1600명이었던 비행근무 인원이 이달에는 2500명이 됐기 때문이다. 그런데 노조에 따르면 이는 1월부터 점차 국제선 하늘길이 열리면서 그동안 운휴했던 비행편이 다시 하늘을 날기 시작, 여기에 투입된 인력이다. 계속해서 과도한 업무를 해오고 있는 현장에 추가된 인력이 아니라는 것이다.
대한항공은 지난 28일 7월부터는 노선과 상관없이 담요, 헤드폰, 주류 등을 모두 제공하고 일등석에는 셔벗과 생과일 퓨레 젤리 등을, 프레스티지 클래스에는 치즈와 과일 등을, 일반석은 전채 코스를 보강하는 등 기내서비스를 완전 정상화한다고 밝혔다. 코로나19 팬데믹 영향으로 기내서비스를 간소화한다며 객실승무원을 감축했는데 승무원 인원은 충원하지 않고, 서비스만을 정상화하겠다는 것이다.
대한항공직원연대지부에 따르면 회사 측의 발표가 있었던 전날 대한항공은 객실승무원을 줄이는 규정까지 공지했다.
바뀐 규정은 2018년 8명의 승무원이 180명의 승객을 담당하다가 2020년에는 동일한 승무원 8명이 220명을, 다음 달부터는 동일한 승무원 8명이 승객 290명을 담당하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4년 전과 비교해 승객은 110명이 늘었는데 객실승무원은 늘리지 않고 비행근무를 하라는 것이다.
대한항공의 객실승무원 인력 축소는 2018년 이후 두 차례 단행됐다.
노조 관계자는 “객실승무원의 1순위는 승객의 안전을 책임지는 것이지만 강도 높고 열악한 근무환경에서 비상상황이 발생하더라도 그때 승객의 안전을 책임질 에너지가 남아있지 않은 게 현재 승무원이 처한 노동환경”이라고 설명했다.
한진그룹 계열사 한국공항의 근로자가 지난 4월 사망했다. 한국공항 정비인력은 2020년 4월 144명이었지만 현재 109명으로 줄었다. 특히 지난해 10월부터 일상회복에 따른 항공편 확대 대비를 위해 과도한 업무가 진행됐는데 인력은 충원되지 않고 축소된 인력이 과도한 업무를 수행하다 참변을 당했다는 것이 한국공항 노조의 주장이다.
대한항공직원연대지부도 이 같은 상황이 향후 객실승무원 사이에서 발생하지 않으리란 법이 없다며 우려하고 있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직원연대지부의 객실승무원 축소 주장은 전혀 사실이 아니며, 오히려 사내 인트라넷을 통해 객실승무원 1인당 담당 승객수를 줄인다는 공지를 한 바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직원연대지부에 따르면 비즈니스석은 인력이 충원됐지만, 일반석은 오히려 줄었다. 2018년 탑승객 188명 만석 시 승무원 6명이 승객을 담당했지만 2022년에는 만석시 5명의 승무원이 담당했다. 대한항공이 말한 탑승객을 축소하지 않은 채, 만석으로 지난 24일에도 항공기를 띄웠다.
오세은 기자 os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