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현주·황준익·조재훈 기자] 임금 수준이 물가상승을 따라가지 못하는 상황에서 추경호 경제부총리의 ‘임금 인상 자제’ 발언을 두고 직장인들의 불만이 쏟아지고 있다. 민생은커녕, 부자 감세를 추진하면서 노사가 결정해야할 임금 협의에 정부가 가이드라인을 주고 있다는 불만이 팽배하다. 특히 과거와 달리 이번 물가 압력이 우크라이나 사태 등의 요인으로 촉발된 만큼, 임금상승 요인에 둔 처사는 부적절하다는 지적도 있다.
29일 최저임금위원회의 최저임금 결정을 앞두고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임금 인상 자제' 발언에 대한 후폭풍이 거세다. 추경호 경제부총리는 28일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단과 만난 자리에서 경영계에 과도한 임금 인상 자제를 당부한 바 있다.
하지만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시민들의 삶이 무너지고 임금이 물가 상승을 따라잡지 못하는 상황에서 추경호 부총리의 발언은 부적절했다는 지적이 쏟아지고 있다.
이경민 참여연대 사회경제2팀장은 이날 <뉴스토마토>와의 통화에서 "임금 수준이 물가 상승을 따라가지 못하는 상황에서 추경호 경제부총리의 발언은 시민의 삶을 외면한 발언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시민들이 적정 임금을 받고 적절한 삶을 살 수 있도록 국가가 책임을 다해야 한다"고 말했다.
중소기업에 재직 중인 30대 변모 씨도 "대기업과 중소기업 사이 임금 격차 완화를 위해서는 대기업 임금 인상을 자제시킬 것이 아니라 중소기업의 적절한 임금 인상이 선행돼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토로했다.
IT 회사에서 근무하는 40대 김모 씨는 "IT기업 중심으로 벌어지는 임금 인상 경쟁은 지나치게 과열된 측면이 있다고 생각한다. 임금 인상 여력이 상대적으로 적은 중소기업 입장에서는 임금 수준을 맞추지 못해 구인난 마저 겪고 있으니 상대적 박탈감도 느낀다"며 "다만 고물가 잡기 방편으로 대기업 임금 인상을 자제시키는 게 어느 정도 효과를 낼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현재 물가 상승 원인은 우크라이나 전쟁과 원자재 가격 폭등과 같은 공급 측면 문제인데, 수요를 억제하려는 시도는 자칫 경영진의 임금 동결 논리로 악용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전자 업계에 재직 중인 30대 김모 씨는 "근로자 임금은 동결하고 기업 이익을 늘리는 결과가 불보듯 뻔한 상황에서 시대착오적 발언이라고 생각한다"라고 비판했다.
중소기업에 다니는 40대 후반 이모 씨는 "장관급 연봉이 성과급을 포함해 1억8000만원대라고 알고 있다. 주52시간이 넘게 중노동을 하면서 비어가는 잔고를 보는 직장인의 비애를 모르는 거 같다. 오히려 박탈감이 든다"고 하소연했다.
올해 1월 4일 개정된 공무원보수규정에 따르면 부총리급 연봉은 1억4343만8000원(성과급 제외)이다.
이 씨는 이어 "민생은커녕, 부자 감세를 추진하면서 노사가 결정해야할 임금 협의에 부총리가 가이드라인을 준 셈이다. 고액연봉자이든 중소기업 직장인이든 과거와 다른 경제난에 모두 기분이 안좋을 것"이라고 성토했다.
자동차 업계에 종사하는 40대 이모 씨는 "MZ세대(1980년대초∼2000년대초 출생)를 중심으로 성과에 맞는 보상을 원하는 목소리가 큰데 이들 가치관과는 맞지 않는 발언이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플랫폼 회사를 다니는 30대 김모 씨는 "IT 기업들이 임금을 올리고 싶어서 올린 게 아니라 인재가 귀하고 구인 경쟁이 치열한 상황에서 자연스럽게 임금 인상이 나타났다"며 "스톡옵션과 같은 보상이 더해져 임금이 더 높아진 것처럼 보이는 경향 있는데 이를 제외한 순수 임금은 여전히 전통 대기업이나 증권사 등 금융권이 월등히 높아서 단순히 숫자만 보고 판단할 수 없는 문제"라고 지적했다.
한편, 내년도 최저임금에 대한 노사간 3차 수정안의 격차를 좁히지 못하자, 최저임금위 공익위원이 제시한 중재 구간은 최소 9410원에서 9860원 수준으로 1만원을 넘기기 어려울 전망이다.
29일 최저임금위원회의 최저임금 결정을 앞두고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임금 인상 자제' 발언에 대한 후폭풍이 거세지고 있다. 사진은 직장인들 모습. (사진=뉴시스)
김현주·황준익·조재훈 기자 kkhj@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