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용준 기자] "우리들이 생각하는 그런 에어컨이라고 생각하면 안 되겠네요. 에어컨 하나 가지고 8개 방을 같이 쓰다 보니까…"
29일 서울 종로구 돈의동 쪽방촌의 한 건물 2층, ‘약자와의 동행’을 외치며 쪽방촌 폭염대책을 점검하러 나선 오세훈 서울시장도 생각했던 것보다 열악한 환경에 사뭇 놀란 표정이었다.
2층에는 1.5평 남짓의 쪽방이 8곳이 있다. 하지만, 최근에 사회복지공동모금회 도움을 받아 설치된 벽걸이형 에어컨이 설치된 곳은 복도 하나 뿐이다. 복도에 설치된 에어컨 하나로 방 여덟개가 나눠 쓰는 셈이다.
돈의동 쪽방촌 84개동에 설치된 에어컨은 28대, 건물당으로 따지면 33%로 나쁘지 않은 설치율이다. 하지만, 전체 501명이 사는 730실의 쪽방 기준으로 하면 3.8%에 그친다. 26개 쪽방이 한 대를 나눠 쓰는 셈이다.
그마저 작년 15대에서 올해 13대 추가 설치해 두 배 가까이 늘어난 수치다. 스탠드형이나 시스템 에어컨은 꿈도 못 꾸고 성능이 약한 벽걸이 에어컨으로 버텨야 한다.
그나마도 에어컨이 설치된 건물은 다른 쪽방에 비하면 나은 편이다. 창문 자체가 없어 창문형 에어컨도 못 놓는 곳, 건물 간격이 좁아 실외기를 못 놓아 에어컨 설치 자체를 못하는 곳, 전기배선이 낡아 에어컨을 못 놓는 곳들이 부지기수다.
물가가 오르면서 주민들은 전기세 걱정에 그나마 설치된 에어컨도 자주 못 틀고 있다. 유난히 덥고 습한 올 여름 날씨에 물이라도 넉넉하게 달라는 주민도 있다.
한 쪽방촌 주민은 “전기세가 너무 무서워서 에어컨 틀 때마다 눈치를 본다”며 “제발 전기세 올리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호소했다. 다른 주민은 “하루에 생수 두 병 주는 걸로 버티는데 이걸로는 택도 없다”며 “금방 다 나가고 찾는 사람이 많아 모자란다”고 말했다.
이날 쪽방촌을 둘러본 오 시장은 “점검 차원에서 나왔는데 보니까 알던 거하고는 다르다”며 “에어컨이 많이 들어왔다고 들어 방마다 들어가는 걸 상상을 했는데 현장에서 느낀 바가 있어 돌아가 보완 대책을 세우겠다”고 약속했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29일 서울 종로구 돈의동의 한 쪽방촌에서 에어컨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서울시)
박용준 기자 yjunsay@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