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왼쪽)·박용진(오른쪽에서 두 번째)·강병원(오른쪽) 민주당 의원이 지난달 30일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뉴스토마토 김광연 기자] 민주당 내 '97그룹'(90년대 학번·70년대생) 주자들이 잇따라 당대표 출마를 선언하며 유력 당권주자 이재명 의원을 압박하고 나섰다. 이들이 내건 당찬 포부와 달리 현실적으로는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이라는 점에서 97그룹의 성패는 단일화 여부에 달렸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97그룹 주자인 강병원·박용진 의원은 최근 새 민주당 건설을 약속하며 출사표를 던졌다. 이들은 '어대명'(어차피 당대표는 이재명)이라는 현실에 맞서 세대교체라는 무기를 내세웠다. 대통령선거와 지방선거 패배 책임에서 비교적 자유로운 상황에서, 계파 갈등을 타파하고 당 혁신과 변화를 주도하는 적임자로 올라서겠다는 전략이다. 이인영 의원과 이광재 전 의원 등 기존 86그룹들의 물밑 지원도 힘이 됐다.
하지만 지난 대선에서 1615만표를 얻으며 0.73%포인트 차로 석패한 이 의원과 비교해 97그룹의 인지도와 무게감은 상대적으로 크게 떨어지는 게 현실이다. 지도부를 선출하는 전당대회 룰을 감안해도 선거에 중요한 세 대결에서 대선까지 치러본 이 의원과는 비교 대상이 되지 못한다. 이 의원은 전당대회 비중 40%인 권리당원 지지도에서 타 후보들을 압도한다.
이재명(앞줄 가운데) 민주당 의원과 강병원(앞줄 오른쪽) 의원이 지난달 3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 참석하며 악수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당 지지층도 이 의원을 향해 있다. 1일 <뉴스토마토>가 여론조사 전문기관 <미디어토마토>에 의뢰해 지난달 28~29일 만 18세 이상 전국 성인남녀 103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선거 및 사회현안 42차 정기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민주당 지지층에 국한할 때 이 의원의 전당대회 출마 찬성 여론은 76.7%로 반대 16.7%를 압도했다. 또 이들은 이재명 대표 체제의 민주당에 대해 77.1%가 '기대를 더 가질 것'이라고 응답해, '기대를 버릴 것'(7.8%) 의견에 크게 앞섰다.
97그룹 후보들의 난립은 이 의원에게 반사이익만 가져다 줄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이 의원의 당선 가능성이 유력한 상황에서 여러 후보가 출마하면 경쟁 구도를 만들어 주는 데다, 그만큼 표 또한 분산하기 때문이다. 이 의원 측은 "제일 두려웠던 시나리오가 이재명 나홀로 출마였다"며 "친문계 불출마로 한때 내부에서 긴장감도 높아졌다"고 했다. 그러면서 "저희 입장에서는 다다익선"이라고 반겼다.
때문에 조응천 의원이 전망한 '이재명 대 97' 구도로 가려면 97그룹 내 단일화를 통한 이 의원과의 일대일 승부가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한 친문계 의원은 <뉴스토마토>와의 통화에서 "이 의원의 당선이 유력한 구도에서 97의 단일화가 이뤄지지 않는다면 상황이 더 어려워진다"고 했다. 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도 이날 YTN라디오 '뉴스킹 박지훈입니다'와의 인터뷰에서 "97들이 단일화를 해 (이 의원과)세게 붙어야 한다. 이 의원이 쉽게 (당선)되면 안 된다"고 주장했다.
이재명(앞줄 왼쪽) 민주당 의원과 박용진(앞줄 오른쪽) 의원이 지난달 3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대화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현재 출마를 공식화한 97그룹 일부는 당장은 선을 그으면서도 가능성은 열어뒀다. 강병원 의원은 기자와의 통화에서 "출마를 선언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상황에서 단일화 내용을 언급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지난달 30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의 인터뷰에서는 단일화 관련해 "너무 빠른 얘기"라면서도 "(종국에 단일화 가능성이)저는 당연히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박용진 의원은 같은 날 CBS라디오 '한판승부'와의 인터뷰에서 "이재명 의원 한 명을 반대하기 위한 단일화에는 별로 동의하지 않는다"면서도 "당의 역동성, 변화를 위해 (단일화)가능성을 아예 닫을 생각은 없다"고 여지를 남겼다.
김광연 기자 fun3503@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