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용준 기자] 경찰 업무 중 일부를 지자체가 담당하는 자치경찰이 출범 1주년을 맞이한 가운데 ‘검수완박’ 이후 비대해진 경찰권에 대한 해법으로 ‘경찰국’ 신설보다 자치경찰 고도화가 바람직하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전 한국경찰학회장을 지낸 이상훈 대전대 교수는 5일 <뉴스토마토>와의 통화에서 “자치경찰의 도입 취지 중 하나가 분권이며, 이게 바로 검수완박 이후 경찰에 대한 해법”이라며 “정부에서 경찰국을 안 두면 큰일날 것처럼 얘기하는데 오히려 조직과 인력을 분리하는 자치경찰의 고도화가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행정안전부는 이상민 장관 취임 이후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으로 권한이 커진 경찰을 견제할 목적으로 행안부 내 경찰국 신설을 골자로 한 개편안을 추진하고 있다.
이를 두고 일선 경찰들은 경찰의 중립성과 독립성을 침해할 우려가 높다며 삭발과 단식, 1인 시위 등을 이어가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이들이 경찰국 신설 대신 해법으로 얘기한 대안에도 자치경찰제의 실질화가 포함돼 있다.
자치경찰제의 고도화, 실질화, 이원화 등은 용어만 다를 뿐 대동소이하다. 자치경찰을 국가경찰로부터 독립시켜 별도의 사무를 인정하고, 조직과 인력을 분리해야 한다는 방안이다.
지난해 7월 출범한 자치경찰제는 주민 친화형 치안정책을 펼치고 있지만, 제도적 한계 역시 뚜렷해 ‘반 쪽짜리’로 불리고 있다. 자치경찰은 기존 국가경찰이 획일적인 치안행정을 펼치는 과정에서 사각지대가 발생하거나 지역별 실정을 반영하지 못하는 부분을 개선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출범 이후 각 지역 자치경찰들이 주민이나 지역 치안 수요를 반영한 1호 사업들을 펼쳐 호평을 얻고 있다. 인천 자치경찰의 ‘어린이가 안전한 인천 만들기’, 전남 자치경찰의 어르신 범죄 피해 예방활동, 대전 자치경찰의 응급 정신질환자 긴급 입원체계, 강원 자치경찰의 일선 파출소·지구대 환경 개선 등이다.
하지만, 국가경찰과 자치경찰의 할 일을 구분한 이원화 모델이 아닌, 국가경찰을 중심으로 두고 생활안전, 교통, 경비, 여성·청소년 등 일부 사무만 자치경찰위원회에서 지휘·감독하는 모델이 도입됐다.
그러다보니 국가경찰직만 있고, 지자체 소속 경찰관이 없다. 또 지역주민과 가장 가까운 지구대·파출소 소관이 국가경찰 소속으로, 자치경찰의 지휘가 불가능하고 협조에 어려움이 있다. 지자체에 승진임용 권한을 부여하였으나, 승진심사위를 설치·운영할 수 없어 실질적인 승진심사가 불가능하다.
이러한 문제 인식을 바탕으로 서울시 자치경찰위도 자치경찰 제도 개선을 추진하고 있으며, 정부도 자치경찰권 강화를 국정과제로 채택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시도자치경찰위원장협의회도 자치경찰 시행 1주년을 맞아 경찰법과 별도로 지방자치경찰법 제정을 비롯한 자치경찰권 강화 공동건의문을 발표했다.
이 교수는 “어떤 문제를 경찰력만 갖고 하는 게 아니라 행정의 힘도 가세해 전문가나 주민들도 참여할 수 있는 건 일종의 치안 신문고 역할”이라며 “국가경찰은 정보·수사·마약·사이버 등을 전문화하고 자치경찰은 주민과 가까이 사람 사는 데서 발생하는 것들을 고민하고 해결할 수 있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김현태 전국시도자치경찰위원장협의회 회장을 비롯한 전국 18개 시도자치경찰위원장들이 지난 2월10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자치경찰 제도 개선을 요구하고 있다.(사진=뉴시스)
박용준 기자 yjunsay@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