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3박5일간의 스페인 마드리드 방문을 마친 윤석열(왼쪽)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지난 1일 성남 서울공항에 도착, 공군 1호기에서 내리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뉴스토마토 김광연·장윤서 기자] 민주당은 6일 이원모 대통령실 인사비서관 부인 신모씨가 민간인 신분으로 윤석열 대통령의 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 순방에 동행한 것에 대해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노무현정부 청와대 춘추관장을 지낸 서영교 민주당 의원은 이날 <뉴스토마토>와의 통화에서 "대통령 순방시 사전답사는 비서실 등으로 제한돼 있는데 비공식적으로 민간인이 간 건 문제"라며 "순방에도 동행했다"고 지적했다. 서 의원은 "사전 답사는 방은 어떻게 생겼고, 대통령 동선은 어떤지 보안 때문에 미리 가는 것인데 민간인이 가서 어쩌라는 것이냐"며 "이리 되니까 국왕을 만날 때 남녀 자리를 헷갈리고 난리가 난 것 아니냐"고 꼬집었다.
서 의원은 "문제는 공과 사가 구분되지 못한 것으로, 대통령실은 최고의 안보와 보안이 구비돼야 하는데 그게 부족하다"며 "정상회담을 하는 것은 국가 간 묵은 과제를 푸는 것인데 윤 대통령이 뭐라고 했느냐. 얼굴 익히러 간다고 하지 않았느냐"고 했다. 그러면서 "체계가 잡히지 않았고, 준비되지 않았는데 이런 것들을 사적으로 해결하려 한다"고 비판했다.
문재인정부 청와대 국정상황실장 출신인 윤건영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윤 대통령이 자주 쓰는 말로 '전임 정부에서는 상상도 못할 일'"이라며 "대한민국 정부의 수준이 구멍가게 수준으로 전락한 것"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대통령실의 해명이 가관으로 '오랜 해외 체류 경험과 국제행사 기획 역량을 바탕으로 대통령의 정상외교를 지원했다'고 하는데, 그걸 해명이라고 하는지 상식적으로 납득할 수가 없다"고 지적했다. 참여정부 청와대 출신인 김종민 의원도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했다.
노무현정부 청와대 출신 관계자는 <뉴스토마토>에 "사전답사단은 의전장이 단장으로 구성되며 경호처, 부속실, 홍보수석실, 외교부 등이 모두 관여하게 된다"며 "방문국에서는 사전답사단을 외교관에 준하는 자격을 부여한다. 경비는 외교부에서 지출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특히 "무엇보다 대통령 일정과 동선을 미리 점검하기 때문에 대통령 경호와 직접 관련되는 일급기밀 사안을 다루게 된다"며 "이 같은 사전답사단에 민간인이 참여했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신씨는 이번 나토 정상회담을 앞두고 대통령실 경호팀, 의전팀 등으로 구성한 사전 답사단과 함께 윤 대통령 내외보다 먼저 스페인으로 출국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민간인 신분으로 공군1호기를 타고 윤 대통령 내외가 묵었던 마드리드 숙소에 함께 머물면서 김 여사가 참석한 행사 기획 업무 등을 도운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지난달 13일 경남 김해 봉하마을 방문 당시 지인을 동행해 불거진 김건희 여사의 비선 논란이 재연됐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6일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신씨는 김 여사 수행을 위해 동행한 게 아니다. 단 한차례도 '수행'한 적이 없다"며 "마드리드 순방 행사를 기획하고 지원하기 위해 갔다"고 해명했다.
조오섭 민주당 대변인은 즉각 브리핑을 열고 "대통령 순방행사를 기획한 것은 문제 될 것 없다는 발상이라면 어처구니없다. 수행만 문제가 되는 것이 아니다"며 "대통령 부부와의 오랜 인연으로 행사 기획을 했고 부부의 의중을 잘 이해해 효과를 최대한 거둘 수 있도록 했다는 대통령실의 해명도 공사 구분을 못하는 궤변"이라고 비판했다.
김광연·장윤서 기자 fun3503@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