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항공업계 이슈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기업결합이다.
대한항공은 이례적으로 지난 5월 아시아나항공과의 기업결합 심사 진행 현황을 밝혔고, 그러면서 양사가 통합할 수밖에 없는 사정도 설명했다.
대한항공의 설명은 이렇다.
한 국가에서 2개 이상의 대형항공사를 운영하는 국가는 인구 1억명 이상이면서 국내선 항공시장 규모가 자국 항공시장의 50% 이상인 국가 또는 GDP 규모가 큰 국가들이다. 미국이 대표적이다. 이를 빗대어 보면 5000만명 인구에 국내선 항공시장 규모가 10% 수준인 한국에서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이 살아남기란 불가능하다는 설명도 일리가 있다.
하지만 지난 수십 년 간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각각 무탈하게 사업을 영위해왔다. 물론 아시아나항공은 박삼구 전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의 경영 리스크로 인수되는 상황까지 왔다.
지난 과거를 차치하고 양사가 기업결합이 되면 당장 우려될 사항들이 벌써부터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우선 대한항공과 아시아나가 합병하면 양사는 조율해서 프랑스 파리, 이탈리아 로마, 독일 프랑크푸르트, 스페인 바르셀로나 등 독점 노선을 뱉어내야 한다. 해당 노선들은 10시간 이상 장거리로 승객들은 그동안 더 비싼 항공권을 구입해서라도 비즈니스석 등을 이용해왔다.
그런데 독점 노선을 뱉어내면 다양한 시간대는 물론 넉넉한 비즈니스 좌석 제한 등 선택지가 줄게 된다.
또 최근 불거진 기내식에 대한 우려도 적지 않다. 대한항공은 알감자만 한 스테이크 서비스와 담요를 제공하지 않았다가 공분을 샀다. 그러다 이달부터 기내서비스를 정상화한다고 부랴부랴 나서기도 했다.
대한항공 객실승무원들이 고된 근무환경 개선을 촉구하는 것에 경영진이 나 몰라라하는 태도가 기업결합 후 아시아나에까지 영향을 주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된다.
대한항공은 코로나19 이전부터 객실승무원 인원을 차츰 줄여왔다. 이 때문에 일반석을 담당해야 하는 승무원은 줄고 노동 강도는 더 높아졌다. 2018년 승무원 6명이 탑승객 151명을 담당했지만 2020년과 2022년은 각 탑승객 수가 만석인 252석에 대해 2018년과 동일한 승무원 6명이 서비스를 제공했다.
대한항공의 소수 노조인 직원연대지부는 지난 달 회사에 일반석에서 근무하는 객실승무원을 늘려달라는 공문을 보냈지만 회사는 답변하지 않고 있다.
대한항공은 기업결합 심사 진행 과정을 설명하던 당시, 양사가 통합할 수밖에 없었던 사정으로 항공업계 일자리 유지와 확대, 소비자 편익 증대를 거론했다.
‘대한항공의 기내 서비스는 세계 최고다’라는 이미지를 갖게 해 준 객실승무원의 노고는 잊어버린 채 일자리는 줄이고, 이들의 근무환경 개선 요구를 마치 다른 회사 일인 냥 뒷짐 지고 있는 경영진의 태도는 아시아나 기업결합이 대한항공을 이용하는 소비자 편익을 위해서라는 말이 진심으로 다가오기 어려운 대목이다.
오세은 기자 os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