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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에이테크놀로지, 기한이익상실에 CB발 유동성 위기 우려
내부회계 '비적정'에 CB 만기전 상황청구…3개월간 190억원
입력 : 2022-07-12 오전 6:00:00
[뉴스토마토 박준형 기자] 2차 전지 설비 제조 및 판매 기업 디에이테크놀로지(196490)가 지난해 발행한 전환사채(CB)의 기한이익상실로 유동성 위기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올해 2분기 들어 기한이익상실 등으로 상환된 CB만 190억원으로, 보유한 현금성자산(104억원)의 182.69%에 달한다. 특히 디에이테크놀로지의 경우 지난 2018년부터 4년 연속 순손실을 이어가고 있는 상황인 만큼, CB 상환이 단기적으로 유동성에 타격을 줄 가능성이 있다.
 
12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디에이테크놀로지는 지난 9일 지난해 발행한 CB(7~11회차) 중 10~11회차 CB의 미상환 금액(125억원) 일부를 만기 전 상환했다. 상환금액은 10~11회차 각각 40억원, 50억원으로 총 90억원이다.
 
앞서 디에이테크놀로지는 지난해 2차전지 사업 강화를 위해 총 335억원 규모의 CB를 발행했다. 이는 디에이테크놀로지 시가총액(9일 종가기준 970억원)의 34.54%에 해당하는 규모로, 주식전환 시 대규모 자본금 확대와 부채비율 개선이 기대되는 상황이었다. 당시 디에이테크놀로지의 주가 추이도 우상향 흐름을 이어갔다. 작년 초 5000~6000원 사이에 거래되던 주가는 지난해 말 미국 전기차 기업 리비안과 과 배터리 제조장비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는 소식에 1만원까지 오르며 100%에 가까운 주가상승률을 보였다. 
 
(그래픽=뉴스토마토)
 
그러나 올해 CB들의 주식전환 시점을 앞두고 디에이테크놀로지 주가가 급락세를 보이기 시작했다. 지난해 말 1만원에 거래됐던 주가는 7회차 CB(90억원)의 주식전환가능 시점이 도래한 2월9일 6800원 선까지 하락했으며, 지난달 24일에는 3620원까지 내리며 지난 2020년 코로나19 폭락장 이후 최저치까지 하락했다.
 
주가가 지속하락하면서 지난해 말 5900~7900원 수준이던 CB 전환가액 역시 4000원대로 내려앉았다. 디에이테크놀로지의 전환가액조정(리픽싱)은 액면가인 2500원까지 가능하지만, CB 투자자들은 자금 회수에 나서고 있다. 이미 주식전환이 가능한 7회차 CB의 경우 50억원이 상환됐으며, 올해 주식전환이 가능해지는 8~11회차 CB 중 10~11회차(125억원)는 이미 전액 상환이 완료됐다. 현재 남은 CB 잔액은 7회차 40억원, 8회차 85억원, 9회차 20억원으로 145억원에 불과하다. 
 
CB투자자들이 만기전 자금을 회수하고 있는 것은 지난 3월 디에이테크놀로지가 내부회계관리제도 ‘비적정’으로 ‘투자주의환기종목’에 지정됐기 때문이다. 투자주의 환기종목은 투자에 주의가 필요한 기업을 투자자가 미리 알고 참고할 수 있도록 관리종목 지정 또는 상장폐지 우려가 있는 기업을 지정하는 제도다. 투자주의환기종목에 지정될 경우 사채권자의 조기상환청구가 가능하다. 
 
디에이테크놀로지의 경우 올해 1분기 기준 유동비율(유동자산/유동부채×100) 173%에 부채비율 67%로 양호한 재무구조를 유지하고 있지만, 4년 연속 순손실이 이어지고 있는 만큼 CB 상환에 따른 단기적 유동성 위축이 나타날 우려가 있다. 
 
디에이테크놀로지는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전방산업 내 기업들의 위축과 해외 매출차질 등으로 인해 2020년 영업손실 137억원을 기록하며 영업적자로 돌아섰고, 작년에도 127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영업수지가 적자상태를 지속했다. 여기에 관계기업인 위즈돔 지분율과 관련한 지속적인 투자주식, 손상 발생 등으로 순손실 규모도 확대추이를 보였다. 이에 누적 결손금 역시 2019년 222억원에서 지난해 674억원으로 200%넘게 급증했다. 
 
결손금이 늘어나는 상황에서 차입금 상환이 지속될 경우 회사의 단기적 유동성에도 타격과 추가 자금조달이 이뤄질 수 있다. 이미 올해 2분기부터 이미 190억원이 상환됐으며, 잔여 CB 145억원도 조기상환청구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CB 상환부담이 지속되면서 지난 5월에는 운영자금 조달 목적으로 61억원 규모의 CB를 추가로 발행하기도 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최근 주식시장 약세장으로 투자심리 위축이 지속되고 있는 상황이다 보니 CB의 주식전환을 통한 차익실현이 쉽지 않다은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며 “CB 발행 기업들의 풋옵션 동향과 그에 따른 재무부담 증가에 주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디에이테크놀로지 관계자는 “작년에 발행된 CB의 조기상환 청구가 이뤄지고 있다”면서도 “작년에 발행했던 CB의 자금도 어느정도 남아있는 상황이고, 올해 추가로 CB를 발행했기 때문에 당장 자금 납입에 대한 부담은 크지 않다”고 밝혔다. 이어 내부회계감사와 관련해 “작년에 대손충당금 문제 등으로 내부회계감사에서 비적정을 받았기 때문에 올해 상반기에 정리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디에이테크놀로지는 관계기업에 대한 장·단기 대여금과 매출채권 등에서 대손충당금이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지난해 매출채권 및 기타수취채권에서 발생한 대손충당금은 총 142억원으로 전체 채권액(466억원)의 30.47%에 달한다. 
 
박준형 기자 dodwo90@etomato.com
박준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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