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등포 쪽방촌. (사진=뉴시스)
쪽방촌과 노숙인은 도시의 그림자와도 같습니다.
빈민가의 상징과도 같은 둘은 도시가 발전하는 가운데서도 수십년 째 변하지 않는 모습으로 제자리를 지키고 있습니다.
최근 약자와의 동행을 내세운 오세훈 시장도 노숙인·쪽방촌 대책을 내놓았습니다.
무료 급식을 늘리고 에어컨을 설치 확대하는 내용이 핵심입니다.
하지만, 이번 대책으로 5년, 10년 후에 노숙인과 쪽방촌의 풍경이 달라질까요?
노숙인과 쪽방촌 주민들은 한 번에 해소하기 힘든 특징을 갖고 있습니다.
주거 문제는 가장 기본적입니다.
쪽방촌 주민들은 대부분 일정한 수입이 없이 세입자 신세입니다.
집주인은 개발이익을 노린 사람들이 많습니다.
노숙인이나 쪽방촌이나 일방적으로 임대주택을 주면 해결될 일 아닌가 싶지만 낯선 임대주택에 대한 거부감도 상당하고 행정·금융적으로 복잡한 처지들이 많아 단번에 풀기 쉽지 않습니다.
오 시장은 고급화된 임대주택을 공급한다니 임대주택의 턱이 더 높아진 건 아닐까 우려되기도 합니다.
일자리도 중요합니다.
당장 일할 의욕도 한정적인데다 단순 노무보다 안정적인 일자리를 선호하기 마련입니다.
60~70년대 하듯이 어디 아파트나 무슨 대교 공사에 동원하기는 어려운 현실입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4~5년 임기의 선출직들에게 제대로 된 성과를 기대할 수 있을까요.
당장 에어컨 설치율이야 올해 @@대에서 내년 ##대로 몇 배 뛸 수 있지만 좁고 낙후된 환경에서 에어컨 설치는 한계가 명확합니다.
그럼에도 당장 성과가 중요한 선출직들은 1차적인 지원에 기댈 수밖에 없겠죠.
진짜 변화를 바란다면 사례별로 중장기적으로 접근해야 합니다.
쪽방촌 주민들과 노숙인들은 가족과 연락이 끊긴 사람들도 주민등록이 말소된 사람들도 많아 복잡합니다.
개별 사례관리가 절실하게 필요하고 이러한 행정·재정적 문제를 풀면서 이들에게 다시 사회에서 활동할 수 있는 직업훈련과 관계 형성 교육 등이 병행돼야 합니다.
노숙인에게는 커뮤니케이터를 연계한 지원주택을 제공하고 쪽방촌 주민들은 한동안 거주할 수 있는 임대주택을 거쳐 멀지 않은 지역에 재정착 가능토록 하는 방향이 바람직합니다.
영등포역 쪽방촌이 전국 최초로 적용하는 순환정비 모델은 참고할 만합니다. 영등포역 쪽방촌은 평당 임대료가 타워팰리스보다 비싸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문제를 보였으나 여느 선출직도 쉽사리 해법을 못 내놓긴 마찬가지였습니다.
영등포역 쪽방촌도 기본적인 상황은 다른 곳과 비슷하지만, 구역을 A B C 세 곳으로 나눠 일반주택, 주민편의시설, 영구임대주택으로 구분했습니다. 한 번에 다 개발하는 대신 영구임대주택을 지을 동안 주민들은 다른 구역에 머뭅니다.
그렇게 영구임대주택에 쪽방촌 주민들이 입주하면 나머지 구역 개발이 시작됩니다. 단순히 입주에만 초점을 맞추지 않고 시민단체, 복지단체, 주민단체 등이 일찍부터 연계해 전달체계를 구축하면서 주민들에 대한 사례관리가 이뤄집니다.
결국은 관심입니다. 당장 성과가 나지 않아도 어떻게 하면 이들의 삶을 바꿀 수 있을까, 이러한 상황을 해결하려면 무엇이 필요할까라는 연구가 장기적인 플랜을 만들 수 있습니다.
저마다 의지가 충만하다는 복지단체들도 쉽지 않다는 노숙인과 쪽방촌, 진짜 동행이 이뤄지길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