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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외감법 도입 4년①)회계법인 배만 불린 감사 강화…품질 향상도 '낮다'
끊임없는 회계부정 사태 막기 위해 나온 '신외부감사법'
입력 : 2022-07-13 오전 6:00:00
[뉴스토마토 신송희 기자] 올해로 시행 4년을 맞은 신(新)외부감사법(이하 신외감법)을 놓고 기업들의 불만이 극에 달하고 있다. 기업의 회계 투명성이 높아졌다는 정부의 자화자찬과 달리 기업들은 감사 관련 보수만 증가했을 뿐 실효성은 낮다며 비용 증가에 따른 경영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신외감법의 핵심 사항인 주기적 감사인 지정제와 내부회계감사제도 등 전반에 걸친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것이 기업들의 공통된 목소리다.
 
회계감사를 정부가 관리한다고?…기업 246개사가 답했다
 
신외감법은 2018년 11월부터 시행된 회계감사제도다. 1980년말 제정된 외부감시법(외감법)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발생되는 회계부정 사태를 막고자 회계감사의 전문성까지 국가가 통제하기 위한 법안이다. 대표적 제도가 표준감사시간과 외부 감사인의 주기적 지정이다. 우선 표준감사시간이란 회사 재무제표의 감사에 투입해야 할 회계사의 감사시간을 법률로 정하는 제도이며, 외부감사인의 주기적 지정은 기업이 회계감사를 수행할 회계사를 6년간 자율로 선임한 후 3년 동안은 국가가 지정한 회계사가 회계감사를 수행하는 제도이다.
 
하지만 시행 초기부터 기업들은 일선 현장을 고려하지 않은 개혁안이라고 강력하게 항의했다. 특히나 회계법인에게 강력한 칼자루를 쥐어주고 권한을 높였다는 우려도 쏟아졌다. 실제로 회계법인의 지나친 비용요구와 갑질 논란이 수면 위로 떠오른 것도 신외감법 이후다. 기업이 감사로 인해 허리띠를 졸라매야 하는 사이 대형 회계사의 몸값 수직상승과 매출 증대는 가속화됐다. 작년 기준 회계법인의 매출은 사상 처음으로 4조원을 넘어섰다.
 
이에 금융당국과 재계 관련 기관이 모여 회계 개혁 정착을 위한 다각도의 논의와 개선안 등을 마련하고 있지만, 여전히 회계법인과 기업 간의 미묘한 대립과 불만은 끊이질 않는다.
 
<뉴스토마토>는 기업이 4년간 체감해온 현장의 목소리를 듣기 위해 신외감법 도입 효과와 개선 사항에 대한 설문 조사를 진행했다. 설문에는 코스피 145개사, 코스닥 97개사, 비상장기업 중 외감 대상기업인 4개사 등 총 246개사로부터 답변을 받았다. 기업들로부터 세부적인 제도 개선 사항과 문제점을 듣고 이를 바탕으로 우리나라의 회계 개혁이 기업과 상생하기 위한 방안을 모색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신외감법 시행 감사로 평균 비용 ‘급증’…표준감사가 원인
 
신외감법이 시행된 이후로 회사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것은 비용이다. 회계감사 시간이 물리적으로 증가한 만큼 회계법인에 지불해야 하는 비용이 커졌다는 얘기다. 기업은 최근 금리인상과 물가상승 등 원가 자체의 부담도 가중했지만 무엇보다 회계감사에 들어가는 비용도 막대하다고 토로했다.
 
기업들의 설문조사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전체 246개사 가운데 감사비용이 증가한 곳은 총 229개사로 집계됐다. 이는 전체의 93%에 달한다. 감사보수가 증가하지 않았다고 대답한 경우는 단 2개사에 불과해 사실상 기업 전반의 감사비용 부담은 지속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감사보수의 증가율을 보면 100% 이상 증가했다고 답한 곳은 70개사로 가장 많았다. 뒤를 이어 △25~50%(37개사) △1~25%(37개사) △50~75%(34개사) △75~100%(25개사) 순으로 집계됐다. 감사시간이 증가했다고 대답한 기업은 총 178개사(72.3%)로 나타났다. 이들은 감사시간이 주로 기존 보다 약 50% 미만으로 증가했다고 답한 경우가 절반 이상으로 집계됐다.
  
기업들은 감사시간과 비용만 증가했을 뿐 품질에 있어선 대다수가 불만족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신외감법 시행 이후 감사품질에 있어서 만족한 경우는 단 41개사(16.6%)에 불과했다. 나머지 98개사(39.8%)는 신외감법 이전과 동일하다고 답했으며 106개사(43%)는 오히려 과거보다도 부족하다 대답했다.
 
감사품질에 대한 만족도가 떨어지는 이유는 표준감사시간제 때문인 것으로 파악된다. 기업들은 개별기업의 특수성을 반영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졌다는 이유를 가장 많이 거론했다. 최근 표준감사시간을 ‘회사 개별 특성’에 맞게 산정하도록 규정을 개편했지만 기업들의 실제 체감도와는 거리가 멀었다.
 
A 기업 관계자는 “표준감사제 시간은 감사인들이 감사 보수를 늘리기 위한 수단으로만 사용되고 있다”면서 “표준이라는 기본원칙을 폐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B 기업 관계자는 “외부에서 식별할 수 있을 정도의 회사의 변화(대주주의 변경, 자본잠식 등)가 있는 경우에만, 실질을 고려해 표준감사시간을 적용하는 것이 맞다”며 “회사의 일상적인 회계 처리만 발생할 경우 회사 규모에 의거해 표준시간을 감사인이 늘려놓지만, 막상 감사하는 내용과 시간은 이전과 큰 차이가 없다”고 지적했다.
 
신송희 기자 shw101@etomato.com
신송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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