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효선 기자] 상대 배우자가 이혼을 원치 않으면서도 장기간 관계 회복을 위한 노력을 하지 않는다면 예외적으로 유책 배우자도 이혼을 청구할 수 있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2부(주심 민유숙 대법관)는 유책 배우자인 남편 A씨가 아내 B씨를 상대로 낸 이혼 청구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인천지법으로 되돌려보냈다고 13일 밝혔다.
재판부는 “혼인 파탄의 책임이 반드시 이혼청구를 배척해야 할 정도로 남아있지 않은 경우 그러한 배우자의 이혼청구는 예외적으로 허용될 수 있다”고 판시했다.
그러면서 “B씨는 혼인계속의사를 밝히고 있으나 A씨가 먼저 가출했다는 사정만을 들어 비난하면서 집으로 돌아오라는 요구를 반복할 뿐이다”며 “원심은 B씨에게 혼인계속의사가 있는지를 객관적으로 살펴보지 않고, 첫 이혼소송 변론종결 당시 현저했던 A씨의 유책성이 상당히 희석됐다고 볼 수 있는 점 등 민법 840조 6호 해석 및 유책배우자의 이혼청구에 관한 법리를 오해해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음으로써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고 지적했다.
A씨와 B씨는 2010년 3월 혼인신고를 마친 부부로 그해 12월 딸을 낳았다. 두 사람은 지속적으로 갈등을 겪다가 급기야 A씨가 2016년 5월 말 집을 나가 B씨를 상대로 이혼소송을 청구했다.
그러나 2017년 법원은 A씨 책임으로 혼인관계가 파탄에 이른 것이라며 청구를 기각했다. 첫 이혼소송이 끝난 뒤에도 두 사람은 별거를 지속했다. 딸은 엄마인 B씨가 키웠다. A씨가 딸에게 직접 연락을 시도하면 B씨는 자신에게 연락한 뒤 집으로 들어오라고 요구했다.
두 사람의 입장차를 좁히지 못하면서 A씨는 2019년 9월 다시 이혼을 청구했다.
1·2심은 A씨의 청구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A씨가 첫 이혼소송에서 패소판결을 받은 후로도 여전히 가정으로 돌아가지 않은 채 2년 만에 다시 동일한 내용의 소를 제기하면서 이혼을 요구하고, 아내인 B씨는 A씨가 가정으로 돌아오기만을 바라고 있다는 점 등을 들어 그의 이혼 청구를 배척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상대방이 이혼을 원치 않는다 해도 유책배우자의 이혼청구를 쉽사리 배척해선 안 된다고 봤다. 다만 “유책배우자의 이혼청구를 무조건 인용하라는 취지는 아니다”라며 “아이 양육관계 등이 걸려 있을 때는 말로만 이혼을 원치 않는 경우라고 쉽게 인정해서는 안 된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또한 “이혼에 불응하는 상대방 배우자가 혼인의 계속과 양립하기 어려워 보이는 언행을 하더라도 그 이혼거절의사가 이혼 후 자신 및 미성년 자녀의 정신적·사회적·경제적 상태와 생활보장에 대한 우려에서 기인한 것으로 볼 여지가 있는 때에는 혼인계속의사가 없다고 섣불리 단정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대법원 청사 전경. (사진=뉴스토마토)
박효선 기자 twinseve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