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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윤석열 정권의 '도토리 키 재기'
입력 : 2022-07-14 오전 6:00:00
지난 5일 윤석열 대통령은 대통령실 출근길에 부실 인사, 인사 실패 지적이 있다는 취재진 질문에 "전 정권 지명된 장관 중에 이렇게 훌륭한 사람 봤어요?"라고 되물었다. 이어진 질문에는 "다른 정권 때하고 한 번 비교를 해보세요. 사람들의 자질이나 이런 것들을"이라고 답했다. 
 
윤 대통령으로서는 장관 후보자에 대한 비판이 과도하다 느끼고 섭섭함을 나타낸 것이 아닌가 싶다. 하지만 장관 후보자를 낸 측과 후보자를 검증하는, 특히 야당의 입장은 다르기 마련이다. 아무래도 기준도 다를 수 있고, 평가도 엇갈릴 수 있다. 
 
이번 북대서양조약기구 정상회의 참석에서 청와대 인사비서관의 배우자가 함께한 문제에 대해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문재인 대통령 때 보면 BTS를 해외 방문할 때마다 동원해 같이 퍼포먼스도 벌이고 했다”고 말했다. 
 
권 원내대표의 발언은 주로 대통령 부인에게 비판의 초점이 맞춰지는 데에 대한 불편한 마음이 드러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 역시 인사비서관의 배우자가 기타 수행원으로 동행한 것이라든지, 전체 일정을 기획하고 지원했다는 식의 설명만 있었어도 되지 않았을까 싶었다. 
 
위 두 사례는 공통점이 있다. 전 정권과의 비교를 기준으로 한다는 점이다. 그런 인식과 발언은 낯설지 않다. 지난 정권에서도 숱하게 들었다. 아마 그전 정권에서도 그랬을 거다. 윤 대통령과 권 원내대표는 섭섭함이나 불만이 있다 하더라도 ‘지난 정권보다 낫다’, ‘지난 정권에서도 그랬다’는 식의 발언을 듣는 국민 입장에서는 조금 힘이 빠진다. 
 
우리나라는 거대 양당의 세가 강하다. 그래서인지 자기들끼리 상대 정치인과 정당을 비교 기준으로 삼는 경우가 흔하다. 상대보다 못하지 않으면 되고, 상대보다 잘하면 더할 나위 없다는 식이다.
 
물론 상대와 비교해서 우위를 차지하려는 것이 나쁘다고만은 할 수 없다. 이런 비교 우위를 통한 유리한 고지의 선점은 선거를 치르는 과정에서는 나름의 성공적인 전략이다. 다만 선거 과정이 아닌 지금과 같은 시기에서 '비교 우위론'은 무의미하다. 고작해야 ‘너희도 그랬지 않으냐’는 식으로 끝나기 때문이다.
 
'도긴개긴'끼리 상대의 단점을 찾아 그보다 나으려고 하니 얼마나 나은 모습이 될 수 있을까? 그래서 기준점이 낮아진다. 그러다 보니 마치 제자리걸음을 하듯 크게 발전하는 모습을 보여주지 못한다. 그래서 정치인은 다 똑같다는 식의 이야기를 하는 사람들이 있는 거 아닐까 싶다. 국민의 기준점은 지난 정권도 아니고, 그보다 더 앞선 정권에 맞춰 있지도 않다. 국민이 원하는 건 그전 정권보다 나은 정권이 아니라 내일을, 미래를 향해 나아가는 정부다. 
 
정당은 상대와 상대 정당만을 기준으로 삼고 그보다 반 발자국만 나으면 된다고만 생각하는 한 정치인은 ‘거기서 거기’라는 말에서 벗어날 수 없을지 모른다. 정권 초기는 국민이 새로운 정권에 대해 많은 기대를 품고 있는 시기이다. 그런 상황에서 고작 전 정권보다 더 낫다는 식의 비교는 국민에게 씁쓸함을 안겨준다. 
 
그렇다고 상대의 장점만을 찾자고 하는 것도 정답은 아닐 것 같다. 차라리 불가능에 가까운 일일 것이다. 그보다 그 기준을 나에게 두면 어떨까. 상대보다 더 나은 정부, 정치인, 정당이 아니라 나만의 기준을 설정해 놓는 것이다. 그리고 기준을 세웠다면 이를 잘 지키는 것이 더 중요함은 물론이다. 
 
윤석열 정권이 출범한 지 불과 2달 만에 지지율 40%대가 무너졌다. 여러 요인이 있겠지만 현 정권이 지난 문재인 정부을 기준으로 목소리를 내는 것도 하나의 요인이라고 생각한다. 현 정권에게는 앞으로 4년 10개월이 남아 있다. 더 이상 과거를 기준으로 하지 말고, ‘상대보다 내가 더 낫다’는 식의 정치에서 벗어나 우리의 기준과 목표는 무엇이고, 그 기준을 가지고 목표를 향해 나아간다는 것을 국민에게 밝혀주는 정부가 되기를 바란다. 
 
김한규 법무법인 '공간' 변호사·전 서울지방변호사회장
 
최기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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