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홍연 기자]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인
CJ ENM(035760)의 '티빙'과
KT(030200)의 '시즌' 통합이 임박한 가운데, 새 통합법인이 규모의 경제를 실현해 국내 OTT 시장 구도를 재편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13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CJ ENM과 KT스튜디오지니는 오는 14일 각각 이사회를 열고 두 서비스의 합병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CJ ENM은 티빙 지분 67.6%를, KT스튜디오지니는 시즌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다. 합병 후 이용자 수는 단순 합산 기준 560만명으로 늘어, SK텔레콤이 지상파 3사와 연합해 만든 국내 1위 사업자 웨이브(423만명)을 넘는다. 합병 방식이나 비율은 정해지지 않았으나 양사의 가치에 따른 합병비율이 관건이 될 전망이다.
일각에서는 OTT 몸값 고평가 지적도 제기되고 있는 만큼 결국 양사의 눈높이를 맞추는 것이 중요하다. KT 시즌은 약 1조원 수준의 기업 가치를 희망했던 것으로 알려졌으나 아직은 뚜렷한 강점이 부재하고 오리지날 콘텐츠 경쟁력에 대해 시장이 평가하는 가치 또한 이보다 낮았다. 티빙은 지난 2월 2500억원의 외부 투자를 받으면서 2조원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았다. 앞서 양사는 올해 초부터 사업협력위원회를 구성하는 한편, 지난 3월 말 CJ ENM이 KT스튜디오지니에 약 1000억원을 투자하기도 했다.
합병 후 실제 사업의 형태는 티빙 플랫폼 안에 시즌의 서비스가 흡수되고, KT 통신서비스 이용자의 스마트폰에는 티빙 앱이 탑재되는 식으로 흘러갈 가능성이 높다. OTT업계에서는 이들이 2019년 SK텔레콤의 옥수수와 지상파 푹(POOQ)의 합병 때와 유사한 비즈니스 구조를 갖고 있다고 본다. OTT업계 한 관계자는 "통신사들이 OTT를 했던 것은 콘텐츠 비즈니스보다는 모바일 가입자에게 무상 제공하는 마케팅 차원의 접근이었다"면서 "시즌 자체 플랫폼을 키우기가 쉽지 않아 KT는 해당 사업을 정리하고, KT스튜디오지니가 오리지널 콘텐츠를 키우겠다는 전략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증권가에서는 합병 이후 추가적인 과금 등으로 일부 가입자 이탈이 있을 수는 있으나 중장기적으로는 이용자 기반이 넓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웨이브와 티빙이 경합 상태에 있는 국내 시장에서 넷플릭스 다음으로 우선적인 포지션을 선점할 가능성이 있어 국내 이용자 기반 확장에 의의가 있다는 것이다. 황성진 흥국증권 연구원은 "OTT 간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는 상황에서 티빙과 시즌의 통합은 통신 가입자와 연계해 서비스를 확대할 수 있어 콘텐츠와 가입자 측면에서 규모의 경제를 달성할 수 있어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다만 양사의 합병이 주가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선 의견이 갈린다. 김현용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티빙의 플랫폼을 고도화하는 관점에서 합병이 CJ ENM 주가에 반영될 수는 있으나 KT의 핵심 투자 포인트는 시즌이 아니기 때문에 KT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라고 전망했다. 반면 또 다른 OTT 관계자는 "티빙의 지분을 KT스튜디오지니가 어떤 조건으로 가져가느냐에 따라 주가가 상호연동해서 움직일 수 있다"고 말했다.
홍연 기자 hongyeon1224@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