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오늘 무상증자 공시했는데 상한가 가나요?…무증 예상 종목 △△기업, ▽▽기업 풀매수 갑니다.”
최근 무상증자가 언급되는 종목마다 급등세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이를 노리고 지분공시를 악용, 차익을 실현한 슈퍼개미가 등장해 논란이 일고 있다. 무상증자 공시가 상한가로 직행하는 행태를 역이용한 것인데, 지분공시의 허점을 노렸다.
앞서
신진에스엠(138070)은 조회공시 요구를 통해 “무상증자를 검토하고 있다”고 공시, 14일 1대 1무상증자를 결정했다. 신진에스엠의 무상증자는 ‘부산왕개미’로 불리는 A씨가 신진에스엠의 주식을 대량으로 매수하며 무상증자를 요구한 것에서 촉발됐다. 지난 7일 부산에 거주하는 A씨와 특별관계자인 B씨는 신진에스엠의 지분 12.09%를 보유하게 됐다고 공시했다.
공시 직후 신진에스엠 주가는 상한가로 직행했다. 이는 지분공시를 통해 밝힌 주식보유 목적이 △회사의 경영권 확보와 △무상증자 요구였기 때문이다. 신진에스엠의 주가가 급등했지만, 막상 A씨는 지분공시 당일부터 자신이 보유한 지분을 매도한 것으로 나타났다. 시세조정 혐의가 의심되는 대목이다.
A씨와 특수관계인 B씨가 신진에스엠에 무상증자를 요구한 이후 지분 매도를 통해서 거둬들인 시세차익은 11억2000만원에 달한다.
부산왕개미의 이 같은 차익실현이 가능했던 것은 이들이 ‘5%룰’(주식 등의 대량보유상황 보고) 규정을 악용했기 때문이다. 5%룰은 상장기업의 의결권 있는 주식을 5% 이상 보유하게 된 경우와 보유한 자의 지분이 해당 법인 주식 총수의 1% 이상 변동된 경우, 그 내용을 5일 이내에 금융감독원과 한국거래소 등에 보고하도록 의무화한 제도다.
A씨와 B씨는 이미 신진에스엠의 주식을 보유하고 있었지만, 지분율 5% 이내로 공시 의무가 없었다. 지분 공시 의무는 지난 5일 지분을 추가 매입한 이후 발생했다. A씨 등은 지난 7일 회사의 경영권 확보 및 무상증자 요구를 위해 지분을 매입했다고 신고했다.
5% 이상의 지분을 보유한 A씨와 B씨가 당일부터 지분을 매도했지만, 지분 공시 의무는 없었다. 8일 1% 이상의 지분 변동으로 지분공시 의무가 발생했지만, 개미들은 A씨와 B씨가 모든 지분을 매도한 이후인 13일에나 이를 확인할 수 있었다. 현재의 5%룰이 지분 변동이 있는 경우 5일 이내에만 공시하면 되기 때문이다.
더구나 A씨와 B씨는 신신에스엠에 무상증자를 요구한 적도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분공시에서 지분 보유 목적 등의 공시 내용 기재는 취득자가 재량껏 할 수 있도록 돼 있기 때문이다. 즉, 부산왕개미는 이 같은 지분공시의 허점들을 악용해 큰 수익을 거둘 수 있었던 셈이다.
핵심은 투자자들이 A씨의 주식 처분 여부를 알 수 없었던 정보 접근성의 문제다. 평범한 개인투자자들에게 정보가 접근했을 때는 이미 모든 상황이 종료된 이후다. 5%룰의 허점으로 투자자들이 피해를 보는 상황을 막기 위해 강화된 지분공시 규정이 필요하다.
박준형 증권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