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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민 울리는 ‘깡통전세’①)전세보증 사기 피해 1.6조…절반 이상이 2030대
'빌라' 전세보증금 등 서민 대상 사기 피해 집중
입력 : 2022-07-18 오전 6:00:00
[뉴스토마토 박효선 기자] 부동산 시장이 조정기에 들어서며 ‘빌라’로 불리는 다가구·다세대주택 중심 ‘깡통전세’ 위험이 확산될 조짐이다. 집을 구하는 2030청년과 서민의 전세보증금 사기 피해 발생이 급증하고 있는 배경이다. 전세보증 사고 현황을 살펴보고, 부동산 전문 변호사들에게서 문제점과 현 시점 가장 시급한 대책안 등을 들어봤다. (편집자주)
 
한국은행의 ‘빅스텝’ 결정 이후 부동산 시장이 심상치 않다. 이른바 ‘깡통전세’ 매물이 급증하면서 전세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한 세입자들의 속은 타들어가고 있다. 그만큼 전세보증금 사기 범죄도 급증하는 추세다. 검찰은 전세사기 관련 전담팀을 꾸리는 등 고강도 수사를 벌일 방침이다.
 
대검찰청 등에 따르면 2019년부터 지난해 8월까지 HUG(주택도시보증공사)와 SGI(서울보증보험)에 접수된 전세보증금 미반환 사고 규모는 총 1조6000억원(8130건) 상당으로 집계됐다.
 
문제는 전세보증금 3억원 이하인 사건 비중이 89%에 달하며 서민의 삶을 뒤흔들고 있다는 점이다. 2013년부터 2021년 4월까지 HUG 등에 신고된 전세보증금 미반환 사고 5279건 중 3억 원이하 사건은 4703건으로 89.1% 상당을 차지했다.
 
최근 서울중앙지검에서 기소한 ‘세 모녀 전세사기’ 사건에서 전체 피해 136건 중 전세보증금 2~3억원 규모 사건이 60%(81건)를 차지하며 가장 많았고, 1~2억원 규모 39%(53건), 3억원 이상 2명(1%) 등의 순으로 조사됐다.
 
특히 전체 피해자 중 2030 청년층이 차지하는 비중은 절반을 훌쩍 넘어섰다. 전세보증금 미반환 사고금액에서 20~30대가 차지하는 비중은 △2019년 32.4%(1117억원) △2020년 49.6%(2320억원) △지난해 8월 62.8%(2210억원) 등 해마다 늘어나고 있다.
 
‘세 모녀 전세사기’ 사건에서 검찰이 구체적 인적사항을 확인한 피해자만 128명 중 30대가 대다수를 차지했다. △30대 70%(89명) △20대 13%(17명) △40대 12%(16명) △60대 3%(4명) △50대 2%(2명) 등이다.
 
또 전세보증금 사기는 주로 ‘빌라(다가구, 다세대 주택)’에서 발생했다. 세모녀 전세사기 사건 역시 세 모녀와 분양대행업자들이 공모해 ‘갭투자’로 빌라 500채를 사들인 뒤 매매가 보다 높은 전세보증금을 매겨 136명의 세입자들에게서 300억원 규모의 보증금을 가로챈 사례다.
 
올 상반기 기준 세입자들이 전세보증금을 받지 못한 사례는 △빌라 등 다세대주택 924건(1961억원) △아파트 389건(909억원) △오피스텔 211건(413억원) △연립주택 47건(93억원) 등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8월 기준 악성 임대인 현황. (출처=김상훈 국민의힘 의원실)
 
그간 검찰에 덜미를 잡힌 전세 사기범도 여럿이다.
 
최근 기소된 ‘세 모녀’를 비롯해 △부동산 등기부상 거래가액을 부풀려 ‘실거래가’보다 높은 전세금을 받은 사기범(인천지검) △허위 임차인 등을 모집해 한국주택금융공사에서 보증하는 서민 전세자금 60억원 상당을 대출받은 조직(수원지검 안산지청) △다가구주택에 대한 ‘대출금’과 ‘다른 임차인들의 임대차보증금’만으로 이미 전체 주택의 시가를 초과했음에도 대출금과 주택 전월세 계약 현황을 속이고 전세계약을 체결한 사례(대전지검 서산지청) △보증금을 반환할 의사나 능력이 없이 ‘갭투자’ 방법으로 다수의 다세대 주택 취득해 ‘전세금 돌려막기’를 하고 임대차계약서 등을 위조한 사례(대구지검) 등이다.
 
이처럼 다양한 전세 관련 사기가 발생하고, 그 수법도 교묘해지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전세보증금 미반환 사고의 경우 계약 당사자 간 민사 분쟁 대상으로 취급돼 사기범에 대한 형사 처벌이 이뤄지는 경우는 많지 않다. 또 전세보증금 5억원 이하 사건은 검찰 직접 수사 범위가 아니다.
 
부동산 전문 김예림 변호사(법무법인 덕수)는 “세모녀 사기단 사례의 경우 워낙 조직적이고 피해 규모도 500채 이상이다 보니 사회적 문제가 되어 기소까지 됐지만, 통상 전세 사기는 ‘점조직’ 형태로 운영된다”며 “전세금 반환을 안했다는 이유로 사기죄를 적용하기가 현실적으로 어려운 면이 많다”고 설명했다.
 
김 변호사는 “(검찰이 수사를 강화함으로써) 전세 사기범에 대한 경종을 울리는 취지는 될 수 있겠다”면서도 “하지만 보증금 반환이 가장 시급한 피해자 입장에선 (전세사기범을) 형사 고소하더라도 자신의 전세금을 편취하려 했다는 고의를 직접 입증해야 하는 등 실익이 없다”고 말했다.
 
세입자가 전세계약을 할 때 그 집이 ‘깡통전세’인지 여부를 확인할 방법이 없다는 점도 문제다.
 
최우석 변호사(법률사무소 제일법률)는 “집 계약할 때 등기부등본을 떼보고 금융권 대출, 전세권 설정자 등을 반드시 확인해 봐야 한다”면서도 “(사기꾼들은) 등기부등본에 전세권을 설정하지 않고 보증금을 받는 경우가 있다”고 말했다.
 
사실상 세입자가 자신의 보증금을 지킬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전세보증금반환보증에 가입하는 일뿐이다. 그러나 보증금 미반환 사고가 급증하면서 HUG 업무처리 지연에 따른 답답함을 호소하는 피해자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서울의 한 빌라 밀집지역. (사진=뉴시스)
 
박효선 기자 twinseven@etomato.com
 
박효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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