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현(왼쪽에서 두 번째) 전 민주당 공동비상대책위원장이 15일 국회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차기 당대표 경선 출마 선언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뉴스토마토 김광연 기자] 박지현 전 민주당 공동비상대책위원장이 15일 당대표 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이재명 의원을 향해 "여전히 이번 8·28 전당대회에서는 쉬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며 "그래야 차기 대선 후보가 될 수 있을 것 같다. (이 의원이)전당대회에 나오면 당과 이 의원 모두 엄청난 상처를 입을 것으로 본다"고 날을 세웠다.
박 전 위원장은 이날 국회 정문 앞 보도블럭 위에서 출마선언 기자회견을 연 뒤 기자들과 만나 이 의원과 틀어진 계기에 대해 "제가 대선캠프에 들어왔을 때 이 의원이 약속한 것은 '백 마디 말보다 하나의 행동으로 성폭력 문제를 근절하겠다'고 약속한 것"이라며 "하지만 성희롱 의혹을 받는 최강욱 의원 사태 당시 제 발언을 막는 것을 보고 그때와 다르다고 느꼈다. 하지만 아예 (이 의원과)갈라섰다기보다는 언제든지 협력할 수 있다"고 여지를 남겼다.
당무위원회가 자신의 출마를 최종 불허한 상황에서 이를 강행한 것에 대해 "반려된 뒤에 생각해보겠다. 반려할 명분이 충분하지 않아 받아들여질 것"이라며 "후보 등록이 좌절된다면 지금 집필하고 있는 책을 마무리하고, 더 많은 청년들과 논의하면서 (진로를)정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했다. 이에 대해 민주당은 원칙을 강조했다. 신현영 대변인은 이날 비상대책위원 회의 이후 기자들과 만나 "당은 원칙에 따라서 대응할 것"이라며 "(출마를)접수하더라도 요건을 갖추지 못한 경우라면 접수가 반려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박지현 전 민주당 공동비상대책위원장이 15일 국회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차기 당대표 경선 출마 선언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앞서 지난 4일 비대위는 당대표 출마를 선언한 박 전 위원장에 대해 "예외를 인정할 불가피할 사유를 발견하지 못했다"며 불허했고, 최종 의결 기구인 당무위원회는 비대위 의견을 그대로 따랐다. 박 전 위원장은 당원 가입 6개월이 지나야만 당대표에 출마할 수 있는 당규에 제동이 걸렸다. 그는 1월 선대위 디지털성범죄근절특위 위원장으로 민주당에 영입된 뒤 2월부터 당비를 납입해, 전당대회 후보 등록 마감일인 17일까지 권리당원 요건을 충족하지 못했다.
박 전 위원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민주당을 다양한 목소리를 더 잘 들을 줄 아는 열린 정당, 민생을 더 잘 챙기고, 닥쳐올 위기를 더 잘 해결할 유능한 정당으로 바꾸기 위해 당 대표 출마를 결심했다"며 "위선과 이별하고 '더 엄격한 민주당'을 만들겠다. 우리는 아직도 조국의 강을 건너지 못하고 있는데 제가 대표가 되면 조국의 강을 반드시 건너겠다"고 다짐했다.
지방선거 이전 자신이 강조했던 '86용퇴론'도 다시 꺼냈다. 박 전 위원장은 "아름다운 용퇴로 미래 정치를 만드는 데 기여해 달라고 정치 선배들을 설득하겠다"고 말했다. 누구를 대상으로 하는지에 대해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앞으로 우리 당이 가져가야 할 새로운 의제와 동떨어진 분들이 되지 않겠느냐"고 반문했다.
박지현(오른쪽) 전 민주당 공동비상대책위원장이 15일 국회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차기 당대표 경선 출마 선언을 한 뒤 이동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당내 논란을 낳은 팬덤정치에 대해서도 "팬덤과 결별하고 '민심을 받드는 민주당'을 만들겠다. 그릇된 팬심은 국민이 외면하고, 당을 망치고, 협치도 망치고, 결국 지지하는 정치인도 망친다"며 "욕설, 문자폭탄, 망언과 같은 행위는 강력히 제재하겠다"고 경고했다.
박 전 위원장은 이날 기자회견 장소를 섭외하는데 부침을 겪었다. 애초 현직 의원만이 사용 가능한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기 위해 몇몇 민주당 의원들에게 부탁했으나 모두 거절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를 향한 최근 당내 부정적인 기류를 보여준다. 결국 박 전 위원장은 국회 분수대 앞으로 자리를 옮길 계획이었지만, 이마저도 '국회 경내에서는 의원을 대동하지 않으면 어디서든 회견이 불가하다'는 방호과 통보를 받고 부랴부랴 국회의사당역 6번출구쪽, 국회 정문 앞으로 장소를 변경했다.
이와 관련해 박 전 위원장은 "처음에는 (기자회견 장소 관련해 제 부탁을)수락했다가, 같이 회견장에 서야 한다고 하니까 부담을 느낀 분도 있고, 일정상 안 된다는 분도 있었다"며 "대놓고 지지하기는 어렵지만 마음 속으로는 지지하고 있다는 의원들도 있었다"고 전했다.
김광연 기자 fun3503@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