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준금리가 오르고 또 오른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지난 13일 기준금리를 현재 연 1.75%에서 2.25%로 올렸다. 이번 인상이 끝이 아니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당분간 기준금리 인상 기조를 이어 나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 총재는 연말 기준금리에 대해 2.75%~3% 기대가 합리적이라는 의견도 더했다.
그렇지만 아직 알 수 없다. 미국의 물가상승폭이 예상보다 높고 금리도 한 번에 1%포인트 올릴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에 따라 한국의 연말 기준금리가 3%를 넘어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한 번에 0.5% 올리는 빅스텝이 또 단행될지도 모르겠다.
지금처럼 물가 불안이 심할 때 중앙은행이 금리를 올리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조만간 물가상승에 제동이 걸릴 것이라는 전망도 없지 않다. 물론 그럴 때가 분명 오기는 올 것이다. 그때가 언제일지는 모른다. 어쨌든 그 시기까지 금리인상은 불가피하다.
한국의 재계도 과거와는 사뭇 달라졌다. 과거 재계는 금리 인상에는 무척 민감하게 반응해왔다. 재벌들이 거액의 차입에 의존하는 체질이었기에, 금리인상은 곧 금융비용 증가를 의미했다. 따라서 알레르기 반응을 보이곤 했다. 그렇지만 이제는 한국 재벌의 재무구조도 현저히 건실해졌다.
게다가 최근 초저금리로 인한 부작용을 모두가 뼈저리게 느꼈다. 특히 개방경제에서 저금리가 저금리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환율 불안이라는 더 큰 문제를 야기한다. 초저금리는 재벌을 포함해 그 누구에게도 행복을 주지 않는다는 것이 분명해졌다. 따라서 한국 재계도 이제는 금리인상의 불가피성을 인정하고 담담하게 수용한다.
한국은행은 이제 금리 수준을 자유롭게 결정할 수 있다. 한은이 소신껏 판단하고 소신껏 결정하면 된다.
그렇지만 금리조정 이후 경제를 이끌어가는 책임은 결국 정부에게 돌아간다. 지금처럼 한은이 계속해서 금리를 올릴 경우 당연히 경기 위축이 예상된다. 특히 부동산경기가 급격하게 얼어붙고, 이로 말미암아 전체 내수경기도 식어버릴 염려가 크다. 이미 아파트 거래 시장은 차갑게 식어가고 있다. 이 때문에 부동산중개업소의 어려움이 커지고 있다고 한다.
금리인상기에 우려되는 ‘약한 고리’는 더 있다. 코로나로 인해 막대한 타격을 입은 자영업자를 비롯해 2중 3중의 차입자나 ‘영끌’ 차입자 등 ‘취약 차입자’의 원리금 상환 부담이 급격히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들 ‘취약 차입자’의 경우 자칫하면 완전히 상환 불능사태에 빠질 수도 있다.
경제의 약한 고리들이 원만하게 정리되면 경제의 선순환 구도는 깨지지 않는다. 다소 영향은 있겠지만, 위협적인 것은 아니다. 그러나 원만하게 정리되지 않으면 그 파장이 어디로 번질지 알 수 없게 된다. 작은 불씨가 거대한 산불로 번지듯이 경제의 흐름을 뒤흔들고 동요시킬 수도 있다. 1997년 외환위기나 2008년 세계금융위기도 근원을 파고들면 이들 취약 차주를 잘못 다룬 결과 빚어진 것이다.
따라서 금리상승 시기에 가장 큰 과제는 경제를 연착륙시키는 것이다. 경기가 다소 위축될지언정, 순환 구도 붕괴라는 경착륙을 막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정부가 이 시정에서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는 명확하다. 부동산 거래절벽을 완화하고 거래를 활성화하는 한편 취약 차주의 완전 상환 불능사태를 방지하는 데 각별히 유의해야 한다.
때마침 14일 정부는 윤석열 대통령 주재로 제2차 비상경제민생대책회의를 열고 취약 차주를 위한 여러 가지 대책을 제시했다.
자영업자와 소상공인 채무 조정을 위한 새출발기금에 30조원, 저금리 대환 프로그램에 8조5000억원, 안심전환대출에 45조원, 맞춤형 자금 지원에 41조2000억원 등 모두 '125조원+α'를 푼다고 한다.
일부 비판과 반론은 제기되지만 연착륙을 막으려는 정부의 노력은 일단 평가해줄 만하다. 그렇지만 충분한지는 아직 모르겠다. 모든 금융사가 흔쾌하게 실행에 나설지도 의문이다. 정부가 내놓은 대책의 틈을 메우는 역할은 금융사들의 몫이다. 금융사 스스로를 위해서도 필요하다.
김주현 금융위원장도 이번 정부 대책에서 빠진 부분은 금융사들이 적극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와 금융사들이 잘 협조해서 금리상승기에 취약 차주의 문제해결과 경제연착륙에 온 힘을 기울이기를 기대한다.
차기태 언론인(folium@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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