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효선 기자] 아파트 특별공급 청약 대상자의 청약통장뿐 아니라 이 통장 계좌를 개설한 은행 연계 공인인증서를 주고받는 행위(양도·양수)도 주택법 위반이라는 대법원의 첫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2부(주심 민유숙 대법관)는 사기, 주택법 위반, 전자서명법위반, 사문서 위조 등 혐의로 기소된 A씨 상고심에서 징역 2년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남부지법으로 돌려보냈다고 19일 밝혔다.
재판부는 “주택청약종합저축 계좌가 개설된 은행에 연계된 공인인증서를 양도하는 경우 그 양수인은 양도인 명의로 청약신청을 해 주택을 공급받을 수 있게 되므로 ‘입주자저축증서’의 양도·양수 행위에 공인인증서 양도·양수 행위도 포함된다고 해석함이 입법취지에 부합하다”며 사건을 파기 환송했다.
이어 “과거에는 주택청약이 주로 현장접수 형태로 이뤄졌으므로 주택을 공급받을 수 있는 권리를 이전하기 위해 ‘입주자저축 증서’인 청약통장 자체를 양도·양수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최근에는 온라인 청약이 일반화되어 주택청약종합저축 계좌와 개설된 은행에 연계된 공인인증서가 있어야만 청약신청이 가능한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설명했다. 실물 문서뿐 아니라 공인인증서를 주고받는 행위도 입주자 증서의 불법 양도·양수로 봐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주택청약종합저축 계좌가 개설된 은행에 연계된 ’공인인증서‘를 양도·양수한 행위도 주택법 65조 1항 2호의 ’입주자저축 증서‘ 양도·양수행위에 포함된다”며 “그럼에도 원심은 이 부분 공소사실을 무죄로 판단한 바, 주택법 65조 1항 2호의 ‘입주자저축 증서’ 양도·양수 행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해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고 지적했다.
검찰에 따르면 A씨는 2018년 6월부터 2020년 3월까지 신혼부부, 다자녀 가구, 무주택자 등 아파트 특별공급 청약 신청 요건을 갖췄으나 경제적 능력이 부족해 분양신청을 할 수 없는 대상자들을 모집해 이들로부터 청약통장, 공인인증서, 청약신청 관련 서류(인감증명서, 주민등록등본, 가족관계증명서 등), 청약당첨 후 분양권 전매기간이 지나면 명의변경을 할 수 있는 권리 확보 서류 등을 매입했다.
이를 중간 부동산업자들에게 판매하고, 청약통장 양도자 명의 청약 관련 서류를 전달받는 과정에서 분양권 전매기간이 지난 뒤 명의를 변경하기 위해 인터넷 청약에 필요한 공인인증서가 함께 전달됐다.
A씨는 또 2020년 2~3월 청약통장 양도자들 명의 임신확인서나 재직증명서 등 권리 확보 서류를 임의로 발급받거나 꾸며내 아파트 분양을 받으려는 또 다른 사람들에게서 수억원을 받아 챙긴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은 A씨의 이 같은 행위에 주택법 위반(원래 청약통장, 공인인증서, 권리확보서류 등 명의인으로부터 이를 양수한 행위), 사기(피해자들에게 입주자저축 증서 등을 넘기고 수억원의 양도대금을 수령한 행위), 사문서위조(임신확인서, 재직증명서 등을 임의로 발급받거나 작성한 행위) 등의 혐의를 적용했다.
1·2심 재판부는 A씨의 혐의 대부분을 유죄로 인정하고 징역 2년을 선고했다. 다만 공인인증서와 청약통장 앞면 사진, 가입내역서, 계좌개설확인서, 그 외 권리확보서류 등까지 '입주자저축 증서'로 볼 수 없다며 주택법 위반 혐의에 대해 일부 무죄로 판단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과거와 달리 현재 공인인증서와 비밀번호만 있으면 주택청약 신청이 가능한 만큼 공인인증서 역시 양도·양수할 수 없는 ‘입주자저축 증서’에 포함해야 한다고 봤다.
대법원 청사 전경. (사진=뉴스토마토)
박효선 기자 twinseve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