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용준 기자] 일제가 갈라놓은 창경궁과 종묘가 90년만에 다시 연결됐다.
서울시는 ‘창경궁-종묘 연결 역사복원사업’을 완료하고 복원한 담장·녹지와 새로 조성한 궁궐담장길을 오는 22일부터 시민들에게 개방한다고 20일 밝혔다. 2011년 착공 이후 12년 만이다.
종묘는 조선의 역대 왕과 왕비의 신주(위패)를 모신 왕가의 사당으로, 국내 최초로 1995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됐다. 원래 창경궁과 담장을 사이에 두고 하나의 숲으로 이어져 있었지만, 1932년 조선총독부가 종묘관통도로(현 율곡로)를 개설하면서 창경궁과 종묘를 갈라놨다. 이 과정에서 임금이 비공식적으로 종묘를 방문할 때 이용했던 북신문도 사라졌다.
당시 일제는 풍수지리상 북한산의 주맥이 창경궁에서 종묘로 흐르는 것을 도로의 신설과 확장이라는 미명 아래 끊어버렸다. 이번 복원은 과거 동궐인 창덕궁·창경궁과 유기적으로 연결됐지만 율곡로 개설로 섬처럼 분리돼버린 종묘를 되돌려 역사·전통적 가치를 회복했다는 데 의미가 크다.
서울시는 90년 만에 창경궁과 종묘를 다시 연결하면서 율곡로를 지하화하고 상부에 약 8000㎡에 달하는 녹지를 만들어 끊어졌던 녹지축을 이었다. 녹지엔 참나무류와 소나무, 귀룽나무, 국수나무, 진달래 등 고유 수종을 심어 다층구조의 전통숲을 완성했다.
일제가 없애버린 창경궁과 종묘 사이 궁궐담장(503m)과 북신문도 최대한 원형 그대로 복원했다. 궁궐담장의 경우 공사 중 발굴된 옛 종묘 담장의 석재와 기초석을 30% 이상 재사용했다. 복원된 궁궐담장을 따라 조선왕실의 발자취를 느끼며 산책할 수 있는 340m, 폭 3m의 궁궐담장길(돈화문~원남동사거리)도 새로 생겼다.
궁궐담장길은 조선시대엔 없었지만, 이번 복원을 통해 새롭게 조성한 길로, 90년 만에 하나가 된 창경궁-종묘를 보다 가까이에서 접할 수 있는 새로운 명소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노약자·임산부·장애인 등 보행약자도 편리하도록 계단과 턱이 없는 완만한 경사로 설계됐으며, 원남동사거리에는 산책로로 연결되는 엘리베이터를 설치했다.
창경궁-종묘 역사복원이 완성됨에 따라 인근의 청와대, 서울공예박물관, 국립현대미술관, 광화문광장과 송현동 부지까지 서울 도심을 역사·문화·예술·녹지가 어우러진 공간으로 잇는 축을 이루게 된다. 창경궁-종묘 단절구간 연결은 2040 서울도시기본계획에서 제시한 남북녹지축의 중심이기도 하다.
다만, 당분간 궁궐담장길에서 종묘와 창경궁으로 출입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서울시는 창경궁과 종묘 사이를 자유롭게 오갈 수 있도록 현재 문화재청과 협의 중으로, 함양문을 통해 창덕궁과 창경궁을 통행하는 것처럼 통합 진출입체계를 구축할 계획이다.
일제에 의해 단절된 지 90년 만에 연결된 종묘와 창경궁. (사진=서울시)
박용준 기자 yjunsay@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