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5일(현지시간) 이탈리아의 고대 유적 콜로세움을 찾은 한 여성이 생수로 목을 축이고 있다. 이탈리아는 이례적인 고온과 강우 부족으로 가뭄에 시달리고 있다. 2022.7.6
[뉴스토마토 박재연 기자] 유럽이 사상 최악의 폭염으로 몸살을 앓는 가운데 이로 인한 각국의 피해가 커지고 있다.
19일(현지시간) 영국 기상청에 따르면 중부 링컨셔주의 코닝스비 지역 기온이 이날 오후 4시 기준 40.3도를 기록했다고 전했다. 이는 영국 역사상 최고 기온이다.
또한 런던은 세인트 제임스 파크, 히스로가 40.2도, 큐 가든이 40.1도에 이르며 다수 지역에서 40도를 넘어섰다. 기존 최고 기록은 2019년 케임브리지의 38.7도였는데 이날 오전에 런던 남부 서리 지역에서 기온이 39.1도로 측정되며 기록이 깨졌다.
기상청은 최고 34개 관측지점에서 기존 기록이 경신됐다고 말했다. 특히 웨스트 요크셔의 한 지역은 전날 최저 기온이 25.9도를 기록했다. 기존 최저 기온은 1990년 8월 3일 브라이튼의 23.9도였다.
기록적인 폭염 때문에 시민들 교통에도 차질을 빚었다.
전날부터 폭염으로 철도와 지하철 운행이 대거 취소되거나 축소됐으며 고열로 철로가 휘거나 도로포장이 녹아 도로가 위로 솟기도 했다. 이에 영국 철도시설공단인 네트워크레일은 기록적인 폭염으로 서포크 지역에 철로 온도가 62도까지 치솟았다고 발표했다. 뿐만 아니라 고압 전력선이 늘어져 내려오며 화재가 발생해서 철도 운행이 중단되기도 했다.
시설 이용 및 여가 생활에도 영향을 미쳤다.
대법원은 냉방시설 문제로 심리를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변경했고 영국박물관도 폭염을 이유로 오후 3시에 운영을 중단했다. 또한 사디크 칸 런던 시장은 런던 내 산불 등 잇따른 화재로 런던 소방 당국이 ‘중대사건’을 선언했다고 전하고 바비큐 등 불이 날 위험이 있는 행위는 하지 말라고 당부하기도 했다. 직장인들은 재택근무가 증가한 환경에서도 냉방을 위해 사무실로 출근하는 인원이 늘었다.
전문가들은 유럽 내 기록적인 폭염에 앞으로도 지속될 것이란 의견에 동의했다.
영국 임피리얼 칼리지의 기후과학자 프리데릭 오토 교수는 "수십 년 후에는 이 정도면 상당히 시원한 여름일 것이다"라며 BBC에 기후변화 영향에 관해 경고했다.
이어 그랜트 섑스 교통부 장관은 영국의 폭염 대응 인프라를 겨냥해 "업그레이드하는데 여러 해가 걸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기상청 스티븐 벨처 최고 과학 책임자는 "영국 기온이 40도에 이르는 건 기상청 연구 기준으로 사실상 불가능"이라면서도 "온실가스로 인한 기후변화가 기록적 폭염을 가능케 했다"고 지적했다.
한편 프랑스와 그리스에서는 산불 피해가 이어지고 있다.
프랑스는 산불이 꺼지지 않고 있는 서쪽 대서양 연안 지역을 중심으로 40도가 넘는 곳이 속출했다. 와인 산지로 유명한 보르도를 품고 있는 지롱드는 지난주 벌어진 산불로 숲 2만 헥타르(200㎢)가 불에 타는 피해를 입었다.
또한 수도 파리에서는 이날 오후 3시 기준 수은주가 40.1도를 가리켰다.이는 150년 전 기상 관측 시작 이래 세 번째(2019년 7월 25일 42.6도, 1947년 7월 28일 40.4도)로 더운 날이다. 이에 기상청은 이날 프랑스 전역 64개 지역에서 최고 기온 기록을 새로 썼다고 보도했다.
그리스 수도 아테네 인근에서도 강한 바람을 타고 번진 산불로 소방 당국이 애를 먹었다. 그리스 소방 당국은 아테네에서 27㎞ 떨어진 펜텔리 지역에서 발생한 대형 산불 진화를 위해 80여 명의 소방 인력과 30여 대의 소방 항공기를 투입한 상태다. 앞서 그리스에서는 지난여름 발생한 크고 작은 산불로 서울 면적의 두 배에 이르는 12만1천 헥타르(1천210㎢)의 산림이 초토화된 바 있다.
한편 세계기상기구(WMO)는 유럽 폭염이 이날 정점을 찍을 것으로 예측했다. 그러면서 이상 기온이 다음 주 중반까지 이어지리라 전망한 바 있다.
박재연 기자 damgomi@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