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2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뉴스토마토 장윤서 기자]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는 윤석열정부가 취임 2달여 만에 지지율이 폭락하자 정권 말기 레임덕 수준이라며 ‘무능함’을 정조준했다. 사적 채용 등 대통령 권력 사유화로 ‘측근 챙기기’에 몰두하고 있고, 경제위기 속에서도 뚜렷한 대응책이 없다는 이유에서다.
박 원내대표는 특히 대통령실 사적 채용 등 인사 논란을 집중 부각시키며 국민적 비판에 귀 기울이지 않을 경우 더 큰 민심의 저항에 직면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 과정에서 박 원내대표는 측근인 최순실씨의 국정농단으로 결국 탄핵된 박근혜 전 대통령까지 언급하며 강도높게 압박하는 모습도 보였다. 박 원내대표가 박 전 대통령의 ‘탄핵’을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그만큼 상황을 엄중하게 보고 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박 원내대표는 20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교섭단체연설에서 “지지율의 급락은 권력 사유화, 인사 난맥, 경제·민생 무능에 더해 대통령의 오만과 불통이 더해진 결과”라며 “윤 대통령과 정부·여당에 촉구한다. 국정 운영의 기본으로 돌아오시라”고 했다.
앞서 이날 발표한 알앤써치 여론조사 결과(지난 16~18일, 전국 성인 1025명 대상), 윤 대통령의 국정수행에 대한 긍정평가는 35.6%, 부정평가는 61.6%로 나타났다. 직전 여론조사 대비 긍정평가가 3.1%포인트 상승했지만, 여전히 부정평가가 60%대로 높이 유지됐다. 윤 대통령에 대한 지지율 급락에 위기를 느낀 대구·경북(TK)지역의 보수 유권자들이 결집하면서 지지율이 일부 회복세를 보였지만 여전히 전 지역, 전 세대에서 부정 평가가 주를 이뤘다.
상황이 심상치 않게 돌아가자 여권에서는 지지율 방어에 급급한 모양새다. 특히 대통령실 사적 채용 논란으로 공시족 등 ‘불공정’ 프레임에 휩싸이자, 사과하며 진화에 나섰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최근 대통령실 채용과 관련한 저의 발언에 대해 송구하다는 말씀을 드린다”며 “전적으로 저의 불찰이다”라고 고개를 숙였다.
권 원내대표의 사과는 불과 5일 만의 일이다. 권 원내대표는 지난 15일 윤 대통령의 지인 아들 우모씨가 대통령실 시민사회수석실 9급 행정요원으로 채용된 과정을 해명하면서 “내가 추천한 것”이라고 사적 채용을 인정하고 “높은 자리도 아니고 행정요원 9급으로 들어갔는데 뭘 그것 가지고 그러나” 등과 같은 발언을 해 논란을 키운 바 있다. 대통령실 사적 채용 사실을 인정하고도 반성조차 보이지 않자 2030층 공시족을 중심으로 비판 여론이 일기 시작했다. 특히 SNS상에서는 권 원대대표의 사진과 함께 ‘공무원시험 합격은 권성동!!!’이라는 패러디 이미지가 속속 올라오기도 했다.
박 원내대표도 비판여론에 가세했다. 그는 “긴말 드리지 않겠다. 엄격한 공사 구분은 공직자에게 더구나 대통령에겐 반드시 지켜져야 할 원칙”이라며 “대통령 가족과 친인척, 측근 비리는 정권뿐 아니라 나라의 불행까지 초래한다. 박근혜정부 시절, 청와대의 공적 시스템을 무력화시킨 비선 실세 최순실의 국정농단은 헌정사상 초유의 대통령 탄핵으로 이어졌다”고 날을 세웠다.
문재인정부 출신의 한 민주당 의원도 이날 <뉴스토마토>에 “윤석열정부의 지지율 하락의 핵심적 원인은 인사 참사 때문”이라며 “만약 실수가 나오더라도 이 구멍을 메울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인사 검증 시스템인데 윤석열정부는 이 시스템 자체가 작동하지 않는 것 같다”고 진단했다.
해당 의원은 “대통령 지지율이 30%대까지 무너졌다면 비서실장이 직을 걸어야 한다”며 “그런데 이 정권 들어서 김대기 비서실장이 윤 대통령에게 쓴소리를 하는 것도 본 적이 없다. 인사 검증 시스템 자체가 작동하지 않는다는 방증이 아니냐”고 지적했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이 오히려 ‘오만하다’는 입장이다. 허은아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이날 본회의가 끝난 뒤 논평을 통해 “민주당은 지난 대통령선거와 지방선거에서 있었던 국민의 엄중한 심판을 망각한 듯 ‘대통령 탄핵’을 경고했다”며 “국민은 169명의 국회의원 거대 의석을 무기로, 마치 언제든 ‘대통령 탄핵’을 시킬 수 있다는 듯한 오만함을 느꼈을 것”이라고 반박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20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로 출근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고물가·고금리·고환율 ‘3고 경제위기’…“대통령실 용산 이전에만 몰두해 민생 뒷전”
박 원내대표는 고물가·고금리·고환율의 ‘3고 경제위기’에도 윤석열정부가 민생·경제를 제대로 챙기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현재 소비자물가지수는 지난달 6% 상승해서 IMF경제위기 이후 24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고, 지난 6월 경제고통지수도 9.0으로 2009년 금융위기 이후 14년 만에 최대치로 상승했다. 게다가 한국은행은 올해만 4차례의 금리를 인상하면서 사상 처음으로 0.5% 빅스템도 단행한 상태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가 이달말에 1%의 금리를 인상하는 울트라스텝까지 밟을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면서 한국은행의 추가적 금리인상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미국이 한국보다 금리가 높을 경우 한국 자본시장에 투자된 외국인자금이 유출되면서 경제위기가 가속화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소상공인·자영업자들이 코로나19를 견디면서 대출 자금으로 버텼다는 점이다. 대출금리가 높아지면 이자금을 감당하지 못한 이들의 줄도산이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내 집 마련을 위해 대출금을 끼고 투자했던 2030 청년들도 있어 신용불량자의 수가 어느 때보다 높을 수 있다는 경고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박 원내대표는 이런 상황을 짚으며 “이런 어려움이 이미 대선 전부터 예고되었는데, 윤석열정부는 대선 이후 인수위 두달 동안 허송세월을 보내고 대통령실 용산 이전만 강행했다”고 지적했다. 또 “대선 이후 넉달, 취임 후 두달이 지난 이달 초에서야 대통령은 비상경제민생대책회의를 주재했다”고 답답함을 토론했다.
박 원내대표는 1998년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당시 김대중 전 대통령의 모습과 비교하기도 했다. 그는 “국란에 비유되었던 IMF 경제위기 직후 김 전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우리 모두는 지금, 땀과 눈물과 고통을 요구받고 있다’며 말을 잇지 못하고 눈물을 삼키면서도, ‘정부를 믿고 견뎌낸다면 반드시 극복하겠다’고 결연한 의지를 보여줬다”고 설명했다.
그는 “그리고 IMF 역사상 최단기간인 1년 반 만에 조기 졸업을 해냈다”며 “경제가 위기일 때, 그로 인해 국민이 고통을 감수해야 할 때, 대통령이 국가의 지도자로서 해야 할 일은 바로 그런 모습”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원내 제1당인 민주당은 경제와 민생을 제대로 챙기는 일이라면 (정부·여당에) 초당적으로 협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장윤서 기자 lan4863@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