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재선의원 모임 주최 민주당 대표 후보자 토론회에서 후보자 및 참석 의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사회자 정춘숙 의원, 후보자 박주민, 강병원, 강훈식, 박용진 의원. (사진=뉴시스)
[뉴스토마토 장윤서 기자] 97(90학번·70년대생)그룹 단일화 바람이 본격적으로 불기 시작했다. 공통분모는 ‘반이재명연대’다. 먼저 반이재명연대 단일화에 불을 지핀 건 97그룹의 강병원·박용진 의원이다. 이들은 공개적으로 이재명 당대표 후보를 ‘쇄신의 대상’으로 규정하고 97그룹이 단일대오로 맞붙어야 한다고 동참을 호소했다. 특히 이들은 예비경선(컷오프) 전 단일화를 주장하며 다른 주자들을 압박하고 나섰다.
하지만 정치권에서는 이들의 단일화 주장에 대한 의구심을 지우지 못하고 있다. 강병원 의원은 중앙위원회의 단단한 지지를 받고 있고, 박용진 의원은 국민 여론조사에서 앞서 나가면서 결국 ‘나로 단일화’로 귀결되지 않겠냐는 것이다. 일단 두 의원은 단일화되면 누가 되든지 적극 돕겠다면서 의구심을 지우는데 주력하는 모양새다.
게다가 97그룹의 다른 당권주자인 강훈식·박주민 의원은 단일화를 서두르지는 않겠다는 모양새를 취하면서 단일화는 안갯속에 갇힌 모습이다.
강병원·박용진 의원은 21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재선의원 당대표 후보 토론회’에서 ‘반이재명연대 단일화’에 공개적으로 동의를 표현했다. 박용진 의원은 “이번 전당대회의 특징은 ‘쇄신과 변화를 세울 수 있느냐’라고 생각해서 단일화가 중요한 역할을 하겠다고 직감하고 있다”며 “저는 이 후보가 쇄신의 대상이라고 생각해서 이 후보가 지갑을 주워가듯이 당대표가 되는 것이 당에게도 본인에게도 좋지 못하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래서 저는 여기 앉아 있는 동지들과 김민석·이동학 당대표 후보까지 다 함께 하는 단일화가 만들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컷오프 이전에 그런 그림이 만들어져야 한다”고 덧붙엿다.
강병원 의원도 “누가 당대표가 되도 무관하면 저는 나오지 않았다. 이 후보를 제외하고 7명이 나온 것은 이 후보에 대한 위기감을 모두 갖고 있는 것”이라며 “그래서 컷오프 이전에 단일화를 추진하자는 방향으로 선언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공교롭게도 ‘반이재명연대 단일화’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강병원 의원과 박용진 의원은 각각 중앙위와 국민 여론조사에서 유리하다고 평가를 받고 있다. 앞서 민주당 중앙당 선거관리위원회는 전날 오는 28일에 열리는 예비경선에서 당대표의 경우 중앙위 70%, 국민 여론조사 30%를 반영하기로 최종 결정했다. 컷오프를 통해 당대표 후보 3명 최고위원 후보 9명이 본선에 진출할 예정이다.
3선의 한 의원은 “강병원 의원은 이낙연계(NY) 의원들의 지지를 받고 있어 중앙위에서 앞서 나간다는 평가가 많아 컷오프에서 통과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며 “박용진 의원은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 시절에 들어온 인재인데 당내 지지세력이 없어 컷오프에 통과할지 미지수”라고 전망했다.
재선의 한 의원은 “박용진 의원이 국민 여론조사에서 높은 지지율을 기록하고 있는데, 일부 의원들 중에서는 이 조사결과를 보고 이 후보의 대항마로 내세워도 되겠다는 생각을 하는 분들도 조금 계신 것 같다”고 전하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이들이 ‘반이재명연대 단일화’에 합의했지만 실제 단일화 성사 여부에 대해서는 ‘미지수’라는 분위기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중앙위와 여론조사에서 각자 유리한 측면이 있는데 당권을 포기할 마음이 쉽게 들지 않을 것”이라며 “결국 ‘나로 단일화 하자’는 이야기 아니냐”고 의구심을 표현했다.
이에 대해 강병원·박용진 의원은 누구로 단일화가 되더라도 적극 돕겠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강병원 의원은 이날 토론회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기자들이 ‘단일화했는데 떨어지면 어떻게 하겠냐’는 질문에 “그렇게 되면 97세대 중에서 누가 되든지 열심히 밀겠다”며 “선거대책위원장이라도 맡아서 왜 97세대가 등장했고 왜 우리 당이 자생당사가 아니라 선당후사가 필요한지, 당이 다음 총선과 대선을 위해서 무엇이 필요한지 등을 열심히 알리는 선대위원장이라도 하겠다”고 의지를 다졌다. 박용진 의원도 이날 토론회를 마친 뒤 같은 질문에 “그런 각오(단일화에 떨어질 수 있다)는 각오를 하고 해야 진정한 단일화가 아니겠냐”고 웃어보였다.
21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재선의원 모임 주최 민주당 대표 후보자 토론회에서 후보자들이 기념촬영 후 박수를 치고 있다. 왼쪽부터 박주민, 강병원, 강훈식, 박용진 의원. (사진=뉴시스)
또다른 97그룹의 당권 주자인 강훈식·박주민 의원은 단일화를 서두르지 않겠다는 모양새를 취하면서 단일화 논의는 여물지 못한 모습도 보였다. 강훈식 의원은 이날 토론회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컷오프 이전 단일화’에 대해 묻자 “지금은 의견을 낼 시간”이라며 “현실적으로 방법도 명확하지 않은 상황에서 그런 논의가 되는 게 맞는지 잘 모르겠다”고 선을 그었다. 다만, 컷오프 이후 단일화에 대해선 “당연히 열어놓고 고민할 수 있다”고 화답했다.
박주민 의원도 이날 토론회에서 “단일화에 대해 열려 있다는 말씀을 드린다”면서도 “기본적으로 가치와 당에 대한 혁신 방향에 접점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고 그런 부분을 찾기 위한 대화의 과정을 거쳐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조건을 걸었다. 또 이 후보와의 단일화에 대해서도 “생각해본 적 없다”며 “이 후보보다 당을 제가 더 잘 바꿀 수 있고 올바른 방향으로 이끌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의지를 다졌다.
장윤서 기자 lan4863@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