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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채린이들 오세요"…증권사들 채권투자 장벽 낮춘다
고액자산가 전유물 채권, 올해는 채권개미 투자 '쑥'
입력 : 2022-07-24 오후 12:00:00
[뉴스토마토 우연수 기자] 최근 금리 상승으로 채권 투자에 대한 고객 관심이 늘어나자 포트폴리오 다변화 니즈에 대응하기 위한 증권사들의 움직임도 바빠지고 있다. 채권 투자는 모바일 트레이딩시스템(MTS)으로 모든 종목의 거래가 가능한 주식에 비해 진입장벽이 있고 최소 투자 금액도 높아 개인들의 접근성이 좋지 않은 편이었다. 하지만 지지부진한 주식시장에 개미들의 채권 투자가 작년보다 두배 이상 늘면서, 증권사들도 모바일 서비스를 확대하고 접근 가능 채권을 늘리는 등 변화에 대응하고 있다.
 
24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올 들어 지난 21일까지 개인투자자들은 장외 채권시장에서 채권을 7조905억원어치 순매수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 3조84억원을 사들인 것과 비교하면 두배 이상 규모다. 채권형 상장지수펀드(ETF)에도 최근 3개월 간 1조2981억원이 유입됐다. ETF 전체 순자산이 1363억원 감소한 것과 달리 채권 ETF에는 대규모 자금이 유입된 것이다.
 
최근 주식시장이 부진한 반면 시장 금리 상승으로 채권 기대수익률은 높아지면서 개인투자자들이 '주린이'에서 '채린이(채권+어린이)'로 변모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희권 메리츠증권 광화문금융센터 지점장은 "주식에 대한 기대수익률이 낮아지니 주식을 팔고 그나마 이자가 괜찮은 채권으로 머니 무브가 나타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주식이 MTS 등을 통해 개인들에게 대중적인 투자 수단으로 자리잡은 반면, 채권 투자는 개인에게 친숙한 투자 수단은 아니었다. 채권은 주식에 비해 거래가 어렵고 정보가 많이 없으며, 가입 한도도 높아 고액자산가들의 전유물로도 불렸다. 종류에 따라 전자단기채권(전단채)은 최소 가입 금액이 1억원 이상이기도 하다. 또한 국내 국채라면 MTS으로도 손쉽게 투자가 가능하지만 다른 채권들은 증권사별로 중개 종목이 다르며, 매수자와 매도자를 정해두고 이뤄지는 매칭형 시장 중심으로 형성돼있었다.
 
하지만 최근 시장 분위기가 바뀌며 증권사들도 이에 발맞춰 개인 대상 서비스를 확대하는 분위기다. 최근 삼성증권은 연 4%대 특판 채권 300억원어치를 MTS를 통해 판매해 27분 만에 완판했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300억원어치 채권 완판은 큰 이슈가 아니지만, 최소 가입금액 없이 앱으로 개인투자자들을 대상으로 채권을 판매해 흥행을 이끌어낸 것에 의미가 있다"며 상징적 의미를 짚었다.
 
또한 외화 채권과 회사채의 MTS 중개도 늘고 있다. NH투자증권, 신한금융투자, 미래에셋증권, 한국투자증권, KB증권 등이 외화 채권을 중개하고 있다. 올 들어 일부 증권사들은 미국 국채뿐 아니라 브라질 국채와 신종자본증권, 전자단기채권 등까지 MTS 중개를 시작했다. 신종자본증권은 금융지주가 발행하는 채권으로 비교적 우량한 등급의 채권이며 이자율도 연 4% 이상으로 최근 개인투자자 사이에서 인기가 높다. KB증권은 올해 온라인을 통한 채권매매 건수가 전년 동기 대비 500% 이상 증가했다고 밝혔다.
 
NH투자증권은 최근 애플과 아마존, 비자(VISA) 등 미국 회사채 중개 업무도 시작했으며 연말까지 구글과 존슨앤존슨 등 중개 종목을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MTS를 통해 미국 기업 회사채에 손쉽게 투자할 수 있는 길이 열린 셈이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최근 증시 거래대금이 줄어들면서 각 증권사들이 새로운 수익원으로 채권 중개 시장을 확대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금리가 올라가면 채권 가격이 떨어지는 만큼 적극적으로 홍보하긴 어려운 상황이지만, 시스템과 서비스를 확충하는 방식으로 세일즈에 나서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증권사 관계자는 "과거엔 채권시장이 매수자와 매도자를 구해 중간에서 매칭시켜주는 시장이었는데, 증권사들이 수익원 다변화를 위해 이를 적극적으로 잘게 쪼개서 접근하기 편리하게 채권을 중개하고 있다"고 했다. 
 
다만 채권 투자 시 유의할 점도 있다. 이희권 지점장은 "시장 금리가 오르면 채권 기대수익률도 올라가지만, 중간에 팔고 나오는 트레이딩 관점에서 보면 가격이 더 떨어져 손실 리스크가 있다"고 설명했다. 채권 가격은 금리가 오를수록 떨어지는 특성이 있다. 또한 "회사채는 기업의 부채이기 때문에 이자 지불 능력이 있는 회사인지 보는 것이 기본"이라고도 당부했다.
 
우연수 기자 coincidence@etomato.com
 
우연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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