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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이브’ 박병은 “내가 여전히 무명배우라 하더라도…”
입력 : 2022-07-26 오후 3:39:32
[뉴스토마토 신상민 기자] 배우 박병은은 올해로 22년차 배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중이 박병은이라는 배우를 본격적으로 인지하기 시작한 건 2015암살에서 카와구치 슌스케라는 캐릭터를 맡으면서다. 그리고 tvN 드라마 이브를 통해 첫 주연이라는 타이틀을 자신의 이름 앞에 붙이게 됐다. 그럼에도 박병은 배우는 주연이 붙든지, 붙지 않던지 늘 같았다고 했다.
 
이브13년의 설계, 인생을 걸고 펼치는 한 여자의 가장 강렬하고 치명적인 격정 멜로 복수극이다. 박병은은 재계 1LY 그룹의 최고 경영자이자 정권 창출의 미다스의 손으로 불리는 한판로(전국환) 딸 한소라(유선 분)의 결혼 제의를 받아들인 야망과 전략을 쫓는 인물 강윤겸 역할을 맡았다.
 
박병은은 작년 8월 정도에 대본을 처음 읽고 올해 6월까지 촬영을 했으니까 거의 10개월간 이 작품과 살았다. 감정이나 상황이 이렇게 깊게 들어가 작품이 처음이었다. 마지막 방송을 보고 나서 쉽게 잠에 들지 못했다고 종영에 대한 아쉬움을 드러내기도 했다.
 
이브는 강윤겸의 죽음, 그리고 나락에 떨어진 한소라의 모습으로 끝이나면서 이라엘(서예지 분)의 복수가 이뤄진다. ‘이브의 엔딩에 대해 박병은은 만족한다고 했다. 그는 처음 강윤겸 역할을 맡을 때만 해도 결말이 어떻게 될지 모르고 시작을 했다. 그는 어느 정도 촬영이 진행이 되면서 감독님이 윤겸이 죽을 것 같다고 이야기를 해주셨다. 이를 알고 가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은 차이가 크다. 이야기를 듣고 윤겸이 어떻게 될지 고민을 많이 했다고 밝혔다.
 
윤겸의 죽음에 대해 결말을 듣고 개인적으로 만족을 했다. 처연하고 쓸쓸했다. 개인적으로 강윤겸이 조금 행복한 선택을 할 수 없었나 여러 감정이 섞인 엔딩이었다. 강윤겸이 사회에서 두 사람이 있어서는 행복할 수 없다는 결론을 내렸던 것 같다고 말했다.
 
tvN 드라마 '이브' 박병은 인터뷰. (사진=씨제스)
 
박병은은 작품을 선택한 이유로 모든 걸 내려 놓을 수 있는 사랑을 해보고 싶은 로망, 혹은 갈망이 있다. 그런 대본이 와서 흔쾌히 결정을 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박병은은 현실에서 이런 사랑이 없었으면 좋겠다. 너무 힘들고 아플 것 같다. 개인적으로는 친구처럼 편안하고 소박한 연애를 꿈꾼다고 했다.
 
그러면서 대본을 봤을 때 좋았던 건 강윤겸이라는 인물에게 연민을 느꼈다. 배우에게 연민을 갖게 하는 캐릭터를 만다는 건 축복이다. 코미디나 멜로나 어떤 작품이든 마음이 가는 캐릭터를 만난다는 건 쉽지 않았다. 모든 배우가 자신의 캐릭터에 연민을 갖고 싶지만 연민이 생기지 않는 캐릭터가 있기도 하다고 밝혔다.
 
이어 연민이 생기는 캐릭터는 어느 한 부분이 나랑 통하는 캐릭터일 수 있다. 그러다 보면 캐릭터를 연기할 때 더 감정이 좋을 수 있다. 이해가 되지 않은 캐릭터는 아무래도 접근 방식이 다르다. 그러다 보니 감정 선의 출발이 다를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박병은은 강윤겸에게 연민을 느낄 수 있는 포인트로 외로움을 꼽았다. 그는 외적으로는 현장에서도 쉴 때 분위기를 띄우는 걸 좋아하는 사람이다. 하지만 외로움이 있다. 낚시를 가면 혼자 라면도 끓여 먹고 하다가 외로움이 견딜 수 없을 때 뭍으로 나온다. 내가 느낀 외로움이 강윤겸과 비슷하다고 느껴졌다. 무에서 창조하기 보다 이해하고 들어가는 캐릭터라서 더욱 몰입할 수 있었던 것 같다고 밝혔다.
 
tvN 드라마 '이브' 박병은 인터뷰. (사진=씨제스)
 
박병은은 이번 작품을 통해서 중년 섹시로 대중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았다. 그는 엄마가 아줌마들이 다들 좋다고 난리라고 하셨다. 누군가 날 좋아해주는데 안 좋을 사람이 없다. 이런 것들이 배우로서 작품을 할 때 감사한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부모님에게 연락이 많이 오니까 왠지 효도를 한 기분이다면서 웃음을 지었다.
 
이렇게 박병은이 중년 섹시미를 발산할 수 있었던 이유는 유독 작품 속에서 클로즈업된 강윤겸의 시선 때문이다. 이라엘을 바라보는 강윤겸의 눈빛 속에서 드러나는 욕망, 애절함, 안타까움 등을 박병은이 완벽하게 연기했다. 하지만 박병은은 이런 연기가 너무 힘이 들었단다.
 
박병은은 어떻게 표현할지 처음에는 몰랐다. 대사도 많지 않은데 대본에 온통 점점점’, ‘느낌표’ ‘점점점이었다. 누군가는 이라엘을 바라보는 강윤겸의 시선이 무심하다고 느낄 수도 있고 누군가는 빠져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시청자가 어떻게 받아들일지 너무 고민이 컸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런 부분이 너무 어려운 연기였다. 하지만 내가 책임을 져야 하는 연기여서 많은 고민을 했다고 밝혔다.
 
tvN 드라마 '이브' 박병은 인터뷰. (사진=씨제스)
 
박병은은 이브로 첫 주연을 맡았다. 그는 첫 주연아라서 부담감, 떨림이 있었다. 하지만 솔직하게 말하면 예전과 달라지지 않았다고 했다. 그는 모든 작품을 할 때 똑같다. 주연 타이틀이 앞에 붙는다고 더 책임감이 생기고 그렇지 않다고 덜하지 않는다. 평생 맡은 캐릭터에 몰입하고 최선을 했다. 모든 배우가 같다고 말했다.
 
또한 앞에 주연이 붙는 것만을 고집하지도 않는다. 주연보다 조연이라도 연기를 잘하면 훨씬 멋있을 수 있다. 캐릭터의 분량이나 주연보다는 몇 컷 나오지 않더라도 잘하면 베스트다. 주인공이라고 해도 매력없이 연기하는 것보다 조·단역이라도 매력적으로 연기를 하는 게 내 목표다고 했다.
 
박병은은 내가 좋아서 혼자 녹화를 하고 나 혼자 좋기 위해서 하는 연기가 아니다. 대중이 연기를 좋아하고 공감하는게 상업 배우다. 예전에는 누구도 나를 몰랐고 앞에 무명 배우라고 썼다. 오랜 기간 졸업작품을 찍고 단편을 찍고 늘 연기를 해왔다. 단지 지금은 배우 앞에 무명만 없어진 것이다고 했다.
 
이어 그래도 달라진 건 경제적으로 나아졌다는 것이다. 부모님이 나이가 드시면서 내가 집안의 가장이 됐는데 여행도 보내드리고 맛있는 것도 사드릴 수 있는 책임을 다할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하다고 밝혔다.
 
여전히 그는 아직도 자신이 무명배우고 모든 사람이 모른다면 어떤 감정으로 살고 있을지 걱정과 두려움이 몰려 온다고 했다. 그럼에도 박병은은 “’암살로 대중에게 알려졌다. 무명의 기간 동안 한번도 다른 걸 해볼 생각이 없었다. 다른 생각이 없는 사람이다. 여전히 무명배우라 하더라도 난 연기를 하고 있었을 것이다고 했다.
 
끝으로 배우라는 직업을 개인적으로 좋아하고 사랑한다. 위대한 배우들을 봤을 때 느껴지는 희열과 존경심이 있다. 지금은 되지 못했지만 막연히 언젠가는 위대한 배우들처럼 될 수 있다는 희망이 있다. 이런 것들이 너무 좋다고 말했다.
 
tvN 드라마 '이브' 박병은 인터뷰. (사진=씨제스)
 
신상민 기자 lmez0810@etomato.com
 
신상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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