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 소속 노조원들이 지난 22~23일 하이트진로 이천공장 앞 도로를 점유하고 대규모 집회를 열었다.(사진=하이트진로)
[뉴스토마토 최유라 기자] 여름 성수기를 노리던 주류업계가 몸살을 앓고 있다. 엔데믹 전환으로 주류 수요가 늘어날 것을 기대했지만 불법 농성과 노조 파업 등 예기치 못한 악재를 마주한 까닭이다.
26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오비맥주 노사는 올해 임금 및 단체 협상을 놓고 입장차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이에 이천과 광주공장지회는 쟁의행위 찬반투표를 진행해 오는 8월1일 파업에 돌입하기로 결의했다. 청주공장지회도 조만간 사측의 제시안을 검토한 뒤 쟁의행위 찬반투표를 돌입할 것으로 예상된다.
노사는 현재까지 11차 교섭을 열었으나 제자리 걸음만 했다. 사측은 임금 5%와 복지비 2.3% 인상을 제시했으나 노조는 이를 거부하고 임금 10%에 복지비 14% 총 24%의 인상을 요구한 상태다.
양측 갈등이 진정될 기미가 보이지 않지만 사측은 협상의 불씨가 살아 있는 만큼 절충점을 찾아보겠다는 입장이다. 주류업계가 성수기에 진입한 현시점에서 파업이 현실화할 경우 공급망 차질이 우려되기 때문이다.
오비맥주 관계자는 "노조는 아직 회사로 파업을 통보하지 않았다"며 "협상을 이어가고 있지만 아직은 양측이 의견차이를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 소속 노조원들이 지난 22~23일 하이트진로 이천공장에서 대규모 집회를 열었다.(영상=하이트진로)
하이트진로(000080)는 지난 3월부터 민주노총 화물연대 소속 화물차주들의 불법 농성으로 소주 출고에 차질을 빚고 있다. 하이트진로 이천, 청주공장의 화물 운송 위탁사인 수양물류 소속 화물차주 130여명은 3월 화물연대에 가입 후 운송료 30% 인상 외에도 공병 운임 인상, 공차 회차시 공병 운임의 70%를 공회전 비용 제공 등을 요구하고 있다.
화물차주들은 지난 6월 화물연대 총파업이 끝났음에도 여전히 하이트진로 이천, 청주공장 앞에서 불법시위를 지속하고 있다. 지난 22~23일은 화물연대 본부 조합원 1200여명이 이들을 지원하는 차원에서 이천공장 앞에 집결, 대규모 집회를 벌이기도 했다. 같은날 화물연대는 청주 공장 앞에서도 예고 없이 시위를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화물연대의 집회로 주류 총 40만상자가 출고되지 못한 것으로 추정된다.
공장 앞 농성이 지속되면서 하이트진로는 난처한 입장이다. 화물차주는 하이트진로에 협상에 나설 것을 요구하고 있지만 이들의 직접적인 협상 대상자는 하이트진로가 아닌 수양물류이기 때문이다. 하이트진로가 이 사안에 개입하면 현행법상 하도급법 위반에 해당된다.
하이트진로 관계자는 "지난주 집회 후 주류 출고를 재개했지만 여전히 공장 주변에 불법주정차 된 차량과 농성으로 100% 정상화를 못 이루고 있다"며 "앞으로도 원활한 출고를 위해 노력하겠지만 사태가 장기화할 경우 심각한 물류 차질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최유라 기자 cyoora17@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