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민주당 의원이 4일 제주상공회의소 회의장에서 열린 당원 및 지지자와의 대화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뉴스토마토 김광연 기자] 이재명 민주당 의원을 둘러싼 사법리스크가 본인의 강변에도 좀처럼 가시질 않고 있다. 오히려 부인 김혜경씨의 '경기도청 법인카드 유용 의혹' 관련 수사가 턱 밑까지 진행되는 한편, 추가로 법 위반 의혹이 제기되는 등 불안감이 엄습한 상황이다.
이 의원은 지난 3일 기자간담회에서 자신을 둘러싼 사법리스크가 본격화하고 있다는 지적에 "기소와 수사권을 가진 검찰과 경찰이 그 권한으로 정치에 개입해 영향을 주고 특정 정치세력의 이익을 공모하는 나라가 없다"며 "이것은 가장 심각한 국기문란 행위"라고 강하게 반발했다. 그는 경찰이 이달 중 법인카드 유용 의혹 수사결과를 발표하기로 한 것에 대해 "대놓고 정치에 개입하겠다는 게 아니냐"고 발끈했다.
국민의힘뿐만 아니라 최근 자신을 겨냥한 비명(비이재명)계의 사법리스크 공세가 강화되는 것과 관련해서는 "국민의힘 고발에 따라 수사하는 것을 사법리스크로 표현하는 것 자체가 유감스럽고 서글프다"며 "국민의힘과 검·경이 쓰는 공격적 언어를 굳이 안(민주당)에서 듣는 게 참으로 안타깝다"고 했다. 이 의원은 "수사를 받고 있으니까 리스크라고 말할 게 아니라, 구체적으로 어떤 점을 잘못해 문제라고 지적해달라"며 "고발이나 수사 받는 것 자체를 문제 삼는 것은 가혹하지 않느냐"고 한탄했다.
이재명 민주당 의원이 4일 제주4·3평화공원을 찾아 분향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하지만 자신을 향한 검·경 수사를 아무런 근거 없이 정치 개입이자, 국기 문란으로 규정한 것을 두고 지나쳤다는 당내 지적도 나온다. 한 비명계 의원은 <뉴스토마토>와의 통화에서 "전체적인 내용을 보고 판단할 문제지, 어떤 결정이 나기도 전에 국기 문란이라고 단정 지어 말하는 게 적절치 않아 보인다"고 했고, 소신파로 분류되는 한 의원은 "자신에 대한 수사를 국기 문란이라고 규정하는 게 맞느냐"고 표현을 지적했다.
결백을 주장하는 이 의원의 읍소에도 그를 둘러싼 수사 상황은 빠르게 전개되고 있다. 특히 법인카드 유용 의혹 수사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경기남부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는 4일 법인카드 유용 의혹을 최초로 언론에 제보한 공익신고자 A씨를 참고인 신분으로 소환 조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경기도청에서 7급 별정직 공무원으로 일하며 김혜경씨 심부름을 도맡았다. 전날에는 이번 의혹 핵심 인물인 전 경기도 5급 공무원 배모씨가 경찰 소환 조사를 받았다. 성남시청에서도 이 의원과 함께 한 배씨는 오랜 기간 김혜경씨를 보좌했으며, A씨에게 김씨의 심부름을 시켰다. 김씨의 소환도 임박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경기남부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가 지난 4월4일 오후 경기도 수원시 팔달구 경기도청에서 이재명 민주당 의원 배우자 김혜경씨의 경기도 법인카드 사적 유용 의혹 등과 관련한 압수수색을 마친 뒤 압수품을 옮기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 와중에 법인카드 유용 의혹 관련해 참고인 조사를 받다가 숨진 채 발견된 참고인 B씨가 대선 경선 기간 이 의원 캠프의 운전기사로 일한 것으로 드러났다. JTBC는 3일 '이 후보 측이 선거관리위원회에 제출한 정치자금 지출 내역을 보면 B씨가 김씨 운전기사로 일하며 급여 약 1500만원을 받았다'며 정치자금법 위반 의혹을 제기했다. 이에 이 의원 측은 "김혜경씨 차량을 운전한 사람은 김씨가 잘 아는 자원봉사자로서 다른 인물"이라며 "B씨는 배우자실의 선행 차량을 운전했고, 정치자금법에 따라 적법하게 계약을 하고 단순노무인 차량운전 업무에 대한 수당을 받았다"고 해명했다. 운전 업무를 한 것은 맞지만, 김씨의 차를 직접 운전한 것은 아니라는 설명이다.
하지만 숨진 B씨가 배씨의 지인으로 알려졌고, 경찰이 배씨가 숨진 B씨의 신용카드로 물품을 결제한 뒤 취소하고 경기도 법인카드로 재결제하는 이른바 '카드 바꿔치기'를 한 정황을 포착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논란이 커졌다. 하지만 이 의원은 지난달 30일 B씨가 숨진 것에 대해 "검찰·경찰의 강압 수사를 견디지 못해서 ‘언론·검찰이 날 죽이려 한다'며 돌아가신 분이 있는데 그게 이재명과 무슨 상관이 있느냐"고 B씨와 사적 인연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김광연 기자 fun3503@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