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8·28 전당대회 지역 순회 경선 둘째 날인 지난 7일 제주시 난타호텔에서 열린 제주지역 합동연설회에서 이재명 당대표 후보가 정견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뉴스토마토 김광연 기자] 이재명 민주당 당대표 후보가 갖은 의혹과 논란에도 '어대명'(어차피 당대표는 이재명)을 넘어 '확대명'(확실히 당대표는 이재명)으로 굳히기에 들어갔다. 난공불락과 같은 이 후보의 기세등등 배경에는 대항마의 부재, 윤석열정부 실정에 따른 반사이익 등이 담겨 있다는 분석이다.
9일 현재 이 후보에게 제기된 의혹만 대장동 개발사업, 백현동 개발사업, 성남FC 후원금, 경기주택도시공사(GH) 합숙소의 선거사무소 사용, 변호사비 대납 등 다섯 가지에 달한다. 가족의 경우 부인 김혜경씨는 도청 법인카드 유용 의혹, 장남은 불법도박 혐의를 받고 있다.
특히 법인카드 유용 의혹 관련해 참고인 조사를 받다가 숨진 채 발견된 참고인 김모씨에 대해 이 후보 측이 오락가락 해명으로 논란을 부추겼다. 이 후보는 지난달 30일 "검·경 강압 수사를 견디지 못해 '언론·검찰이 날 죽이려 한다'며 돌아가신 분이 있는데 그게 이재명과 무슨 상관이 있느냐"며 관련성을 전면 부인했다. 하지만 2일 '김씨가 김혜경씨의 운전기사였다'는 보도가 나오자, 이 후보 측은 "대선 경선 기간 김혜경씨 차량을 운전한 사람은 전혀 다른 인물"이라고 부인했다. 다음날 '이 후보 측이 선거관리위원회에 제출한 정치자금 지출 내역을 보면 김씨가 김혜경씨 운전기사로 일하며 급여 약 1500만원을 받았다'는 후속보도가 이어지자 "김씨는 배우자실 선행 차량을 운전했다"고 말을 바꿨다.
박지현 전 민주당 공동비상대책위원장이 지난달 18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 마련된 민주당 중앙당 선관위 접수처에 당 대표 예비 경선 후보자 등록을 하려다 피선거권 자격 미비를 이유로 서류 제출이 거부되자 입장을 밝히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박지현 전 공동비대위원장이 폭로한 인천 계양을 '셀프공천' 관련해서도 의문점이 남는다. 이 후보는 2일 "여러 의견을 낸 것은 맞지만 내가 공천권을 가진 사람이 아니기 때문에 이를 두고 '셀프공천'이라 하는 것은 옳지 못하다"며 "당에는 시스템이 있다. 당원 한 사람으로서 의견을 말한 것이지, 당 시스템을 무력화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그러자 직전 대선후보였던 이 의원이 공동비대위원장에게 자신에 관한 공천 의견을 전달한 것은 '압박'으로 비칠 수 있다는 지적이 다시 제기됐다.
이 후보는 당 안팎에서 '이재명 방탄용'이라는 논란을 빚은 당헌 제80조(부패연루자에 대한 제재) 개정 요청에 대해 그간의 침묵을 깨고 찬성 입장을 밝혔다. 이 후보는 9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열린 민주당 당대표 후보자 초청 토론회에서 "검찰권 남용이 충분히 있을 수 있고 여당과 정부의 야당 침탈 루트가 될 수 있다"며 당헌 개정을 찬성했다. 자신을 향한 방탄용이라는 지적에 대해서는 "저 때문이 아니다. 내용을 보면 부정부패, 뇌물 수수등이 있어야 하는데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노룩 악수' 논란도 불거졌다. 이 후보는 앞서 지난 7일 제주지역 순회경선 합동연설회에서 자신을 비판하는 내용의 정견 발표를 마친 박용진 후보가 악수를 청하자 휴대전화를 응시한 채 손만 내밀어 논란을 자초했다. 반이재명 전선을 강화하는 박 후보에게 불편한 심기를 내비친 행동이라는 해석과 함께 이 후보의 오만함을 짚는 지적도 이어졌다. 이에 이 후보는 9일 "(박 후보가)많이 섭섭했을 텐데 앞으로는 제가 잘 챙기도록 하겠다"고 사과했다. 다만 사과가 웃음과 함께 이뤄져 진정성에 대한 의문도 남겼다.
지난 7일 오후 인천 남동체육관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당 대표 및 최고위원 후보자 인천 지역 합동연설회에서 이재명(왼쪽부터), 박용진, 강훈식 당대표 후보가 인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여러 의혹과 논란 속에서도 이 후보는 굳건하다. 그는 지난 주말 열린 첫 지역순회 경선 권리당원 개표 결과 누적 득표율 74.15%(3만3344표)를 기록, 박용진 후보(20.88%·9388표)와 강훈식 후보(4.98%·2239표)를 가볍게 제쳤다. 5명을 뽑는 최고위원 선거 당선권에도 친명(친이재명)계가 4명이나 배치되며 이재명 대세론을 실감케 했다.
이에 대해 한 친문계 의원은 <뉴스토마토>와의 통화에서 "이 후보를 대적할 사람이 없다"며 "(이 후보에게)제기된 여러 의혹의 경우 설일뿐 사실로 드러난 게 없어 투표에 크게 영향을 주지 못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또 다른 친문계 의원은 "주류였던 친문은 이미 분화됐다"며 "소멸됐다고 보는 게 정확하다"고까지 했다. 때문에 조직적 대결에서도 크게 밀린다는 의견이다. 반면 이 후보의 경우 강성 지지층 '개딸' 중심으로 권리당원들이 똘똘 뭉쳐 있다. 장성철 공론센터 소장은 "자질을 생각할 때 이 후보와 다른 후보들의 체급 차이가 너무 난다"며 "유권자 입장에서 박용진·강훈식 후보가 당의 대안으로 여겨져야 하는데 그렇지 않다. 두 사람이 그간 이 후보와 대척점에 있던 친문, 반명의 길을 확실히 걸은 것도 아니지 않느냐"고 말했다.
윤석열정부 실정과 연결하는 해석도 이어졌다. 한 비명계 의원은 "이 후보의 상승세는 대선이 끝나고 얼마 되지 않았기 때문"이라며 "현 정부 상황과 맞물려 대선에서 0.73% 차로 진 아쉬움이 그대로 표출되고 있다"고 해석했다. 박상병 인하대 정책전문대학원 초빙교수는 "정부가 국정운영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대선에서 윤 대통령과 겨뤘던 이 후보만이 현 상황을 해결할 수 있다고 보는 것"이라며 "당원들은 사법리스크 등 각종 의혹 제기를 '이재명 죽이기'로 판단한다"고 말했고, 박상철 경기대 정치전문대학원 교수는 "중도층이 있는 대선과 달리 전대에서 각종 의혹은 반으로 감퇴된다"며 "윤석열정부가 사법리스크 관련해 이 후보를 먼저 건드려주는 것도 오히려 그에게 도움이 되고 있다"고 해석했다.
김광연 기자 fun3503@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