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효선 기자] 반부패 수사의 기초가 되는 검찰 내 회계전문 인력들이 내달 ‘검수완박법’(검찰 수사권 분리 법안) 시행을 앞두고 대거 빠져나가면서 대검찰청의 고민이 커지고 있다.
10일 법조계에 따르면 그간 30여명 안팎(파견 등 포함) 규모를 유지해왔던 대검 반부패강력부 내 회계분석실 인원은 현재 15명 정도로 쪼그라들었다. 대검 내 회계분석실 인원이 올 들어 절 반 가량 줄어든 셈이다. 특히 회계분석실 내 공인회계사 자격증이 있는 수사관은 그간 15명 안팎의 규모를 유지해왔지만 최근까지 7명 정도가 줄줄이 검찰을 떠나 현재 한자리 수로 파악됐다.
현재 대검은 공무원 7급(검찰주사보)에 해당하는 공인회계사 자격을 갖춘 수사관 급수를 더 높이는 등 처우 개선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이후 조만간 공인회계사 자격증을 갖춘 수사관들을 채용해 회계전문 인력을 대거 충원하고, 수사역량을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대검 관계자는 “현재 (검찰 내) 회계전문 인력이 상당히 부족한 상황”이라며 “조만간 회계분석 수사관 채용을 진행하려 하는데 회계사뿐 아니라 금융권 경력자 등도 (수사관으로) 채용하는 방안을 구상 중”이라고 밝혔다.
검찰 내에서 회계사 출신 수사관은 상당히 중요한 역할을 한다. 실제 서울중앙지검, 서울남부지검 증권범죄합동수사단 등 일선 청에서 기업 수사나 특수수사를 할 때 경쟁적으로 대검에 회계분석 수사관을 보내달라고 요청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대검에서 보내준 회계분석실 요원이 사건 분석에 돌입해 수사의 기본 틀을 잡아주기 때문이다. 회계분석 수사관이 분석을 통한 사건 구도를 잡아주면, 디지털포렌식 수사관들이 구체적 증거를 찾아낸다. 이 과정에서 수사팀은 해당 사건 피의자에게 배임·횡령 혐의 등 적용 여부를 결정한다.
그만큼 겉으로 드러나지는 않지만 수사를 하는데 있어 중요한 역할을 한다. 대검이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국세청 등 외부 인력을 파견받기 보다는 회계사 등을 검찰 소속 수사관으로 채용해 자체 분석 역량을 키우는 이유다.
2016년 대우조선해양 분식회계 사건이 대표적 사례다. 당시 대검에서 보낸 회계사 출신 수사관들이 자금흐름을 추적하고, 안진회계법인 외부감사 문제점까지 밝혀냈다. 그러나 이 사건이 결국 검찰 내 회계전문가를 외부로 빼앗기는 계기가 됐다. 개정 외부감사에관한법률(일명 ‘신외감법’) 시행된 것이다.
신외감법은 과거 대우조선해양 분식회계 사건을 계기로 외부감사 대상 확대와 표준감사시간제 도입, 주기적 감사인 지정제, 내부회계 관리제도 강화 등을 골자로 한 법안이다. 신외감법 시행 이후 기업 안팎의 회계사 수요가 늘어나 몸값이 크게 치솟으면서 검찰을 떠난 회계사 출신 수사관들이 많아졌다.
특수부 검사 출신 한 변호사는 “특수수사를 하는데 있어 회계사 출신 수사관들의 역할이 굉장히 중요한 것은 사실”이라며 “하지만 주요 사건에 투입된 수사관들은 검사들과 함께 퇴근도 못하고 야근을 자주 한다. 여기에 당장 ‘검수완박’ 시행을 앞두고 사명감만으로 버틸 수 있는 수사관이 얼마나 될까 싶다”고 말했다.
대검찰청 청사.(사진=뉴시스)
박효선 기자 twinseve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