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대전시 유성구 도룡동 TJB대전방송에서 열린 '민주당 당대표 후보자 방송 토론회'시작 전 강훈식(왼쪽부터), 이재명, 박용진 후보가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뉴스토마토 김광연 기자] 박용진 민주당 당대표 후보는 11일 같은 '97그룹' 주자인 강훈식 후보에게 "이제 시간이 정말 얼마 남지 않았다. 결단해야 될 때"라며 "민심과 당심이 확인되는 방식이든, 어떤 방식이든 강 후보가 제안하는 방식으로 단일화를 이뤄낼 뜻이 있다"고 사실상 최후통첩을 날렸다. 이에 강 후보는 "득표율 20% 후보와 5% 후보가 25%를 만든다고 어떤 파급효과가 있는지 되물어보고 싶다"며 사실상 거절했다.
지난 주말 첫 지역순회 경선에서 권리당원 투표 결과 이재명 후보가 74.15%(3만3344표)의 압도적 지지를 받은 가운데 박용진 후보(20.88%·9388표), 강훈식 후보(4.98%·2239표) 순이었다. 때문에 강 후보는 단일화를 해도 현실적으로 이재명 후보에게 맞서기 힘들다는 점을 들어, 이번 전당대회를 자신이 차기 주자로 발돋움할 수 있는 장으로 삼겠다는 전략이다.
박 후보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저와 강 후보는 이번 전당대회를 기점으로 민주당의 새로운 흐름을 함께 만들어가야 할 의무가 있다. 강 후보와 함께 당의 흐름을 바꿔내는 역할을 하고 싶다"며 "저는 강 후보가 말하는 비전경쟁, 가치경쟁에 동의한다. 제가 지금까지 해온 정치가 강 후보의 쓸모 있는 정치와 맞닿아 있다고 자부한다"고 공통분모를 강조했다.
이어 "상식이 살아있는 민주당을 만들기 위해 우리 두 사람이 비전·가치를 중심으로 함께 움직여야 할 시간이 되지 않았나 생각한다. 답답하게 진행되고 있는 낮은 전대 투표율, 일방적인 결과를 보면서 뭔가 반전의 계기와 기폭제가 필요하다. 민주당 변화의 에너지가 모이고 있다는 것을 보여드려야 한다"며 "박용진 혼자 하지 못한다. 강 후보 혼자서도 어렵다고 생각한다"고 '어대명'(어차피 당대표는 이재명) 대세론을 뒤흔들기 위해서는 반드시 단일화가 필요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내일부터 1차 국민여론조사가 시작되고 이번주가 지나면 이제 일정상으로 반환점을 돌게 된다"며 "기다리고 있었는데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전대 기폭제 역할을 할 수 있는 것 중 하나가 단일화라는 생각에 간곡하게 말씀드린다"고 강 후보의 결단을 촉구했다. "자꾸 문을 닫으려고만 하지 말고 박용진이 참 간절하다고 봐줬으면 좋겠다"는 말도 남겼다.
박용진 민주당 당대표 후보가 11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박 후보의 제안에 강 후보는 SBS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와의 인터뷰를 통해 "(박 후보가)계속 똑같은 이야기를 하고 있다"며 "민주당 비전을 이야기해야 할 때에 활주로에 단일화라는 방지턱을 설치하는 느낌"이라고 단일화에만 매달리는 박 후보를 지적했다.
특히 "저와 박 후보가 지난주 전대에서 받은 표는 냉정하게 전체 110만명 권리당원의 1%가 안 된다. 파이를 키우고 비전을 키우는데 집중하고, 새로운 선택지임을 부각해야 한다"며 "현재 권리당원 투표율이 38%이고 아직 60%가 넘는 권리당원들이 참여를 안 하고 있다. 이들의 참여를 유도하고 구조의 변화를 이야기를 하는 게 적절하다"고 말했다.
전대 판을 바꿀 수 없다면 완주하는 게 낫다는 의미냐는 진행자의 물음에 "기대가 있어야 된다는 것이다. 후보는 파급효과를 유권자에게 말해야 한다"며 "지금 단일화를 이야기하는 것은 아무 의미가 없다. 저와 박 후보 같이 젊은 후보들이 여의도 구도를 놓고 애쓰면 국민이 무슨 새로운 기대를 할 수 있겠느냐. 비전과 파이를 키우는 데 집중해야 한다"고 비전 중심으로 전당대회에 임하고 있음을 재확인했다.
앞서 박 후보는 지난 9일 부산MBC에서 열린 당대표 후보자 부산·울산·경남 방송 토론회에서 "경쟁 구도로 가야 하는데 이재명 후보의 대세론으로 가는 것 아니냐며 투표를 안 하는 분들이 있다"며 "저와 강 후보의 단일화 문제도 있는데 진전이 있었으면 한다"고 계속해서 단일화를 구애했다. 하지만 강 후보는 "단일화냐 아니냐는 것은 이기는 질문이 아니다"며 "달라진 민주당을 만들어야 한다"고 기존 입장을 유지, 뚜렷한 입장차를 보였다. 당 안팎에서는 "두 사람의 단일화가 물 건너갔다"는 평가도 흘러나왔다.
지난 7일 오후 인천 남동체육관에서 열린 민주당 당대표 및 최고위원 후보자 인천 지역 합동연설회에 강훈식 당대표 후보가 정견 발표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김광연 기자 fun3503@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