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변소인 기자] 지난 8일 내린 폭우로 서울, 경기, 인천이 물에 잠겼다. 이틀이 지나고 사흘이 돼서야 뒤늦게 대책이 하나 둘 등장했으나 또 사후 임시방편식 조치에 불과했다. 매번 재해마다 비슷한 형태의 대책이 반복되면서 근본적인 해결책이나 매뉴얼이 되지 못하고 있다.
상인들은 8일~9일 가장 큰 고통 속에 있었다. 갑자기 차오른 물을 피해 탈출한 뒤 곧바로 가게에 들어찬 물을 빼내기 바빴다. 상황은 열악했다. 물을 퍼낼 마땅한 도구도 없어 침수 이틀째에도 빗자루와 쓰레받기를 동원할 따름이었다.
물과의 전쟁을 벌이는 동안 어떤 지원도 없었다. 소방차 지원은커녕 물을 퍼내기 위한 양동이조차 지원되지 않았다. 상인들은 그저 자력으로만 침수를 감당해내야 했다. 피해 지원을 운운하기 전 당장 필요한 소박한 지원조차 전무했다. 자원봉사자 1명이 홀연히 등장해 인력 지원이 시급해 보인다고 걱정할 정도였다.
사흘째 나온 대책은 형편없었다. 중기부가 내놓은 시장당 1000만원의 긴급복구비는 전통시장 공동시설에 한해서 사용할 수 있는 정도였다. 개별 지원으로 보면 빚을 내는 금융지원이 전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서울시와 인천시 상가별로 200만원을 지원하기로 했지만 눈에 띄는 새로운 대책을 찾을 수 없었다.
만약 또 다시 이런 폭우가 발생할 때를 대비한 대비책이나 체계적인 설계를 통한 지원 매뉴얼로 보기 어려웠다. 전문가들이 얘기하는 풍수해보험 가입 촉진 등에 대한 내용도 담기지 못했다.
서울 하늘이 개고 나서야 지난 폭우 때 물에 잠기지 않았던 서울 서초구 소재 한 건물이 주목을 받고 있다. 이 빌딩은 지난 2011년 폭우 때도 침수 피해를 입지 않았다. 고질적인 침수에 질린 건물주가 방수벽을 설치한 덕분이었다. 심지어 방수벽 높이를 더 올리는 보수 공사를 통해 역대급 폭우에도 이 빌딩은 '보송함'을 유지할 수 있게 됐다.
다시 소를 잃지 않으려면 외양간의 '담'을 쌓아야 한다. 차후 폭우에는 피해가 없도록, 혹은 피해를 최소화하도록 단단히 채비를 해야 하는 것이다. 그럼에도 폭우는 피할 수 없기에 폭우 발생 시 진행돼야 할 일련의 과정이라도 순서대로 만들어 둬야 한다. 일이 일어난 뒤에야 대피령을 내리는 정도에 그치지 말아야 한다는 얘기다.
인간은 자연 앞에 나약한 존재라곤 하지만 반복을 통해 학습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것이 인간이다. 가능한 조처들을 놓치는 일은 되풀이하지 않아야겠다.
중기IT부 변소인 기자 bylin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