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승재 기자] 법무부가 '인민혁명당(인혁당) 재건위원회 사건' 피해자 이창복씨에 이어 고 전재권씨와 정만진씨가 부담중인 지연이자를 면제해주기로 했다.
법무부는 14일 전씨와 정씨 유족과 관련된 청구이의 소송사건에서 법원의 화해 권고를 수용했다고 밝혔다.
익혁당 사건은 지난 1970년대 박정희 정부 시절 민주화운동 세력을 탄압하기 위해 전국민주청년학생총연맹(민청학련) 사건을 꾸민 뒤 그의 배후로 인혁당 재건위를 지목해 이씨 등 관련 인물들을 법정에 세운 일이다.
법원은 지난 1974년 이씨와 전씨에게 각각 징역 15년을, 정씨에게는 징역 20년을 선고했다. 이후 이들은 지난 2008년 재심에 따라 무죄 판결을 받은 뒤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냈다.
이들은 1·2심에서 승소하면서 손해배상금을 가지급받았다. 가지급금은 전씨 측 4억2300만원, 정씨측 10억원을 받았다.
하지만 지난 2011년 대법원이 '오래된 사건에 불법행위 시점 기준으로 이자를 계산하면 국가가 피해자들에게 너무 많은 배상금을 줘야 한다'며 판례를 바꾸면서 전씨측은 1억9000만원, 정씨측은 4억5000만원을 돌려줘야 했다. 그러나 피해자 중 일부는 생활고를 이유로 초과분을 반환하지 못했다.
이에 박근혜정부 시절인 지난 2013년, 국가정보원은 이씨 등을 상대로 초과 배당금을 반환하라며 소송을 냈고, 각 피해자와 유족들이 보유한 주택 등을 상대로 강제집행을 신청하기도 했다.
결국 이씨 등의 지연손해금은 원금을 초과하는 수준으로 불어났다. 이씨 등은 국가를 상대로 청구이의 소송을 냈는데, 법원은 각 피해자와 유족들에게 원금을 분할납부하면 지금까지 발생한 지연손해금을 면제하도록 화해를 권고했다.
이와 관련 법무부는 지난 6월20일 한동훈 법무부 장관의 지시로 서울고검, 국정원과 관계기관 회의를 열었고, 법무부는 이씨 등이 예측할 수 없었던 판례 변경으로 초과지급된 배상금의 지연이자까지 반환하도록 요구하는 건 정의관념과 상식 등에 비춰 가혹한 것으로 판단해 법원의 화해권고를 받아들이기로 했다.
법무부는 지난달 4일 이씨에 대한 화해권고를 수용하기로 결정했다. 이씨는 올해 말까지 배상금 5억원 중 5000만원을 내고 나머지를 내년 6월말까지 상환하면 나머지 이자를 면제받게 될 전망이다.
전씨의 원금과 지연손해금은 4억5000만원에 8억9000만원이다. 정씨는 원금 1억9000만원, 지연손해금 3억7000만원이다. 법원은 지난달 28일과 이달 8일 각각 화해를 권고했고, 법무부는 최근 이를 수용하기로 했다.
한 장관은 "이번 법무부의 지연이자면제 조치는 진영논리를 초월해 민생을 살피고 국민의 억울함을 풀어줘야 하는 국가의 임무를 다하려는 것"이라며 "국가의 실책은 없었다 하더라도 오랫동안 해당 국민들에게 고통스러운 시간이었을 것이고, 책임 있는 결단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한동훈 법무부장관이 지난 12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8·15 특별사면’ 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승재 기자 tmdwo3285@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