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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치킨 가격, 내리느냐 올리느냐 그것이 문제로다
입력 : 2022-08-23 오전 6:00:00
무더운 여름날에 갑자기 마트 치킨을 둘러싼 치킨 가격 논쟁이 뜨겁게 타오르고 있다. 한 여름이 시작하는 6월 말에 홈플러스가 '당당치킨'을 6990원에 내놓으며 치킨 가격 논란의 불씨를 지폈다. 뒤이어 롯데마트가 1.5마리 분량의 '한통치킨'을 정상가보다 40% 저렴한 8800원에 판매하며 불꽃을 태웠다. 무더위가 한풀 꺾인 8월 하순 이마트가 5980원짜리 '후라이드 치킨'을 선보이며 치킨 가격논쟁의 열기를 살렸다. 새삼 '치킨공화국'임을 실감 나게 하는 현상이다.
 
마트 치킨 한 마리에 5~6000원 꼴이면 프랜차이즈 치킨의 가격 평균 1만6000원과 비교할 때 3분의 1밖에 안 되는 수준이다. 워낙 싸다 보니 인기가 하늘을 치솟아 잽싸게 움직이지 않으면 마트 치킨을 사 먹기 힘들다. 마트들이 한정 수량으로 준비해 하루에 두차례 나누어 파는데, 제 때에 마트에 가지 않으면 살 수가 없다. 마트 치킨이 나오는 시간에 맞춰 줄 서서 기다리는 '치킨런'까지 생기고 있다. 마트 치킨을 중고거래 플랫폼 당근마켓에서 웃돈 붙여 1만원에 되팔기하는 일도 나타났다.
 
초저가 마트 치킨의 원조는 롯데마트다. 2010년 대형마트 3사 간의 가격경쟁이 치열하던 시기에 롯데마트가 미끼상품으로 '통큰치킨'을 5000원에 내놓으며 파란을 일으켰다. 그 당시 1만2000원 수준이었던 프랜차이즈 치킨과 견주어 '반값치킨'으로 선풍적 인기를 끌었다. 하지만, 동네 치킨집과 프랜차이즈 가맹점들이 거세게 반발하고 '대기업이 골목상권을 침해한다'라는 여론이 커지자 판매 8일 만에 접었다. 
 
지금은 초저가 마트 치킨에 대한 반감이 별로 크지 않다. 예전이나 지금이나 가격 인하에 대해 당연히 소비자는 환영한다. 하지만 치킨집이나 가맹점의 소상공인들도 반대 목소리를 크게 내지 않고 있다. 2달 가까이 마트 치킨이 팔리며 화제를 끌고 있지만, 이전처럼 '대기업이 소상공인의 생존을 위협한다'라는 비판적 여론도 잠잠하다.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더니 무엇이 달라진 것일까? 우선 프랜차이즈 가격이 지속적으로 인상됐다는 점을 들 수 있다. 원재료 가격 상승을 명분으로 꾸준히 치킨 가격이 올라 대형 프랜차이즈의 대표 메뉴는 모두 마리당 2만원 대다. 그런데도 우리나라 치킨 가격이 너무 낮다는 불평이 나오기도 했다. 몇 달 전에 유명 프랜차이즈의 CEO는 프라이드 치킨의 적정가격이 3만원은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흥미롭게도 이렇게 치킨 가격이 인상되었는데 돈을 벌었다는 사람은 별로 없다. 프랜차이즈 본부와 가맹점 모두 원자재 가격, 임대료, 인건비, 배달료, 광고판촉비 등의 원가가 올라 수익을 못 낸다고 한다. 배달플랫폼도 배달료 경쟁으로 돈을 못번다고 한다. 
 
그래서 역으로 초저가 마트 치킨은 이익을 내는지에 대해 관심이 쏠렸다. 마트는 임대료, 배달료, 광고판촉비를 부담하지 않고 양념 등의 원자재도 싼 것을 사용하는 데다 다른 상품을 팔아 수익을 낸다는 해석까지 따라붙는다.
 
왜 우리는 가격에 대하여 관심이 많은 것인가? 돈과 관련되기 때문이다. 누구나가 가장 소중하게 생각하는 돈이 가격에 의해 결정된다. 묘하게도 사람들은 가격에 대하여 이중적 태도를 보인다. 내가 받는 가격은 가능한 높기 원하고 내가 지불하는 가격은 가능한 낮기 원한다. 대학생들은 대학 등록금을 낮게 지불하고 싶지만 졸업 후 취직해서 받는 월급은 높게 받고 싶어 한다. 학생 시절에는 등록금 인하 투쟁을 하다 노동자가 되면 임금 인상 투쟁을 하는 것이다. 
 
시장에서 거래할 때 판매자와 구매자 중에 누가 더 큰 협상력을 갖느냐에 따라 가격이 결정된다. 힘이 세면 높은 가격을 향유하고 힘이 약하면 낮은 가격을 감수한다. 힘에 의해 가격이 결정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가격이 너무 높거나 너무 낮으면 불편해하고 불안감을 느낀다. 
 
많은 사람들은 한 제품에 한가지 가격이 존재한다는 일물일가(一物一價)의 신념을 갖고 있으며 이에 따라 적정가격(Optimum Price)을 찾으려 한다. 국가적으로 적정가격을 추구하려는 노력이 가격규제로 나타난다. 가격이 낮으면 덤핑이라 규제하고 가격이 높으면 바가지라고 규제한다. 더 나아가 가격을 하나로 정해 묶어버리려는 시도도 등장한다. 대학등록금이 대표적이다. 전국 수많은 대학의 학생 교육 수준과 서비스 질이 다르지만 등록금은 하나로 묶여 있다. 
 
만일 치킨의 가격을 하나로 정한다면 얼마가 적정할까? 소비자에게 프라이드 치킨의 적정가격을 물어보면 얼마라고 답할까? 소비자마다 다를 것이다. 직접 마트에 가서 줄 서 기다리며 치킨 한 통을 사먹는 소비자와 집에서 다양한 맛의 프랜차이즈 치킨을 배달로 받아먹는 소비자가 생각하는 치킨의 가격은 다 다르다. 시장에는 여러 가격이 존재하며 소비자는 그 중에 하나를 선택해 구매한다. 만일 치킨 가격이 하나만 존재한다면 소비자는 선택의 자유를 상실한다. 그러므로, 시장가격은 '일물다가'(一物多價)가 보편적이다.
 
우리는 시장가격에 대한 믿음을 키울 필요가 있다. 치킨 가격이 너무 높으면 가성비가 낮아 안 살 테고 가격이 너무 낮으면 품질을 의심해 안 살 것이다. 이런 과정을 거치며 시장의 균형가격이 형성된다. 치킨 가격논쟁은 매우 건강하고 건설적이다. 앞으로 2~3000원의 최저가 치킨에서 10만원이 넘는 초고가 치킨이 나와 치킨 가격논쟁을 더욱 불사르기 희망한다.
 
임채운 서강대 경영학과 교수
 
※외부 필진 칼럼은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이보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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