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유라 기자] 한진택배 근로자들이 쿠팡의 물량 대량 이탈에 따른 대책 마련을 사측에 요구하며 투쟁 수위 높이고 있다. 사측에 대화의 여지는 남겼지만 결의대회를 시작으로 총파업까지 강행할 의지를 나타냈다.
25일 오전 11시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전국택배노동조합은 서울 중구 한진택배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생계 유지를 위한 특별 수수료 인상과 특단의 대책 마련을 사측에 촉구했다.
택배노조는 오는 29일 한진택배 본사 앞에서 100여명이 참여하는 확대간부 결의대회를 시작으로 본격적으로 투쟁 수위를 높일 예정이다.
여기에 오는 9월1일에는 택배노조 한진본부 노조원 500여명을 대상으로 쟁의행위 결의 찬반투표를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노조 측은 노조원의 지지를 바탕으로 찬반투표가 무난히 가결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그러면서도 노조는 사측과 만나 언제든지 현안에 대해 논의할 수 있다는 여지를 남겼다.
25일 한진택배 본사 앞에서 열린 '한진택배 근로자 생계대책 마련 촉구 및 택배노조 총력투쟁 선포 회견'(영상=최유라 기자)
이처럼 택배노조가 투쟁 수위를 높이겠다고 밝힌 것은 쿠팡의 물량이 대량 이탈하면서 급여가 급격히 줄어들었다는 이유에서다.
김태완 전국택배노조 수석부위원장은 "한진은 쿠팡과 '쿠팡이 자체 배송 인프라가 구축되면 언제라도 한진택배에 위탁한 물량을 회수'할 수 있도록 계약을 체결해 쿠팡이 언제라도 물량을 회수해도 대책이 없는 상황을 자초했다"며 "일이 벌어진 후에도 영업으로 물량을 채우겠다며 생존 위기에 몰린 택배근로자에게 언 발에 오줌누기의 대책만 내놓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택배노조에 따르면 한진택배 근로자 8000여명 중 65개 지역에서 1000여명이 쿠팡의 물량 이탈에 따른 피해를 봤다. 한진 택배근로자인 전씨는 지난 2월 급여 약 650만원에서 지난 6월 250만원으로 절반 이상 줄었다. 정씨 역시 4월 약 449만원에서 5월 259만원으로 크게 감소했다.
쿠팡의 물량 이탈로 급여가 줄면서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은행에서 대출을 받아야 하는 처지다. 김형주 한진거제지회 지회장은 "택배운송으로 땀을 흘려서 보는 돈이 제일 소중하고 값진 일이라고 생각했지만, 이제는 은행에서 대출 받아야 한다"며 "열심히 일했음에도 오히려 부담해야 하는 비용이 늘어 대출까지 받아야 하는 현실이 괴롭다"고 토로했다.
노조는 총파업도 염두에 두고 있어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김찬희 택배노조 한진본부장은 "국민의 불편함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최대한 원만한 해결을 만들고자 노력하되, 파업이 불가피할 경우 시기와 수위를 판단해 파업에 돌입할 것"이라며 "이 모든 것은 한진본사의 태도에 달려있다는 것을 분명히 밝힌다"고 말했다.
노조의 이같은 주장에 대해
한진(002320) 측은 근로환경 개선과 물량 확보를 위한 다각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는 입장이다. 한진은 "택배기사의 수입 감소 대책으로 본사 영업 강화를 통해 110만박스, 각 대리점과 택배기사의 세일즈 프로모션으로 260만박스 총 370만박스를 확보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7월14일부터 택배기사의 사용주를 대표한 '한진택배대리점연합회'와 노조 대표 '택배노조 한진 본부'간 △택배현장의 안정화 △원활한 노사 관계 확립 △쿠팡물량 대책수립 등에 대해 6차에 걸쳐 노사간 논의도 진행했다.
한진은 "노사간 대화를 진행 중인 상황에서 노조 측의 일방적인 주장과 총파업 불사 의사표현은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추석 특수기를 맞아 회사와 대리점 연합회, 노조가 합심해 대고객 서비스에 만전을 기하는 것이 물량증대를 위한 가장 빠른 길"이라고 강조했다.
끝으로 "고객서비스에 차질이 발생하지 않도록 노조 측의 협조를 당부드린다"며 "한진은 앞으로도 사회적 합의를 성실히 이행하고 자동화 시설 투자를 확대 등 택배사업 경쟁력 강화를 통한 물량 증대와 택배기사의 안전과 근로환경 개선, 수입 증대를 위해 다각적인 노력을 기울여 나가겠다"고 덧붙였다.
최유라 기자 cyoora17@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