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효선·김수민 기자] 지난해부터 ‘검·경 수사권 조정’,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분리) 추진으로 경찰 수사 권한 강화 조짐 속 ‘경찰 전관 모시기’ 경쟁을 벌였던 로펌들의 열기가 사그라들고 있다.
주요 로펌들은 지난해부터 경찰 고위간부 또는 수사 경험이 있는 경찰 출신 변호사들을 대거 영입했다. 현재 법무부와 검찰이 이른바 ‘검수원복(검찰 수사권 원상복구)’ 시행령ㆍ예규 제정으로 내달 시행될 ‘검수완박’ 무력화를 시도하면서 로펌들은 잠시 분위기를 살피는 모습이다.
10대 로펌 중 지난달부터 이달까지 경찰 출신 인사들을 영입한 로펌은 네 곳이다.
우선 지난달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에 사표를 낸 경찰 출신 김승현(사법연수원 42기) 전 공수처 수사3부 검사는 다음달부터 법무법인 광장으로 출근한다. 김 전 검사는 송파서 지능팀장, 용산서 지능팀장, 경찰청 특수수사과 팀장, 분당서 형사과장, 종로서 형사과장 등을 거쳐 지난해 공수처 검사로 선발돼 ‘고발사주 의혹’ 수사팀에 투입됐던 인물이다. 그는 광장 경찰수사대응팀 구성원으로 합류할 예정이다.
광장 경찰수사대응팀은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안보범죄분석과장(총경)을 지낸 정채민(34기) 변호사 주축으로 총 19명 규모다.
법무법인 율촌은 현재 경찰청장 출신 등 고위직 경찰 간부 출신 인사 영입을 위해 접촉 중이다. 앞서 지난달에는 경찰대 출신인 권휴·강병효(변시 11기) 변호사를 영입했다. 율촌 경찰수사대응팀은 경찰청 기획조정관실 출신 최인석 변호사를 비롯한 20여명으로 구성돼 있으며 특수수사, 금융수사, 정보통신기술, 산업기술유출, 사이버수사 등에 주력한다.
법무법인 바른은 올 하반기 경찰 출신 채용 여부를 검토 중이다. 바른의 경찰수사대응팀은 경기경찰청장 출신 김양제 고문과 경찰대 1기 출신 위득량 고문, 서초경찰서 경제범죄수사과장 출신 고철문 전문위원 등 10여명 전문 인력으로 꾸려졌다.
김앤장 법률사무소에는 수사 업무를 담당했던 경찰 출신 변호사 2명이 지난 6월과 지난달 각각 입사했다. 김앤장 경찰 출신 변호사는 40여명 정도로 국내 최대 규모다. 경찰 출신 고문, 전문위원까지 합치면 80여명 규모로 파악된다.
김석균 전 해양경찰청장과 조종완 전 경찰청 특별조사단장은 이달 법무법인 대륙아주 고문으로 합류했다.
법무법인 세종은 지난 6월 수사 경찰 출신 이지홍(변시 1회) 변호사와 정지일 전문위원을 영입했다. 세종 경찰수사대응팀은 강남경찰서장을 역임한 이재훈(경찰대 7기, 연수원 36기) 변호사가 팀장을 맡고 있으며 경찰청 국가수사본부를 거쳐 공수처 파견 경험이 있는 정윤도(경찰대 16기, 변시 8회) 변호사 등 총 30여명 규모로 구성됐다.
법무법인 태평양은 올 상반기 대전지방경찰청장 출신 최현(20기) 변호사와 경찰청 외사국 총경 출신 장우성(34기) 변호사를 주축으로 14명 규모의 경찰수사대응전담팀을 신설했다.
법무법인 화우는 기존 경찰, 검찰 출신 변호사로 구성됐던 형사대응팀을 개편해 18명 규모의 경찰수사 대응팀을 신설했다. 경찰대 출신 김균민(경찰대 18기, 연수원 38기) 변호사가 팀장을 맡고 있다. 법무법인 지평은 형사그룹 내 ‘경찰수사대응팀’을 꾸렸다. 김선국(경찰대 21기, 변시 2회) 변호사가 팀장을 맡고 있으며 10여명의 변호사로 구성됐다.
이밖에 검사 전관 로펌으로 알려진 법무법인 동인은 지난 4월 박기두(변시 2회) 전 서울성북경찰서 경제범죄수사팀장을 영입했다.
이처럼 주요 로펌들은 ‘검수완박’ 시행에 앞서 수사 경험이 있는 경찰 출신들을 대거 영입하고 경찰수사 대응팀을 꾸리는 등 이미 대부분의 진용을 갖췄다. 하지만 올 하반기부터는 경찰 출신을 추가 영입하더라도 그 수용 폭이 크지 않을 전망이다.
한 대형로펌 관계자는 “지난해부터 (수사권 조정으로 인해 경찰) 수사 개시 단계 대응이 중요해진만큼 이에 따른 수요가 늘어나 관련 인력을 보강해왔다”면서도 “올 하반기에는 (경찰 출신) 변호사나 고문, 위원 등을 채용할지 아직까지는 계획이 없다”고 말했다.
경찰 내부에서는 경찰대 출신이나 청년 경찰들이 ‘로스쿨’에 재학 중이거나 입학을 준비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 소재 한 경찰서 형사과 팀장은 “요즘 친구들 중에 로스쿨 준비하는 경찰들이 많아졌다”며 “승진 대상이었는데도 (로펌) 합격하고 나가더라”고 말했다.
그러나 한 로펌 대표변호사는 “앞으로 어떻게 될지(‘검수원복’이 될지 여부) 모르겠지만 어찌됐든 로펌으로서는 수사 경험을 갖춘 경찰이 필요한데 수사 경찰들은 이미 대부분 로펌들이 모셔갔다”며 “지금 (로펌에) 지원하는 경찰 출신이나 로스쿨에 있는 경찰 대부분은 수사 보다는 행정업무만 해본 사람들이라서 수요가 예전만 못할 것”이라고 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이 지난 3월 17일 오후 충남 아산 경찰대학교에서 열린 ‘2022년 신임경찰 경위·경감 임용식’에 참석해 경찰대 성적 최우수자 경위에게 대통령상을 수여하는 모습. (사진=뉴시스)
박효선·김수민 기자 twinseve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