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우연수 기자] 상장예비심사를 통과한 컬리가 최근 제도권 비상장 거래 플랫폼에 다시 신규 종목으로 등록하면서 컬리의 속내에 관심이 쏠린다. 당국의 비상장주식 거래 규정 강화에 따라 플랫폼에 따로 거래를 동의하지 않은 기업 주식들은 지난 7월부터 개인 간 거래가 막힌 상태였으나, 컬리는 기업공개(IPO)를 앞두고 주식 거래를 재개했다. 기업공개(IPO)를 앞둔 종목들은 장외시장에서 가격이 치솟는 경향을 보이곤 했는데, 컬리 역시 최근 몇개월 새 반토막 난 기업가치가 장외에서 일부 회복될 지도 주목된다.
31일 비상장거래 플랫폼 업계에 따르면 컬리는 서울거래 비상장(PSX)에서 지난 19일부터, 증권플러스 비상장(두나무)에서는 29일부터 신규 종목으로 거래가 재개됐다.
컬리는 지난 7월부터 제도권 장외시장 플랫폼 내 개인 거래가 막힌 상태였다. 당국 규정으로 인해 따로 플랫폼에 등록하지 않은 비상장 기업의 주식은 거래가 제한됐기 때문이다. 오로지 전문투자자 매매, 혹은 주식을 이미 보유한 개인들의 매도 거래만 가능했다. 대부분 대형 유니콘 기업들은 플랫폼에 다시 등록하지 않는 분위기였지만, 컬리는 최근 IPO를 앞두고 다시 플랫폼에 등록하는 것으로 결정했다.
증권플러스 비상장 홈페이지 내 컬리 종목 화면. 사진=증권플러스 비상장 화면 캡쳐.
그 배경으로는 올해 반토막 난 기업 가치가 더 떨어지는 것을 방지하고 시장에서 적정 가치를 회복하려는 것이 아니냐는 추측이 나온다. 개인 간 거래가 활발해지면서 거래 가격이 오르면 공모가 산정에도 유리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컬리는 올 초 장외 가치가 4조원대에 이르렀으나 금리 인상과 증시 부진에 따른 투심 위축 등에 몸값이 2조원대로 떨어졌다. 현재 두 비상장거래 플랫폼 기준가(거래 체결 가격의 평균)에 따르면 시가총액은 2조원에도 못미친다. 기준가는 지난 4월까지도 11만원을 넘었으나 상장예심 결과가 늦어지면서 5만원대까지 주저앉았다. 특히 7월부터는 비상장 거래 플랫폼에서의 거래까지 제한되면서 기준가가 5만원을 밑돌았다.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컬리는 IPO에서 최소 2조원의 가치를 인정받고 싶어하는 것으로 알려진다.
실제로 거래 재개 이후 컬리 거래 가격과 거래량은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거래 재개 약 열흘이 넘은 서울거래 비상장에서 컬리 기준가는 4만5000원에서 5만원선을 다시 회복했으며, 증권플러스 비상장에서도 거래 하루 만에 기준가가 7.5% 올라 5만원을 넘겼다. 증권플러스 비상장에서는 거래량이 거의 없던 이전과 달리 구매 수요도 600건을 돌파했다. IPO를 앞두고 비상장 주식에 대한 개인 투심은 강해지는 경향을 보였는데, 컬리 역시 7월 거래 정지 이전부터 인기 종목 상위 순위에 이름을 올리던 기업이다.
업계 관계자는 "거래가 제한된 7월1일부터 제도권 플랫폼에서의 컬리 거래량은 거의 없다시피했지만 일대일 거래가 이뤄지는 38커뮤니케이션 등에서는 과거 만큼은 아니어도 거래가 활발히 일어났다"며 "컬리 매수를 원하는 개인들이 플랫폼으로 유입되면 장외 매매도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이어 "장외시장이 활발해지면 비상장 기업들에게는 가격 발견의 무대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공모가 산정 과정에서 장외 기준가 추이와 시총은 참고용일뿐 그대로 반영되긴 어렵다. 카카오게임즈는 장외 기준가가 6만원을 넘었으나 공모가는 2만원대로 정했으며, 최근 투심이 위축된 상황에서는 쏘카 등이 장외 시총과 얼추 맞춰 가는 분위기다.
IB업계 전문가들은 장외 시장에서의 기업가치를 절대적인 기준으로 보긴 어려우며, 거래량이 적은 장외시장에서는 주가 변동성도 커 개인들이 투자에 주의할 필요가 있다고도 주의를 당부했다. 한국예탁결제원 증권정보포털 세이브로에 따르면 컬리의 하루 거래량은 적게는 1주, 제도권 플랫폼 내 거래 재개 이후에도 500~1000여주 수준이다.
이경준 혁신IB자산운용 대표는 "최근 한달 간 컬리 주식은 하루 12주 거래된 날도 있을 정도로 적기 때문에 적은 액수의 거래로도 기준가를 움직이기 쉽다"며 "투자에 주의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우연수 기자 coincidenc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