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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즈상 허준이 "혐오·나태 등 달콤함에 길들지 말길"
모교인 서울대학교 졸업식에 참석해 축사
입력 : 2022-08-30 오후 6:47:31
(사진=연합뉴스) 필즈상 수상자인 허준이 교수가 29일 서울 관악구 서울대학교에서 열린 제76회 후기 학위수여식에서 축사하고 있다. 2022.8.29
 
[뉴스토마토 박재연 기자] 한국계 최초로 필즈상을 수상한 허준(39)이 프린스턴대 교수가 모교인 서울대학교 졸업식에서 후배들에게 축사를 전했다.
 
허 교수는 지난 29일 서울대 종합체육관에서 열린 제76회 서울대학교 학위수여식에서 "제 대학 생활은 잘 포장해서 이야기해도 길 잃음의 연속"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똑똑하면서 건강하고 성실하기까지 한 주위 수많은 친구를 보면서 나 같은 사람은 뭘 하며 살아야 하나 고민했다"고 말했다.
 
이어 허 교수는 "이제 본격적으로 어른이다"며 "누구보다 자신이 자신에게 모질게 굴 수 있으니 마음 단단히 먹길 바라며 나는 커서 어떻게 살까, 오래된 질문을 오늘부터의 매일이 대답해준다"고 했다.
 
또한 허 교수는 "취업 준비, 결혼 준비, 육아 교육 승진 은퇴 노후 준비를 거쳐 어디 병원 그럴듯한 일인실에서 사망하기 위한 준비에 산만해지지 않기를 바란다"며 "무례와 혐오와 경쟁과 분열과 비교와 나태와 허무의 달콤함에 길들지 말길, 의미와 무의미의 온갖 폭력을 이겨내고 하루하루를 온전히 경험하길, 그 끝에서 오래 기다리고 있는 낯선 나를 아무 아쉬움 없이 맞이하길 바란다"고 조언했다.
 
아울러 허 교수는 "수학은 무모순이 용납하는 어떤 정의도 허락한다"며 "수학자들 주요 업무가 그중 무엇을 쓸지 선택하는 것인데, 언어를 어떻게 사용할 것인가에 대한 가능한 여러 가지 약속 중 무엇이 가장 아름다운 구조를 끌어내는지가 그 가치의 잣대가 된다"고 강조했다.
 
끝으로 허 교수는 "오래 준비한 완성을 축하하고, 오늘의 새로운 시작을 축하한다"며 "서로에게, 그리고 자신에게 친절하시길, 그리고 그 친절을 먼 미래의 우리에게 잘 전달해 주길 바란다"고 축사를 마쳤다.
 
한편 서울대는 이날 3년 만에 첫 대면 졸업식을 진행했다. 이어 지난 3년 동안 비대면 졸업식을 치른 졸업생 중 희망자에 한해 이날 행사에 참석할 수 있도록 배려했다.
 
또한 서울대는 이날 민주화 운동 당시 사망 등의 이유로 제적돼 졸업하지 못한 7명을 명예졸업자로 선정하고 유가족에게 명예졸업증서를 전달하기도 했다.
 
명예졸업자로 선정된 이들은 김태훈(경제학과 78학번), 김학묵(사회학과 78학번), 박혜정(국문학과 83학번), 송종호(서어서문학과 87학번), 이동수(원예학과 83학번), 이진래(제약학과 79학번), 황정하(토목공학과 80학번) 등 7명이다.
 
박재연 기자 damgomi@etomato.com
박재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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